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목사, 신부가 이끌어가는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범추 스님(62·풍주사 주지)과 노영우 목사(59·청주남교회), 그리고 곽동철 신부(59·청주 사천동성당 주임신부). 이들의 공통점은 종교인이라는 것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참여연대)의 공동대표라는 것이다. 종교가 확연히 다르고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참여연대만 가면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 된다. 그래서 외부 사람들에게는 스님과 목사, 신부가 한 단체에서 일한다는 것 만으로도 화제 거리다.

범추스님은 “전부터 잘 알고 있던 故 최병준 회장께서 93년에 내게 사회활동을 권유해 참여연대에 들어가게 됐다. 그 때는 청주시민회라고 부르던 시절이다. 그러던 중 목사 한 분을 모시자는 이야기가 있어 노영우 목사님께 이야기했더니 쾌히 승낙하시는 게 아닌가. 곽동철 신부님은 공동대표였던 최병준 회장께서 돌아가신 후, 한 명을 보충하는 과정에서 천주교 지도자가 없다는 내부 의견에 따라 모셨다”고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다가 금년에 종교인이 아닌 사람으로 김영회 본사 고문이 공동대표직에 합류하게 된 것.

그럼 세 종교인 간에는 의견 차이나 갈등이 없을까. 송재봉 국장은 “전혀 없다. 개별적으로 볼 때는 칼라가 뚜렷한 분들인데, 서로에 대해 배려하고 화합해 간극을 느끼기 어렵다. 우리 단체가 권력감시운동을 하다 보니 일반인들은 이해관계에 얽매여 대표직을 맡기가 쉽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도 종교지도자들이 대표역을 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목사는 합장, 스님은 성호 긋는다

범추스님은 “진리는 하나인데 종교가 다르다고 화합이 안되느냐”고 반문했다. 노목사도 “참여연대에서는 종교적인 이야기를 안하고 청주를 사랑하는 마음만 표현한다”며 갈등을 겪을 일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곽신부는 “정의는 다 똑같다. 약자와 힘없는 사람을 위해 일하는 것이 종교인이라서 모두 통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생기는 가장 큰 걸림돌이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인데, 종교인들은 자신을 없애는 사람들이다. 양보정신도 많아서 큰 어려움은 없다”며 “오히려 다른 단체보다 화합이 잘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화합이 잘되기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도 있다. 행사할 때 목사는 합장을 하고, 스님은 성호를 긋고, 신부는 아멘을 해서 주변 사람들을 폭소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전 석가탄신일에는 곽신부가 풍주사를 찾아가 석가 탄신을 축하 했고,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는 마찬가지로 범추스님이 사천동 성당을 찾아 축하인사를 했다.

이들을 재미있게 바라본 김영회 대표의 말이다. “세 분이 마치 친형제 같다. 속인들이 하는 농담도 함께 주고 받는 것을 바라보면 얼마나 즐거운지 모른다. 아마 인화(人和)에 관해서는 참여연대가 으뜸이 아닐까 싶다.” 참여연대 체육대회에서 인사말을 서로 먼저 하라고 배려하는 종교지도자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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