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에 몰린 정우택 도지사·남상우 시장·김재욱 군수
정실인사, 가로수길 확장공사, 세종시 편입반대로 여론 악화

민선4기 들어 일부 도내 자치단체장들이 ‘거꾸로 가는 행정’을 펼치고 있다. 그 만큼 권위주의적이라는 얘기다. 21세기의 모토는 참여와 소통이지만 몇 몇 자치단체장들은 長이라는 권위를 내세워 지역여론과 주민의견에 담을 쌓고 지낸다는 비판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기관내에서 ‘직언’이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그 대표적인 자치단체장이 정우택 충북도지사, 남상우 청주시장, 김재욱 군수다.
정 지사는 현재 보은·정실인사, 남 시장은 가로수길 확장공사, 김 군수는 세종특별시 청원군 편입문제로 지역민들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세 단체장들이 공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주민의견과 지역여론을 도외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청리뷰’가 이를 취재했다.

정우택 지사가 취임초부터 시달려온 문제는 바로 정실인사·보은인사 시비다. 이 문제는 민선4기 4년 내내, 아니 퇴임 후 정 지사를 평가할 때도 빠져서는 안될 항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정 지사 본인은 공격받을 때마다 ‘인사는 도지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항변하지만,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선을 넘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시 말해 지나치게 ‘자기사람 심기’를 하다보니 자리에 맞지 않는 인물들을 앉히는 우를 지속적으로 범해 왔다는 것이다.

정 지사는 지난 9월 20일 추석연휴를 이틀 앞두고 시민사회보좌관과 홍보보좌관을 임용했다. 지난 7월 민선4기 1주년 성과를 밝히는 브리핑에서 처음 보좌관제도 신설을 언급한 뒤 일체 진행과정을 함구하고 있다가 느닷없이 발표, 모두들 놀랐다는 반응들이었다.

충북도는 “오경수 시민사회보좌관은 시민사회단체 협력 및 정책 기능 업무를, 허민규 홍보보좌관은 대언론 협력 및 기획홍보·정책기능 분야를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경수 씨(44)는 국무조정실 신행정수도후속대책기획단 대외협력관과 이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단 대외협력팀장을 지냈고 허민규 씨(37)는 매그나칩반도체 노사협력팀 사원, 충북일보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했다. 두 사람 모두 비상근 계약직 가급 상당 대우를 받고 하루 4시간 근무만 하면 된다. 연봉은 계약직 가급의 절반인 2500만원선.

다시 불 붙은 인사시비
그러나 이들은 전부터 정 지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 씨는 정 지사 도지사 선거 때 선거 캠프에서 일했고 이후 도지사직무인수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또 허 씨는 오래전부터 정 지사와 친분이 있었고 한나라당 당원이다.

한 때 도의원 출마를 위해 당내 경선에 나섰다가 박재국 의원에게 패한 전력이 있는가 하면 정 지사가 특별히 공을 들이는 충북청년경제포럼 정책위원 직함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오 씨는 보은인사, 허 씨는 정실인사 시비를 받고 있다.

특히 오 씨는 민주당 정책위원회-노무현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 자문위원-신행정수도후속대책기획단 대외협력관 등 참여정부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다 2006년 한나라당인 정 지사 선거캠프로 들어가 말이 많았다. 정 지사 당선 후 오씨는 충북도의 고위급 자리를 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어 보은인사에 대한 추측을 더 강하게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보다 보좌관제 신설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은 게 사실이다.

한동안 뜸하던 정 지사의 인사시비는 최근 보좌관제 신설을 계기로 다시 불 붙었다. 익명을 요구하는 모 인사는 “혹시 정 지사가 충북도를 개인 회사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그럴 정도로 자기사람을 데려오고 있다. 취임 후 채용한 외부인사 중 공정하게 공모해서 선발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대부분 자기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이거나 측근들 이었다.

