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올해 2회차 시험, 여성 합격률 더 높아
부서배치시 성차별 거의 없지만 여직원 꺼리는 부서장도 있어

올해 외무고시 합격자 여성비율이 67.7%로 나타나 전국민을 놀라게 했다. 지난해 36.0%보다 크게 증가한 숫자다. 외무고시 수석합격자도 여성이 차지했다. 사회 각분야에서 여성들의 약진이 거세다. 여성공무원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국가직 공무원 중 여성공무원 비율이 21.5%이고 최근 5년간 9급 공무원 공채시험 여성 평균 합격률이 5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만 보더라도 올해 2회차 시험 때 선발된 남성 공무원이 123명인데 반해 여성은 151명으로 여성이 28명이나 더 많았다. 청주시는 지난해 9급 공채시험에서 남성을 46명, 여 36명, 2005년에는 남성 52명, 여성 34명을 선발했다. 이렇게 남성 공무원 숫자가 많더라도 과거에 비해 격차가 훨씬 줄어들었다. 따라서 향후 10년 후에는 여성의 합격률이 남성을 앞지르는 결과가 올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여성들이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남성들과 차별없이 동등한 대우를 받고, 경력을 쌓을 수 있으며 결혼 후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체에 근무하다가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서 뒤늦은 나이에 공직에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충북도, 최근 6급 승진자 모두 여성
과거에는 여성공무원의 숫자가 손에 꼽을 정도였고 여성이 들어오면 민원실이나 여성부서에 배치하는 게 관행이었다. 현재 5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들은 대부분 이런 차별을 겪었다.

도내 고위직 여성공무원 모씨는 “남자들과 똑같이 들어가도 으레 여성부서나 민원실로 보냈다. 기획·총무·예산같은 주요 부서는 남성들의 차지였다. 그렇게 해놓고 고위직이 되면 경험이 적어 주무부서 장을 맡길 수 없다고 해 얼마나 억울했는지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성차별이 많이 없어졌다는 게 여성공무원들의 말이다. 실제 충북도의 여성공무원은 6월 30일 현재 산하기관을 포함해 384명에 이른다. 전체 2617명 중 14.7%를 차지하는 숫자다. 이 중 6급 이하 여성들을 보면 노근리사건실무지원단과 자원관리팀 등 2개 부서를 제외한 나머지 부서에 골고루 배치돼 있다.

또 전체 1719명 중 여성공무원이 461명으로 전체의 26.8%를 차지하는 청주시도 6급 이하 직원들이 부서에 관계없이 골고루 분포돼 있다. 청주시는 산하기관을 포함해 세정과와 목련공원관리사업소·자원안정화사업소에만 여직원이 없다. 충북도의 한 직원은 “7월 1일자 6급 승진자 5명이 모두 여성이어서 깜짝 놀랐다. 여성공무원과의 경쟁이 점점 치열해져 남성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장이나 계장 혹은 팀장 등이 여성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풍토도 있다고 한 공무원은 귀띔했다. 그는 “사무적으로 하는 일은 여성들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일찍 출근하고 야근하는 것도 남성과 똑같이 하고 모든 업무에서 특별대우를 받지 않는다.

다만 신체적인 힘을 필요로 하는 경우 남성보다 약할 수 있다. 이런 점을 내세워 차별하는 사례는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조건이면 부서장이 남성을 선호하는데, 공직사회에도 하루빨리 성평등의식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공무원 이래서 좋다
“성 차별 없고 능력 인정”

변 인 순 / 충북도 축산위생연구소 총괄주사·행정6급

취업하기 힘든 시대상황 때문인지 요즘 공무원이 인기직종으로 떠오르고, 특히 여성공무원은 신부감 1순위라고 한다. 내가 공직에 첫발을 들여 놓던 14년 전만하더라도 대학졸업자들에게 9급 공무원이 지금처럼 인기 있지 않았다. 선배의 권유로 우연히 공직에 들어섰지만, 지금은 일에 대한 만족도도 높고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도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하니 공무원이 된 게 정말 잘한 일 같다.

