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계약직 공채 주장에 집행부 ‘일반직으로’
“의회 사무처 직원 인사권 독립돼야” 여론도

충북도와 도의회간에 직원 채용을 놓고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갈등관계가 아니고 의회직 신설을 어떻게 볼 것인가 라는 과제를 던져주었다.

현재 도의회에는 의회운영위원회·행정자치위원회·교육사회위원회·산업경제위원회·건설문화위원회 등 5개의 상임위가 있다. 이 위원회 전문위원실에는 4급 전문위원과 6·7·9급 직원들이 있고 이번에 5급 전문위원 3개가 신설된다. 그런데 이를 일반 행정적으로 할 것인가, 계약직 공채를 할 것인가 논의한 결과 의회에서는 계약직으로 결론을 낸 상태나 집행부에서는 일반직을 고집하고 있다.

▲ 충북도와 도의회가 계약직 채용건을 놓고 부딪쳤으나, 해묵은 문제가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 오른쪽은 오장세 도의장./사진=육성준기자
이필용 행정자치위원장은 “의회에서 3명을 계약직으로 뽑기로 하고 집행부에 공문을 보냈다. 그런데 도지사가 지난 6월 29일 발행되는 도보에 도의회 사무처 직원 1명을 계약직으로 선발한다고 게재했다. 나머지 2명은 일반직으로 해서 집행부에서 발령낸다는 얘기다.

이는 명백한 약속위반이기 때문에 도지사의 훈령은 잘못된 것이다. 의회 사무처 직원은 의장의 추천에 따라 도지사가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계약직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집행부에서도 발령을 낼 수 없을 것이다. 의장이 추천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임명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지난해 도의회에서 보좌관제 신설을 요구했으나 행자부에서 불허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자 행자부에서 보좌관 대신 전문인력을 보강해 주겠다며 5급 신설을 승인했다. 이런 배경에서 사람이 충원되는 것인 만큼 일반 행정직이 아닌 계약직 공채를 뽑자는 게 의원 대부분의 생각이다. 집행부에서는 의회 사무처에 직원을 추가로 보낼 수 있게 됐다고 보겠지만 우리는 집행부 눈치 보지 않고 일하는 일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회직 신설 어떻게 생각합니까?”

오장세 의장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고한 신념을 보이고 있다. 오 의장은 지난해 보좌관제가 무산되면서 대안으로 의회 사무처의 인사권 독립을 꼽았다. 그는 “의회 사무처 직원들의 인사권이 독립되지 않으면 의회는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회처럼 의회직을 신설해야 한다. 사무처 직원들의 인사권이 집행부에 있는데 일을 열심히 하겠는가. 전문위원실은 구조적으로 일을 잘 할 수 없다. 의회직을 신설해 의회에서 뽑아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집행부 공무원 모 씨는 계약직 보다 행정경험이 많은 공무원이 의원들을 보좌하는 것이 여러 가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충북도는 지난 9일 5급 사무관 인사를 단행하면서 도의회 사무처 5급 증원에 따른 인사를 하지 못했다. 도의회와 협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행부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인사를 앞두고 누가 의회로 갈 것인가 여러 가지 말들이 나왔으나 인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집행부 관계자는 “양 기관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인사발령을 내지 않은 것이고 앞으로 계속 논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오장세 의장과 정우택 지사가 각각 이명박,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는데다 도의원들도 親李와 親朴 계열로 나뉘어 의회와 집행부간에 의견이 다를 때는 항상 ‘갈등’으로 비쳐지는 경우가 많다. 항간에서는 이번에도 양측간에 갈등의 골이 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집행부에서 도의회 사무처 직원을 인사발령내는 제도에 대해 의원들은 항상 문제를 제기해왔고, 이번에 해묵은 과제가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의장이 의회 사무처 직원을 받을 때 추천하는 형식을 띠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집행부 공무원이 의회 업무를 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가 불거진 만큼 차제에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지 그렇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이런 문제가 표출될 수 있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참고로 부산과 경기도, 경북은 전문위원의 일부를 계약직으로 뽑고 있다. 

‘적과의 동침’ 도의원들, 불만 표출
도지사 눈치보는 사무처 공무원들 한계 지적

도의원들은 각 상임위 전문위원실 직원들에 대해 근본적인 불만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일부 시각이기는 하지만 의원들은 집행부 소속인 공무원들이 열성을 다해 의원들을 도와준다기 보다는 집행부 편에 서서 적당히 보좌하는 선에 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의 인사권을 도의장이 아닌 도지사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모 도의원의 말이다. “전문위원실 직원들은 의원들이 집행부를 상대로 행정사무조사를 하거나 질문할 때 열심히 도와주지 않는다. 집행부의 문제점을 들춰내면 집행부로부터 눈총을 받고 인사상 불이익을 당할까봐 그러는지 의원들이 자료요구 하는 것 갖다주는 게 전부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의회에 가서 열심히 하면 바보라는 말까지 있다.”

의원들은 현재 전문위원실의 역할이 의원들에게 자료 챙겨주는 일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료를 분석·종합하거나 현장조사를 나가고 혹은 질문거리를 제공하는 게 아니고 단순히 집행부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전달하는 것에 머무른다는 것이다.

모 의원은 “의회 회기가 한 달에 10일 정도 되지만 실제 일하는 날은 주말 빼고 1주일 가량이다. 그래서 집행부 공무원들보다 훨씬 여유가 있는 게 사실이다. 또 전문위원은 말 그대로 행정경험을 바탕으로 의원들에게 전문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정년퇴직 1~2년 남겨놓은 사람들이 쉬러 오는 자리가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따라서 의회 공무원은 의회직을 신설해 따로 직원을 채용해야 하고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단계적으로라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의원들의 주장이다. 한 의원은 “어떤 전문위원에게 자료 달라고 했더니 왜 특정시설을 찍어서 질문 하느냐며 주지 않았다. 자료를 많이 요구하는 의원들은 오히려 전문위원실 직원들에게 왕따 당하기 십상이다”며 “의회 공무원들의 인사권을 의장이 가지고 있어야 집행부 감시를 제대로 할 것이다. 인사권은 도지사한테 있고 업무는 집행부 감시하는 일을 맡기니 열심히 하겠는가”라고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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