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강희 편집국 부국장

   
지난 5월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데없는 피켓시위가 벌어졌다. 서울시내 구청장 7명이 남미 외유에서 돌아오는 날,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이들의 행동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에 주민감사를 청구키로 했다.

그뿐 아니라 차제에 관광성 예산낭비 외유를 일삼는 선출직 자치단체장들에게 철퇴를 가하기 위해 주민소송·주민소환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구 예산 1960만원으로 13일 동안 아르헨티나·페루·칠레 등을 방문했으나 업무와 관련된 곳은 별로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공기업과 공공기관 감사들도 단체로 브라질·아르헨티나·페루·칠레 등 남미로 외유를 다녀와 혼쭐이 났다. 이들도 개인 돈이 아닌 예산으로 떠났다가 관광성 외유 논란이 일자 중도에 귀국했다. 세계인이 가보고 싶어하는 세계 최대 ‘이과수폭포’ 앞에서 혁신세미나 하러 가느냐는 국민들의 분노와 감사 전원 해임하라는 공공기관 노조의 요구가 들끓었다.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직원과 교사 등 12명도 최근 바람직한 학교선택권 확대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동유럽 3개국을 방문하고 돌아와 역시 관광성 외유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미 고교선택권 시행안이 확정됐음에도 이같은 이유를 대고 외국에 나간 것은 관광성이라는 게 한결같은 목소리다.

하지만 관광성 해외연수 문제는 너무 늦게 터졌다. 이미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다녀오는 관광성 외유는 곳곳에서 문제가 돼왔다. 지역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공무원들이 업무와 연계해서 나간다는 해외연수, 내용을 알고 보면 절반 가량이 관광성이다.

충북도는 2007년 해외연수 비용으로 당초예산에 10억5000여만원을 세웠다. 그러나 이 것도 당초예산이지 더 늘어날 가능성도 많다. 모 지자체 연구용역을 맡아 했던 도내 대학 모 교수는 몇 년 전 용역비를 ‘소비’하기 위해 공무원과 연구팀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무원들의 해외여행은 정해진 예산, 정해진 기간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지방의원들의 해외연수는 또 어떤가. 올해 충북도의회 행자위는 미국·멕시코·쿠바, 교사위는 그리스·터키·이집트, 산업경제위는 인도·네팔, 건설문화위는 그리스·터키·이집트로 다녀왔다. 두 군데 상임위가 그리스·터키·이집트로 간 이유는 ‘가보지 않은 나라를 가기 위해서’ 였다. 1년에 한 번씩 공식적으로 해외에 나가는 의원들이 방문국을 고를 때의 기준은 재미있고, 평소 가기 어려운 나라이다.

연수 주제와는 전혀 상관없다. 연수일정도 관광회사에서 짜기 때문에 유명 관광지 위주로 돌고 기관방문 몇 개 끼어넣는 수준이다. 이들은 연수 떠나기 전, 청주부패방지네트워크에서 그동안 조사한 자료를 발표하고 관광성 연수를 공식적으로 비판했음에도 아랑곳 없이 다녀왔다. 다녀온 뒤에도 개선방안 하나 내놓지 않았다.

그리고 청주시의회는 요즘이 해외연수 시즌이다. 운영총무위는 이미 뉴질랜드와 호주를 다녀왔고, 사회경제위는 5월 31일~6월 7일 이탈리아·스위스, 도시건설위는 6월 4일~10일 인도·말레이시아로 떠날 예정이다. 시의원들 또한 시민단체와 언론의 지적에 귀기울이는 모습이 전혀 없다. 이들은 여론의 화살을 빗겨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예산으로 가는 해외연수, 너무 난립해 있다. 차제에 메스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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