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후보-도내 여성계 ‘관기’ 발언 강력 항의

정우택 지사와 이명박 후보간에 나눈 ‘조선 관기’ 발언에 대해 여성계가 발끈했다. 정 지사는 지난 3일 한나라당 대선후보 합동유세차 청주를 방문한 이명박 후보에게 “어제 긴긴 밤 잘 보내셨냐”고 인사한 뒤 “예전 관찰사 같았으면 관기(고려·조선시대 관청에 딸린 기생)라도 하나 넣어드렸을텐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전날 청주로 내려와 모 호텔에서 숙박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한 술 더 떠 “어제 온 게 정 지사가 보낸 게 아니었냐”고 응답, 함께 있었던 사람들이 박장대소했다는 후문이다. 이 장면은 합동유세가 열리던 청주실내체육관 귀빈실에서 벌어진 일이고, 박근혜 후보는 다른 장소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마이뉴스가 보도해 알려진 ‘관기’ 발언 사건은 예상대로 순식간에 퍼져 나갔다. 한명숙 예비후보는 5일 즉각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여기는 것은 국민 모독에 다름 아니다. 경부운하만 구시대적인줄 알았더니 성의식도 구시대적” 이라며 “끊이지 않는 성희롱·성추행 범죄에도 철저한 반성과 징계를 하지 않은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 선고유예 판결로 집단적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이명박 후보와 정우택 지사는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한나라당은 두 사람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철저히 징계 조치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를 접한 지역 여성계도 두 사람의 성차별·여성비하 발언에 강한 불쾌감을 표현했다. 충북여성민우회·충북여성장애인연대·충북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청주YWCA 여성종합상담소 등이 소속된 충북여성연대(준)는 곧바로 항의 성명서를 내놓았다. 이들은 “이 사건은 평소 본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시대착오적 성의식의 표출이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부적절한 일상적 태도 표현이었다고 규정할 수밖에 없다.

정 지사는 본인의 발언이 충북여성, 나아가 전국의 여성들에게 엄청난 불쾌감을 준다는 사실을 아는가”라면서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서 상상할 수 없는 발언을 했다. 이런 수준의 성평등 의식을 가진 후보가 여성정책을 내세우며 여성들의 환심을 사고자 한다니 한숨지을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 날 충북여성연대(준)도 두 사람의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한편 이 사건에 대해 충북도 관계자는 “지사께서 ‘그 날 분위기가 너무 엄숙해 분위기를 띄우려고 한 발언인데 본의 아니게 확대됐다. 다른 뜻은 없었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 그대로다”고 전했다. 이 사건 후 이 후보 측에서는 경선에 영향을 미칠까 조심하는 눈치이고, 충북도는 지역 여성계가 강력 항의하자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다. 박근혜 후보 측도 노 코멘트로 일관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또 한 번 시대착오적 성의식을 가진 당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 후보와 정 지사가 같은 한나라당이기 때문에 결국 당이 욕을 먹게 된 것. 그러자 ‘죄없는’ 박 후보 측은 이렇다 저렇다 말도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격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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