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것은 재미없다

갤러리 신이 주최하는 ‘나도 화랑간다’ 기획전이 올해로 3회째를 맞는다. 오는 4월 21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리는 ‘나도 화랑간다’전시 코드는 ‘참여미술’이다. 화랑이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부수고,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술로 꾸미는 놀이판이다. 그러나 놀이판에서 노는 사람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전시장 문을 열겠지만, 판을 꾸리는 갤러리나 참여작가는 매번 녹록치 않다. 관객을 위한 특별한 배려뿐만 아니라, 작품으로서 일정수준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또 대대적인 홍보도 그렇고, 떼지어 오는 아이들이 무사히 관람하도록 신경도 써야한다. 그래서 미술관 놀이터는 치밀한 계획들이 숨겨져 있다. 더군다나 미술관을 한번도 안가본 사람들이 대다수인 ‘청주’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부제는 ‘다다다다다’다. ‘다다다다다’는 어린이들이 놀이할때 내는 소리에서 의미를 따왔다. 형식이나 규율에서 벗어나 작가와 함께 느끼고, 상상하고, 참여해보자는 것. 참여작가는 손순옥씨와 변시재씨다.
변시재씨의 작품 주제는 ‘외로움을 소화하다’다. 전시장에는 높이가 3M나 되는 대형 ‘위(胃)’가 설치된다. 에드벌룬에 바람을 잔뜩 집어넣어 만든 대형 ‘위’는 모든 음식물을 소화하는 신체기관의 이미지를 따와 인간의 외로움은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에 대해 묻고 있다. 이 ‘위’로 들어가는 열쇠는 입구에 달린 지퍼. 지퍼를 열면 바닥에 솜을 깔아놓은 공간이 나온다. 엄마의 자궁과도 같은 방에는 또 다른 지퍼가 있고, 이것을 열면 미디어가 설치된 방이 나온다. 모니터를 통해 작가가 만든 영상물을 보여주고, 이는 대형 ‘위’ 밖에 있는 미디어와 연결되어 안에서 펼쳐지는 행동들을 모니터를 통해 여과없이 보여준다. 변시재씨는 “미디어를 통해 외로움을 소화해갔던 작가의 어린시절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손순옥씨는 ‘꿈꾸는 사과’를 설치한다. 사과에 한지를 덧붙이고 일일이 속을 파낸 이 작은 사과들은 새로운 꿈꾸기를 시도한다. 말끔히 포장된 사과지만 그 속은 텅비어있고, 삶에서 점점 소외되어 가고 있는 ‘자아’에 대해 묻는다.
또 이 작은 사과는 유년시절 기억의 한토막이기도 하며, 또한 현재의 일상을 들여다 볼수 있는 작은 거울이다. 한지로 사과를 재현하는 비교적 느린 작업을 통해 작가는 자아와 긴 대화를 나누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작가노트에서 “일상에서 꿈꾸기는 수없이 반복되는 방황과, 좌절 서성거림의 연속이다. 일상을 담아내는 작은 사과들 또한 각기다른 표정과 모습을 하고 있다. 어느 사과도 똑 같은 것이 없다. 사람들이 제각각의 모습을 띄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양한 사람과 일상을 받아들이는 것은 새로운 꿈꾸기의 시작이고, 희망이다”라고 서술한다. ‘이것은 사과가 아닙니다, 시간입니다’에서는 한지위에 매니큐어를 덧발라 색과 꿈을 입힌 사과들이 모빌형태로 설치되고, ‘절반의 사과’, ‘꿈을 먹는다’등이 전시된다. 그리고 ‘사과 그리고 지우기’는 캔버스위에 대형사과를 그려놓아 관객들이 빨간색 볼펜을 사용해서 그 안을 메꾸고, 또 검정색 볼펜으로 덧칠하여 ‘이 사과는 실제사과가 아니다’라는 텍스트를 공유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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