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폭력·경제력 갈등서 살인 성폭행까지
온 가족 치유프로그램 민·관·경 동참해야

   
▲ 최근 극단으로 치닫는 가정폭력이 사회문제와 되고 있는 가운데 남편으로 부터 상습 폭행을 당해 온 한 여성이 피멍으로 얼룩진 자신의 몸을 보여주고 있다.

친딸을 9살부터 13살까지 무려 5년 동안 성폭행한 40대 아버지. 술에 취해 며느리와 말다툼 도중 집에 불을 지른 시어머니. 별거 중인 아내의 외도를 따지다 살해한 남편. 자신을 교도소로 보낸 부모를 찾아내라며 외숙모를 살해하고 외사촌 형수를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트린 조카. 외도를 눈치 챈 남편을 조직폭력배까지 동원해 청부 살해 하려한 아내. 별거 중인 아내의 교제를 허락한 장인을 살해한 사위.

이처럼 최근 도내에 반인륜적인 가정폭력 사건이 잇따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더구나 가정해체에 이르는 가정폭력은 사회 근간(根幹)마저 뒤흔들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가정폭력 예방활동과 가피해자의 치유를 위한 각종 상담활동을 벌이고 있는 도내 가정폭력상담소와 행정기관, 경찰 관계자를 만나 원인진단과 대안을 찾아 봤다.


◆원인 진단 =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에 대해 전에도 있었고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가부장적인(마을 공동체) 사회는 체면과 가문을 더 중시, 가정폭력을 가정의 문제로 치부하고 덮어두기 일쑤였다. 하지만 급변하는 사회에 ‘가정폭력방지특별법’이 마련되면서 가정폭력은 더 이상 가정의 문제로 머물기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가정폭력 사범이 법적인 처벌을 받으면서 언론에 오르내리고 심각한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

가정폭력이 우려 되는 것은 단순폭력과 경제권(생활비)의 통제에 머물던 폭력이 갈수록 심각해져 이제 성폭행과 살인에 까지 이른다는 점이다. 이는 봇물처럼 쏟아지는 인터넷 음란 동영상과 미디어 발달에 따른 폭력적인 성향과 세태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더욱이 집안을 통제할 어른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점도 꼽는 이가 있다.

장유유서(長幼有序)에 따라 집안 어른이 명예를 중시하고 사회 금기사항을 인식 시켜 주던 마을 공동체 사회(전통 사회)가 급격히 몰락, 통제받지 않는 사회가 됐다는 것. 여기에 정서순화의 순기능을 발휘해야 할 종교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도 지적하는 이가 있다.

종교의 자유가 지켜지고 있지만 ‘방황하는 영혼’을 제대로 구제하지 못한다는 것. 흔히 범죄를 즐기는 ‘사이코 패스’ 환자의 예를 들기도 했다. 특히 관련법 미흡과 가피해자를 조기에 치유할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의 미비를 꼽는 이도 있다. 현행 <가정폭력방지특별법>이 보호법에만 치중, 처벌법이 미흡해 재발률이 높다는 것.

또한 근본적인 갈등 구조를 해결해야 할 가해자에 대한 치유 프로그램이 미흡하고 피해자의 치유에 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갈등의 원인인 경제적 이유와 대화의 부족 등을 조기에 해결 할 수 있는 사회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

◆해결 방안 =  YWCA 가정폭력상담소 김미경 소장은 “실제 가정폭력이 많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가정폭력방지법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보다 세분화 시키고 강화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범죄라는 인식이 더욱 확산돼야 한다. 물론 사회 응급실과 같은 상담소의 기능도 강화돼야 한다.

가피해자들의 심리적 안정과 치료, 법률적 지원과 의료 지원 등을 안내해 주기 때문이다. 또한 양성평등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마치 화목한 가정을 위해 여성이 인내해야 하는 것처럼 여기는 잘못된 사회 인식부터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청주 여성의 전화 최영희 소장과 김영숙 상담사는 “폭력 예방 교육은 유치원부터 시행돼야 한다. 교육청과 경찰청, 시민단체 등이 연계해 가정폭력이 사회범죄라는 강한 인식부터 심어줘야 한다.

특히 가정폭력방지법의 큰 줄기인 보호법과 처벌법 중 처벌법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 아직도 가정의 문제로 여겨 미미한 수준의 보호처분과 수강명령 정도 만 내려진다. 법이 있으나 처벌이 미약하기 때문에 재범이 발생한다. 외국의 사례처럼 곧바로 48시간 격리 수용하고 온가족이 가피해자가 되어 교육(치유)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 가정법률상담소 이송화 부장과 송수진 부장은 “건강한 가정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결손 가정, 조손 가정도 양부모 가정 못지않게 건강한 가정이다. 또한 지난 98년 가정폭력방지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3년 동안의 실태 조사에서 50%만이 관련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제대로 된 홍보가 필요할 것이다. 가정폭력의 원인은 다양하다. 경제적인 이유 폭력적인 부모로부터의 대물림 등 따라서 온가족이 함께 치유를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경찰의 초동수사 단계에서 상담사가 함께 가정의 문제에 접근하는 것도 필요하다. 검찰의 상담위탁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지기까지 3개월을 기다리다 보면 이혼하고 찾아오는 부부가 대부분이다”고 지적했다.

충북도 여성정책과 장석필 주사는 “지난해 7월29일까지 가정폭력방지법이 수차례 개정됐다. 11개 시·군에 16개의 가정폭력상담소가 운영되고 있다. 건강한 가정을 지키기 위해 조직개편을 통해 가족 지원계(담당자)도 새롭게 증설했다.

이는 건강한 가족에 대한 종합적 지원을 위한 조직개편이었다. 구체적으로 건강한 가족센터를 설치 ‘건강한 가정사’를 전격 배치하고 각 시군의 여성회관에도 전문 상담사를 배치, 가정문제 상담을 통해 각종 폭력과 가족해체를 예방하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 경찰청 생활안전과 최경식 과장은 “가정의 달을 맞아 여성단체, 충북도 등과 연계해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반 치안예방활동처럼 신고요령 스티커를 배부하고 존속상해와 살인의 경우 가중처벌 받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민관이 하나 돼 예방활동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도내 천태만상 가정폭력 사건일지

-청주지법 형사 2부는 3월 22일 친딸을 5년여 동안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40)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청주지법 형사 2부는 3월 23일 며느리에게 맞은데 화가나 술을 마시고 집에 불을 지른 시어머니 김모씨(47)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청주 상당경찰서는 3월 26일 별거 중인 아내를 살해한 서모씨(41)를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서씨는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과 내연의 관계를 맺은 아내 이모씨(39)를 찾아가 따지다 흉기로 찌르고 경찰에 신고한 혐의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4월 3일 자신을 존속상해 혐의로 교도소에 보낸 부모를 찾아 내라며 말다툼 도중 외숙모 홍모씨(83)를 살해하고 외사촌 형수 권모씨(53)를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트린 박모씨(40)를 존속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청주 흥덕경찰서는 4월 5일 외도를 눈치 챈 남편을 살해하려 청부 폭력배를 동원한 이모씨(36·여)와 내연남 한모씨(30), 조직폭력배 이모씨(30)등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청주지법 형사 11부(재판장 오준근 부장판사)는 4월 5일 별거중인 아내의 교제를 허락한 장인을 살해한 사위 류모씨(45)와 친구 김모씨(42)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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