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하류 복하천 ‘붕어’ 세포교란 심각
<한겨레신문>먼지 한 톨 함부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관리되는 ‘클린룸’. 그 속에서 새하얀 방진복을 입고 작업하는 노동자들. 이렇게 언론에 비춰지는 모습 탓에 반도체 산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오염과는 거리가 먼 ‘무공해 청정산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반도체 제조시설은 청정한 이미지와 달리 100종 안팎의 각종 화학물질과 수십종의 유독물질이 사용되는 유해·위험작업장이다.

환경부가 2004년 여러 산업 부문에서 널리 사용되는 유해화학물질 218종을 대상으로 한 화학물질 배출량 조사에서 반도체 제조업이 포함된 ‘전자부품,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제조업’은 모두 58종의 화학물질을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36개 업종 가운데 화합물 및 화학제품 제조업(208종)과 고무 및 플라스틱품 제조업(65종), 제1차 금속산업(60종)에 이어 네번째로 많은 것이다.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된 화학물질들은 용도를 다한 뒤 공기나 물 속에 섞여들기도 하고, 또 공정 중에 서로 반응해 새로운 물질로 만들어져 환경 중에 배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화학물질의 누출을 감시하기 위한 국내의 사회적·제도적 장치는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는 반도체 선진국에 걸맞지 않게 허술하다.

국민 건강과 환경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는 반도체 공장들에서 인체에 유해한 어떤 종류의 화학물질들이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양을 기업비밀이라며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2002년 조사에서는 국내 반도체산업에 모두 97종의 화학물질이 사용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20종이 유독성물질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산업자원부의 2003년 조사자료를 보면 반도체산업에는 무독성 화학물질을 제외한 유독성 화학물질만 40종 이상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돼 있다. 조사 기관에 따라 달라지는 화학물질의 수는 조사의 부정확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반도체 제조업이 우리나라의 대표산업이 된지는 오래다. 하지만 환경부는 아직도 반도체 제조시설을 대기환경보전법상 별도 항목으로 구분하지 않고, ‘금속의 표면처리시설’에 포함시켜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염화수소 등 4가지 항목만 관리대상으로 삼고 있는 상태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포스핀(PH3), 알진(AsH3), 실란(SiH4), 브롬화수소(HBr), 불화수소(HF) 등의 유독가스와 육불화텅스텐(WF6) 삼불화질소(NF3) 등 이름도 생소한 특수가스들이 대량 사용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기오염물질 배출관리는 이뤄지지 않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반도체 공장의 수질오염에 대한 관리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환경부가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파악한 20가지 유독물질 가운데 반도체 공장 폐수의 법정 수질관리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절반도 안된다. 업체들이 배출허용기준을 성실하게 지키더라도 상당수의 유독물질들이 환경중으로 배출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실제 현재 생산라인 증설 문제로 시끄러운 하이닉스반도체 하류 수계인 복하천이 낙동강하구언과 대청댐, 담양댐과 더불어 전국에서 붕어의 생식세포 교란현상이 가장 심각한 네 곳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은 그런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국립환경과학원 자료를 보면, 복하천의 붕어 ‘이성생식세포’ 발현율은 2003년 10%, 2004년 7.5%, 2005년 12.5%, 2006년 5%였으며, 이 가운데 2005년 수치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이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단 복하천이 환경 호르몬 구실을 하는 유독물질에 심하게 오염돼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다.

김효정 환경부 산업폐수과 사무관은 “반도체 공장을 포함한 폐수배출시설에 대한 관리가 크게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19종에 불과한 특정수질유해물질의 종류를 연차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배출기준을 업종별 특성을 고려해 더욱 차별화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김종률 환경부 대기관리과장은 “대기환경보전법상 별도의 배출시설로 분류돼 있지 않는 반도체 제조시설을 오는 7월부터 산업을 별도의 배출시설로 분류해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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