사장과 직원들이 정면 충돌하고 있는 청주불교방송의 소식을 접하고 나는 올 것이 왔다고 여겼다. 언뜻 생각하면 통상 나타날 수 있는 노사갈등같지만 이곳의 문제는 좀 더 복잡하다. 언론이 상대 언론을 비판하는 것은 매우 신경쓰이고 또 이를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결코 편치가 않다. 간혹 언론사간 공방이 '전쟁'으로 표현되는 이유도 이런 일이 결코 예상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주불교방송의 이번 사태에 대해 그동안 가슴 한켠에 묻어 놨던 한마디를 하고 싶다. 한 때 이곳 방송의 프로그램를 맡아 한 식구로서 지낸 남다른 인연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비판은 불교방송의 정상화를 기대하는 충정의 발로임을 먼저 밝히고자 한다. 솔직히 말해 문제의 발단이 된 사장과 직원들(노조원)이 서로 제기한 비리의혹의 사실여부를 알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지, 나름대로 느낀 점을 적으려 한다. 내 경험상 불교방송 종사자들과 대화하거나 사석을 같이 할 땐 사람들이 그렇게 순수할 수가 없었다. 상대에 대한 배려도 흠잡을데가 없다. 그런데 이들이 집단과 조직에 함몰되면 180도 달라지는 것에 항상 놀라움과 함께 이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경영책임자와 직원간, 보도국과 기술국, 또한 기자와 사무직원간 형성되는 불신과 반목은 분명 정도를 넘어섰다. 프로를 맡아 그들과 장기간동안 같히 하면서도 어느땐 숨이 막힐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간극이 무슨 특별한 계기가 아닌, 상대의 위상과 존재에 대한 막연한 불신때문이라는 것을 여러번 실감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청주불교방송은 그동안 사장이 자주 바뀌었다. 그러나 사장이 바뀔 때마다 직원들의 첫 반응은 새로운 사람에 대한 수용과 기대감이 아니라 "어디 몇일이나 가겠어" 이런 식이었다. 그러다보니 사장은 자신의 뜻에 고분고분한 특정 직원을 껴안게 되고 이것이 또 다른 불신과 피해의식으로 연결되는 것을 목격했다. 기자와 PD,그리고 기자와 기술부직원들 사이의 원초적인 대화는 사실상 막힌듯한 느낌이다. 주변에서 지켜보기에도 업무적인 관계외의 소위 인간적 교류는 몹시 취약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처음엔 이런 전후관계가 인사상의 맹점, 즉 지방국의 현지 사장이 실제적인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함으로써 나타나는 조직이완 현상일거라고 여겼다. 불교방송 직원들에 대한 인사권은 현재 중앙방송국이 쥐고 있다. 그러나 이건 구조적인 문제이지, 실제로는 직원 상호간 불협화음이 조직의 근본적인 유기성을 깬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또한 이런 분위기는 어제 오늘 단기간에 걸쳐 조성된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이 와중에서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직원들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고 결국 평생직장을 떠나야 하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진다. 청주불교방송이 노사간 고소고발사태를 빚는다는 소식을 접한 후 나는 엉뚱하게도 이런 생각을 했다. 차라리 이번 일이 직원들을 하나로 묶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것이었다.

 고언하건대 청주불교방송은 지금처럼 사장이 직원들을 고소하고 직원들은 이에 맞고소하는 식으로는 절대 정상화로 갈 수 없다. 부정과 비리가 있었다면 제재를 받아 마땅하지만 이곳 임직원들은 이 한가지를 먼저 명심해야 한다. 직원 상호간 서로 신뢰부터 쌓으려는 노력을 우선 기울이라는 것이다. 원론적인 얘기이지만 서로 남을 탓하기 전에 자신들 스스로를 돌이켜 보려는 자성이 먼저라는 것이다. 주인의식을 하루 빨리 회복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관건이라는 생각을 가져 본다.

 청주불교방송엔 큰 장점이 하나 있다. 종교방송이 다 마찬가지겠지만 불교계를 중심으로 아주 고정적인 소위 '골수' 청취자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조직 내부의 역량만 갖추면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라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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