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 교육사회전공 대원생들, L모 교수 퇴진요구

‘L교수 퇴진을 요구하며 퇴진이 이루어질 때까지 수업을 전면 거부한다’ ‘L교수 퇴진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자퇴를 각오하고 끝까지 투쟁한다’ ‘학교당국의 미봉책이 계속될 경우 총장 퇴진운동도 불사한다’.

한국교원대 학생들이 성났다. 학생회관과 학교 곳곳에는 L교수의 성희롱·폭언·폭행 등을 고발하는 대자보가 무수히 붙어 있고,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플래카드까지 걸려 있다. 그리고 지난 29일에는 이 학교 학부와 대학원생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도 열렸다. 교수 한 사람의 행동을 규탄하는 집회에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참석하고, ‘총력’을 기울여 퇴진운동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수한 성희롱 발언들

결론부터 말하면 L교수는 학생들에게 그동안 교수로서 차마 담지 못할 폭언과 인격모독, 성희롱 발언을 여러차례 해왔고 폭행도 비일비재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적인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 3∼4일 경남 하동에서의 MT 자리에서 벌어졌다. 교육사회전공 대학원 1학년 생 5명은 L교수와 함께 1박2일 일정으로 갔으나 “교대생 85%는 쓰레기야. 15%만 쓸만한 놈이야” “너 나한테 잘 보이고 싶지? xx놈아, 너는 교원대에 있을 자격도 없는 놈이야” 등의 비인격적인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들 대학원생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교사로 2년 동안의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한 ‘파견교사’ 들이다. 이외에도 L교수는 여학생들에게 “너는 애인 만나면 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뽀뽀하고 섹스할 생각부터 하지?” “한국여자는 몸만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말 데리고 자봐야 돼” “멍청한 년은 화장을 하기 전에 머리부터 빗는 년이야” 등의 성희롱 발언과 인격모독을 했다고 학생들은 털어놓았다. 그는 또 한 여학생에게 “앞에서 안으면 이상하니까 뒤에서 안아달라”고 했는가 하면 다른 여학생에게는 “여보라고 부르라”고 시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L교수는 경남 하동에 있는 개인 소유의 별장 ‘청아당’으로 학생들을 호출하고 그 곳에서 가진 술자리에서 남학생에게는 ‘놈’, 여학생에게는 ‘년’이라고 부르며 교육자로서 할 수 없는 행동과 말을 마구 퍼부었다고 학생들은 분개했다. 그래서 이들은 MT에서 돌아온 뒤 바로 일련의 일들을 사건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 학생 모씨는 “돌아올 때는 별장에서 도망치듯 빠져 나왔다. 그 뒤 ‘L교수 퇴진을 위한 비상대책위’를 조직하고 비대위에서 L교수와 면담을 했다”고 주장했다.

“사기당한 기분”

이미선 비상대책위원장(총학생회장)의 말이다. “L교수가 울면서 학생들에게 사정한 뒤 이 일을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언론에 보도되자 사과문을 발표했다. 물의를 일으킨 점을 반성하고 어떤 처벌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글은 조교가 썼을 가능성이 있어 진실여부를 의심하고 있다”며 “2000년 8월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는데 유야무야되고 말았다”고 전했다.
실제 이번 사건이 터지자 한 교육대학원 졸업생인 교사 모씨는 “L교수는 지난 98년 1∼3학년 상견례시 밴드를 부르고 170만원 상당의 술과 음식을 먹도록 주도했다. 그리고 ‘남편과 아이 재워놓고 자위행위 해보았냐’며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이야기를 연구실에서 했는가 하면, 식당에서 술을 마시던 중 학생을 폭행하고 여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겠다고 바지를 벗으려 했다. 또 별장 청아당에 갔을 때는 여학생들과 동침을 하기도 했다”고 용기있게 제보했다. 따라서 현재 학생들은 L교수가 상습범으로 여러 학생들에게 상처를 줘 학교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쟁률이 지원자의 10대 1까지 갈 정도로 인기가 높은 현직교사 특별연수제도에 참가한 교사들은 “사기당한 기분”이라며 현재 L교수 강의뿐 아니라 모든 수업을 거부하고 있다.

교수와 대학원생과의 관계

소위 지식인이라는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폭언 등의 비인격적인 행동을 하고 또 이런 일이 벌어져도 별일 아닌 것으로 넘어가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학생들은 교수와 대학원생의 ‘주종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학생의 말이다. “학위를 볼모로 은행·세탁소 심부름도 다 해야 하고, 식사대접도 모두 학생의 몫이다. 교수한테 찍히면 학위 못 받으니까 꾹 참고 버틴다. 특히 교원대 계절제 대학원 수업은 여름·겨울방학에 이루어져 교수가 잘못을 해도 이의제기 하기가 어렵고, 석사과정도 2년이면 끝나 ‘좋은게 좋은 것’이라고 넘어가기 일쑤다. 이번에 L교수 건이 사건화된 것은 여러 명이 집단으로 당한데다, 교사들이 용기를 냈기 때문이다.”
지난 96, 97, 98년 세 차례에 걸쳐 학생들이 ‘폭력교수’라며 강력하게 퇴진을 요구했던 K 모 교원대 교수도 기껏해야 경고 및 행정조치로 끝났다. 당시 K교수 퇴진운동이 광범위하게 진행됐음에도 학교측의 비협조로 K교수는 현재 교원대에 재직중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중징계 한다고 해도 몇 개월 지나면 다시 학교에 나오므로 차제에 문제있는 교수를 해임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하고 있다.
MT에 동행했던 4명의 파견교사들은 지난 4월 14일 L교수를 충북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 관계자는 “L교수가 성희롱과 폭언, 폭행은 시인하지만 뒤에서 학생을 끌어안은 적은 부인했다. 술이 많이 취해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하면서 학생들과 신체접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L교수는 금년 1학기 강의를 포기한 상태나 현재 연락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으나 지난 28일 검사로부터 보강지휘가 떨어져 경찰측에서는 고소인과 피고소인을 대질심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완호 교원대총장은 “학교측에서도 이 사건을 조사중이고 각 처장들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상의하고 있다”면서현재 진행중이어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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