비록 봉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검소하게 생활하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고, 우리사회 문제점인 지연·학연과 같은 비합리적인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기 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평가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는 점은 민간기업보다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도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긍심도 있고, 특히 여성의 경우 가정을 돌보며 자기 일을 소신껏 할 수도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과 차별을 받지 않아서 좋고, 능력에 따라 승진이 가능하고, 원한다면 다양한 행정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생각한다.

물론 처음 공무원이 되었을 때는 정시 출퇴근과 책상에서 서류만 만지는 걸로 생각했다가 발령 첫날부터 저녁 9시까지 산불비상근무를 하고, 주말엔 비상근무·일직 등으로 거의 쉬지를 못해 내 생각이 많이 잘못됐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꽃묘 식재, 쓰러진 벼 세우기, 불법광고물 제거, 체납세금 자동차 번호판 떼기 등 거의 막노동 수준에 가까운 일들을 해야 했으며, 비상시(산불·태풍·수해 등)에는 새벽4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2시에 퇴근을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괴산군 청천면을 시작으로 청원군을 거쳐 도청에 이르기까지 14여 년 동안 다양한 행정업무를 경험하면서 한순간도 공무원된 걸 후회한 적은 없었다. 충북도 국제통상과에 근무할 때는 이원종 지사님을 모시고 독일 마인쯔로 가서 수개월을 설득했던 쇼트사(SCHOTT)와 외국유치 협약을 체결하여 도정에 한 획을 그었다. 또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역시 이 지사님과 일본 투자유치 협약식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은 평생 못 잊을 것이다.

여성에게 공무원은 참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행정 추세도 섬세함·유연성 등 여성의 장점이 많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난 요즘 친한 여성후배들을 만나면 공무원이 될 것을 ‘강추’하고 있다.

20여년 공무원 해보니...
“패기있는 젊은이여 오라”

고 행 준 / 충북도 정책기획관실·행정6급

일반인들은 공무원하면 우선 ‘봉사’라는 개념을 떠올린다. 공무원으로 임용되면 공직자로서 긍지와 보람을 가지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신명을 바칠 것을 다짐하는 선서를 한다. 이는 국민을 대신해 행정을 집행하는 공복으로서 책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직장인들보다 공무원에게는 엄격한 윤리와 도덕성을 요구한다.

84년 단양군 대강면사무소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나는 항상 봉사자라는 생각을 갖고 산다. 충북도로 전입와서 사회과·도의회 사무처·충북과학대·총무과·복지정책과 등을 거치면서 많은 행정경험을 했다. 지금은 정책기획관실에서 행정감사와 도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공무원으로서 보람을 느끼는 때는 내가 추진했던 업무가 잘 돼서 도민들에게 도움을 줄 때다. 사회과에 있을 때 충북도 종합사회복지센터를 준공했는데, 요즘 전국에서 벤치마킹하러 온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

그리고 지방자치제가 부활되고 나서 도의회가 구성된 초기, 의회 사무처에서 근무하며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모든 틀을 새롭게 만들던 시점이라 일이 많았으나 지금은 궤도에 오른 의회를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되고 자기계발 기회가 많으며 큰 어려움이 없다는 장점도 있지만, 내가 기획한 서류 한 장이 도민들 한 명 한 명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또 그 만큼 책임감도 따르지만, 내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의식은 곧 공무원에 대한 자부심으로 연결된다.

공무원들은 항상 주민편에서 업무를 추진하지만 국민들은 어느 부분에 대해 사시적으로 바라본다. 철밥통이라는 인식과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업무태도를 가졌다는 것인데 요즘은 무능공무원 퇴출제 등으로 반드시 철밥통만은 아닌 시대에 돌입했다. 또 소극적이고 수동적이지도 않다. 세계를 누비며 투자유치를 하고, 주민숙원을 풀기 위해 중앙부처를 오르내리며 주민들을 만나기도 한다.

공무원시험이 수십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날 시험을 본 수험생 줄이 단순히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위한 행렬이 아니기를 바란다. 공직사회도 변화와 젊은 감각, 발상의 전환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앞으로는 좀 더 패기있고 진취적인 일꾼들이 공직의 문을 두드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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