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 경제부차장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지역경제라는 말이 보편화 됐다.
정부가 주도로 경제성장 정책을 밀어붙이던 70~80년대에는 국가경제라는 말로 통했다.
그런데 지역경제가 어떤 분야로 나뉘어 질 수 있는지 생각해 보니 말 그대로 지역경제라고 부를 수 있는 영역이 그리 많지 않다.

언론사 경제부 기자들이 출입처를 산업, 금융, 증권, 부동산, 유통 등으로 크게 나눈다. 그런데 이 분야 앞에 ‘지역’을 붙이려 하니 내용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 많다.

대표적인 지역산업의 경우 대부분 현지 공장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금융이나 증권은 아예 ‘지역’을 붙이기 힘들다.

흔히 경제의 꽃을 금융이나 증권이라고 하는데 우리 지역금융과 증권은 딱히 설명하기 힘들 정도다. 증권은 증권사들의 지사들만 자리잡고 있고 금융은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등 제2 금융권이 고작이다.
부동산 정도가 ‘지역’이라는 말을 붙여도 그리 어색하지 않으며 유통도 부동산과 더불어 지역의 특성이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는 몇 안되는 분야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 유통시장도 ‘지역’이 무색할 정도로 외지 대기업에 잠식 당하고 있다. 대형할인점이 연간 5000억원에 가까운 지역 자금을 빨아들여 외지로 내보내고 있으며 덩치 큰 할인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는 여지없이 슈퍼수퍼라고 불리는 중형마트가 자리잡고 있다.

우리지역 슈퍼수퍼는 타 지역에 비해 대기업 브랜드가 적다고 하니 다행일지는 몰라도 그동안 몇 십년 간 지역 재화 유통을 책임지던 중소소매업소들은 유통업계 변화의 바람에 꺼질 듯이 흔들리는 촛불 격으로 그 세를 잃어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매장들이 유통과정을 줄여 싼 값에 공급함으로서 소비자들의 이익을 증대시킨다고 주장한다. 또한 원스톱쇼핑과 쾌적한 환경 등 유통구조의 현대화에 기여한다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유통 앞에 붙을 수 있는 ‘지역’이란 개념은 점점 사라지고 지방화나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거창한 명제도 헛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데 생각이 미친다.

지역의 중소유통업체들의 운명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던 손님들은 차를 몰고 할인점을 찾아가고 코흘리개 어린이의 군것질 거리 구매장소로 전락하고 있다는 자조섞인 푸념도 곳곳에서 들려온다.

유통(流通)은 물이 흐르듯이 통한다는 뜻이다. 만들어진 재화가 한곳으로 모이고 도매와 소매 기능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유통이다.

하지만 자본력을 기반으로 대형화라는 무기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유통 대기업들은 이런 재화의 흐름에 둑을 쌓아 막고 있다. 소비자들의 편의가 증진되고 유통산업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한 현실이지만 도가 지나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규모 점포와 기존 지역의 중소 유통업체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는 노력이 늦게 나마 시도되고 있다.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페어플레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자는 주장이다. 분명 대형마트와 동네 수퍼의 기능이 다르고 공존을 넘어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다. 유통이 지역경제의 한 축으로 굳건히 자리매김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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