어느 정도는 주변사람을 쓸 수 있을지 모르나 정도가 지나친 것 같다. 또 혹여 자기사람을 데려오더라도 시비가 일지 않을 정도로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도 못하다”며 “인사문제에 관한한 민선4기처럼 시끄러운 적이 없었다. 여론이 왜 그러한가 한 번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 4월 정 지사 인사에 대해 행정사무조사를 하겠다고 해서 집행부를 발칵 뒤집었던 이필용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비서실·청주의료원·충북개발연구원·테크노파크·청람재 등에 지사 사람들이 배치되고 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지식산업진흥원·사회복지협의회·여성발전센터 등에 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이 진출해 낙하산인사·코드인사·정실인사 시비가 일고 있다. 또 청주의료원은 관리이사직을 만들어 위인설관 논란까지 있었다”고 비판했다. 도의회는 행정사무조사를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아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도의회에서 도지사 인사를 조사해 보겠다고 나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도의회의 지적 이후 정 지사는 청주산업단지관리공단 전무로 선거 캠프에서 활동하던 한충씨를 임명하고 눈에 띄지 않는 중·하위직에도 몇 몇 주변인사들을 심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로수길 담당은 시장?
김양희 복지여성국장부터 시작된 인사 시비는 실제 정 지사를 코너에 몰아넣었다. 모 도의원은 “정 지사는 무소불위, 제왕적 단체장이다. 지역의 건전한 비판여론에 귀 기울여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 지사의 이런 태도는 엘리트주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살기 보다는 중앙부처와 중앙무대에서 활동한 정치인이기 때문에 지역민들과 상의하고 여론을 수렴하는데 인색하다는 것이다. 모 씨는 이를 정치인 정우택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가라기 보다 정치인인 정 지사는 지역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사람 챙기는데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이원종 지사의 행정스타일과는 크게 다르다. 이는 정실인사 공격을 계속해서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역민들이 보기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을 많이 기용하고 있다.”

남상우 청주시장도 ‘내 식대로’가 지나쳐 권위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취임 초에는 직원들이 ‘회의 한 번 참석하고 나면 한 나절이 다 간다’고 할 정도로 시장 말씀이 길다는 불평이 있었다. 이렇게 업무 하나 하나를 챙기는 게 남 시장의 스타일이다. 남 시장의 독선행정을 가장 두드러지게 엿볼 수 있었던 것은 청주 가로수길 확장과 관련한 행정이다.

이 때문에 시청내에서는 시장 아니면 누구도 가로수길에 관해 아는 직원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시 관계자들은 공식적인 답변외에 ‘노 코멘트’로 일관한다. 국장-과장-계장으로 이어지는 조직체계가 분명히 있음에도 바닥까지 챙기는 남 시장은 가로수길 행정에서도 이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는 것.

지난 99년 가로수길 8차선 확장공사 계획이 수립돼 수백그루의 나무를 이식해야 하는 위기에 처하면서 청주시는 가로수길 논란을 시작한다. 7년간의 논의 끝에 2005년 한대수 시장은 기존 4차선을 녹도로 하고 양측으로 3차선씩 6차선을 도로로 사용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이 때 이미 각계각층이 만나 협의했다.

이 것이 흔들린 것은 올해 5월. 시는 시민설문조사 결과 3위로 나온 기존 4차선과 남측 3차선 등 7차선을 도로로 쓰고 부모산쪽을 녹도로 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당연히 시민사회단체의 반대가 뒤따랐다. 직원들에게 흔들림없이 추진하라던 남 시장은 7월, 기존 4차선과 양측에 2차선을 신설해 6차선을 도로로 사용하고 양 옆으로 보행로를 만드는 안으로 바꾸기에 이른다.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은 급기야 220명의 서명을 받아 시정정책토론회를 요구했으나 지난 9월 14일 시장 불참으로 불발되고 말았다. 오래전부터 예정된 행사였음에도 남 시장은 경로당 준공식에 가고, 이를 항의하는 단체 관계자들에게 막말을 하는 추태를 보였다.

이 날 모든 권한을 쥐고 있는 시장이 필히 참석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시는 국장과 담당 공무원이 가면 되지 않겠느냐며 맞섰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시장은 이 자리에 참석해서 진지한 토론을 했어야 했다. 문을 닫아 걸고 시민들의 참여와 의견제시를 무조건 막는 것이 민선시대의 행정방식은 아니기 때문이다.

