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애 충북도의회 의원

국민일보가 10월 31일에 각 당 대통령후보가 내세운 슬로건에 대한 선호도를 묻는 여론조사를 했더니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가 내건 가족행복시대가 이명박후보의 국민성공시대를 4.5%앞지른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시대를 우리국민 모두가 실패한 시대로 전제하고 국민을 성공시키겠다?” 대뜸 이런 해석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그렇게 이해했다면 한나라당은 일단 성공한 것이다.

의도한 메시지와 의도한 이미지를 관통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구호는 국민을 성공시키겠다고 기염을 토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경제성장을 통해서! 더 구체적인 정책 스로건은 “줄푸세 타고 747로” 이다.

정책에 대해 빠꼼하게 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슬로건에 한나라당과 이명박후보의 철학과 이념과 노선이 핵심적으로 압축되어 있는 것을 어느 정도는 눈치 챈다. 그러면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워 경쟁과 자율로 가면 국민 모두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명박후보의 ‘국민성공시대’를 더 꼼꼼히 뜯어보자. 국민성공 의 ‘성공’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성공했다’고 하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나? 이명박 후보 자신의 삶의 경로를 반영시킨 구호라는 생각이 든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치열하게 경쟁해서 사장이 되고 어찌어찌 해서 서민은 상상도 못할 만큼 큰 부자가 되고 대통령까지 출마를 했으니 성공신화의 주인공답다. 그러니 그의 최고의 가치관은 성공일 수밖에 없다.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후보 공약을 적용한 줄푸세의 ‘줄’은 세금을 줄이는 줄이란다.

우리나라는 국가예산의 26%를 복지비로 지출한다. 참여정부 들어서 복지예산을 국민의 정부보다 9%늘였고 이제 겨우 복지를 흉내내려고 시작하는 단계다. 북유럽의 복지국가들은 국가 예산의 반을 복지비로 지출하고 있다.

그런데 세금을 줄인다? 국가 세입이 줄면 차관을 들여다 하지 않는 이상 복지는 자연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야말로 남의 도움 없이는 살아낼 수 없는 장애인, 노인, 병든 사람 등, 사회적 약자들은 어떤 것이 성공일까? 그리고 이명박 후보의 규제를 풀겠다는 공약에 대해 어떤 후보는 시장을 정글의 법칙에 맡기겠다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약자가 안전장치 없이 전방위 공격이 펼쳐지는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여기에서 성공은 누구의 성공이란 말인가? 대재벌의 성공? 공정한 플레이가 가능하지 않고 실패한 사람이 패자부활에서 회생할 기회가 없는 약육강식이 판치는 세상은 정글이다. 이런 상황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어떻게 국민이 모두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지 해명해야 한다.

참여정부는 국가 부도사태인 IMF이후 겹쳐진 카드대란과 IT거품 붕괴, 건설경기과열 후유증까지 말끔하게 극복하고 고유가에 유류파동도 없을 만큼 국가 관리를 잘 했다. 기업투명성이 제고되면서 주가는 계속 고공행진을 거듭하였고 드디어 2000선을 돌파하지 않았는가?

우리나라는 경제와 국가경쟁력 세계1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IMF는 경제양극화라는 고질적인 그늘을 만들었고 참여정부는 이것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 다음 정부의 최우선과제는 양극화 극복이다.

그러나 정권창출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한나라당은 ‘성공’이라는 휘황한 이미지 속에 물고 뜯는 경쟁과 ‘실패’라는 복병이 숨어 있는 성장제일주의 정책으로 승부하려하고 있다. 줄푸세의 ‘세’는 규율을 엄격하게 세운다의 ‘세’라는 데 누구에게 엄격하게 하겠다는 것인가?

자본가에게는 온갖 특혜와 규제를 풀어주고 대신 시위하고 파업하는 노동자에게 엄격해지겠다는 것이면 성공은 단지 몇몇 사람의 것이다. 이제는 사회대통합과 양극화를 해소하고 모두 함께 골고루 잘사는 복지국가 모델로 가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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