터져나오는 청주시 비리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중앙로 녹도화가 가로수 생육환경을 개선하고 환경친화적 생태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가로수 수림대에 관목을 식재하고, 바깥도로와 차단하면 매연 유입이 억제되는 동시에 소음이 대부분 차단된다. 또 보도턱을 설치하고 속도제한을 활용하면 안전성이 높아져 시가 우려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의 사례들을 보더라도 가로수 중앙을 녹도로 하고 양쪽으로 차가 다니는 길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권상준 청주대 이공대학장은 “미국 보스톤의 커먼웰스 도로는 양쪽으로 차가 많이 다니지만 중앙 녹도가 무척 아름답고 친환경적이다. 청주 가로수길이 가야 하는 모델이다. 전국적인 명소인 이 가로수길을 살리려면 기존 차도를 녹도로 조성하고 차는 대체도로로 다니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일단 녹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청주가 자랑해마지 않는 가로수길은 가로수가 죽으면 끝장이다. 이 길을 쉴새없이 자동차가 매연을 뿜으며 달릴 경우 가로수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벌써 죽어가는 나무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시는 시정정책토론회 무산과 관련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가로수길을 자랑으로 여기는 것은 차량으로 통과하면서 느낀 정취와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 공원으로 조성하고 쉼터로 이용하려는 발상은 자칫 청주시의 자랑거리 하나를 잃는 결과가 올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남 시장의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구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왜 가로수길은 차를 타고 가야만 맛을 느끼냐는 것이다.

청주시는 현재 시 안대로 가로수길을 확장하는 내용의 설계 작업에 착수해 10월 중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3일 가로수축제 ‘함께 숲이 되어 지키자’ 행사에 시장을 초청했으나 남 시장은 응하지 않았다. 시에서는 대화할 만큼 하고 토론회도 벌써 여러 차례 열었다고 하지만 남 시장 취임 이후 대화다운 대화는 없었다.

한편 남 시장은 이 문제 외에도 시간외 근무수당 불법 수령과 건설과 6급 임 모씨 등 2명의 300만원 금품수수,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생계비 부적절 처리 등으로 어느 때보다 코너에 몰려 있다. 시 공무원들은 “왜 우리만 나무라느냐”고 하지만 도덕적 기강해이가 도를 넘었다고 보는 게 시민들의 시각이다.

소탐대실 행정 누구 책임?
그런가하면 김재욱 청원군수도 다소 독선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현재 청원군이 주력하는 것은 세종특별시 청원군 편입반대다. 김 군수는 재산권 행사 등 주민생활 불편, 지방세수 감소, 인구와 면적 축소로 자립기반 약화 등을 들어 청원군 부용·강내면의 세종시 편입반대를 주도하고 있다.

또 청원군의회는 세종특별시 편입반대대책 특별위원회를 조직하고 부용·강내면을 돌며 편입반대 논리를 전파했다. 이들은 여러 차례 국회를 방문, 반대 자료를 전달하는 한편 도내 기초자치단체장들의 반대 서명을 받아 제출하기도 하는 등 반대를 위한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쳤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청원군 주민 전체가 편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실제 부용면과 강내면 주민들 중에는 찬성파도 많다. 김 군수는 주민들에게 찬성·반대 의견을 물은 적이 없다. 인구와 면적, 교부세 감소 등 눈앞의 손실만을 따져 반대를 외치고 있는 것. 지난 2005년 청주·청원 통합 주민투표를 놓고 청원군의 기득권층과 군의회가 주민들을 상대로 통합반대를 전파하며 향방을 가른것처럼 이번 세종시 편입반대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이 이렇게 되자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의 국회 통과에 비상이 걸렸다. 행자위는 충청권 의견 불일치 등 주민동의를 얻어내지 못했다며 현재 소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영민 민주신당 의원은 지난 9월 21일 지역 건설업체의 사업참여를 위해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고 “세종시 설치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행복도시 건설 자체가 무산될 수 있고, 오송분기역·청주공항을 비롯한 충북의 모든 발전 계획들도 무의미해질 수 있다”며 충청권 내 일부 지자체와 정치권이 발목잡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지역에는 이 법률안 심의가 계속 미뤄지다 끝내 폐기될 경우 세종시 건설이 물건너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퍼져 있다. 그래서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해 대전·충남과 힘을 합쳐 목소리를 높이고, 신행정수도 설치 법안이 위헌 판결을 받았을 때는 연일 집회장에서 살았던 충북도민들이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민주신당 홍재형 충북도당위원장도 여러 차례 김 군수의 소탐대실 행정과 정우택 지사의 무관심 행정을 나무랐다. 홍 위원장은 “신행정수도를 유치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세종시 설치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안타깝다. 세종시가 건설돼야 충북이 그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다. 청원군은 눈앞의 작은 이익을 버리고 큰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세종시 설치 법률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청원군과 김 군수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엄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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