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의원 올 해외연수 시작, 문제점 지적 아랑곳 않고 출발
연수 다녀온 뒤 결과보고서 달랑, 경비 정산과정도 없어
산업경제위원회(위원장 정윤숙 의원)는 지난 5일 인도·네팔, 건설문화위원회(위원장 송은섭 의원)는 역시 같은 날 그리스·터키·이집트를 향해 떠났다. 그리고 교육사회위원회(위원장 이기동 의원)가 오는 30일부터 4월 8일까지 그리스·터키·이집트로 간다.
부패방지네트워크는 “연수일정 중 목적에 맞는 것이 기관방문인데, 주로 가는 곳이 의회·시청·KOTRA 무역관·복지시설·교육시설 등이다. 이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곳이 의회와 KOTRA 무역관이고 둘러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방문 후 추가적인 진행 일정도 보고된 게 없다. 2005년 산업경제위는 ‘중국으로 이전한 기업에 대한 실태를 중점적으로 파악한다’고 심의위원회에 보고하고 실제 기업방문은 단 한 곳에 그쳤다. 2004년 기획행정위는 비엔나시청을 방문한다고 했으나 실제 방문했는지 의심스럽다. 보고서를 보면 비엔나시의 일반현황만 들어있다”고 꼬집었다.
올해 행정자치위는 백악관과 국회의사당·뉴욕시의회를 방문한다는 일정표를 내놓고 현재 미국·멕시코·쿠바를 여행중이나 이 기관을 방문한 뒤 생산적인 자료를 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정상으로만 그럴 듯하게 해놓고 실제로는 기관방문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도의원들마저도 ‘계획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게 해외연수의 실제 모습이다.
그래서 행자부는 외유성 연수를 막기 위해 교수와 시민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해외연수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을 검토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부패방지네트워크는 “우리가 심의위원회 명단공개를 정보공개 청구했으나 도는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이는 심의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충북참여연대는 2004~2006년에 걸친 몇 번의 회의 내용을 공개했는데 대부분 “여비가 180만원에 불과해 자부담이 걱정된다”는 식이어서 위원회로서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더욱이 의원 해외연수 경비는 정산도 필요없다. 증빙서류를 제출하지도 않고 의회에서 이를 요구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내용
올해 행정자치위는 1인당 경비가 449만원이고 의원들의 자부담이 269만원, 교육사회위는 총 401만7000원이고 자부담이 221만원7000원이었다. 또 산업경제위는 총 경비가 392만5000원이고 개인 부담이 212만5000원, 건설문화위는 총 409만5000원이어서 개인부담이 229만5000원이었다.
따라서 의원들은 “예산 180만원으로는 동남아나 중국, 일본처럼 가까운 나라밖에 갈 수가 없다. 이 돈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부담을 하더라도 볼 만한 데를 가는 것이다. 이런 고충을 이해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 의원들이 자부담하는가에 대해 일부 의혹의 눈길을 보내자 모 도의원은 “상임위별로 월 20만원씩 걷어 적립해 놓는다. 자부담은 사실이다”고 펄쩍 뛰었다.
그러나 이 의원이 해외연수에서 얻은 것을 살려 의정활동을 특별하게 한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모 의원은 “‘의원하는 동안 좋은 구경 해보자’는 마음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해외연수를 의정활동의 한 축이라고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실토했다.
결론적으로 지방의원 해외연수는 필요하다. 세계화 시대에 발 맞춰 나가고 선진제도 및 해외문물을 배우려면 현장에 가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내용이 중요하다. 부패방지네트워크는 “현 심의위원회를 전면 교체해서 해외연수에 대한 실질적인 자문과 문제 개선, 사후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그리고 의원들은 준비단계부터 무엇을 보고 올 것인가를 확실히 정하고, 연수결과를 의정활동에 반영하는 동시에 경비사용 출처를 밝혀야 한다. 적은 금액이라도 투명하게 사용하는 자세를 보이면 주민들의 신뢰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해외연수를 매년 갈 것이 아니라 격년제로 하고 연구결과 보고서를 제대로 만들어 의정활동에 반영토록 하는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말이다. 또 상임위별 성격에 맞게 주제를 정하고 팀을 짜서 한 개 국가를 집중적으로 보고 오는 방안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 번에 3개 국가씩 돌다보면 겉핥기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홍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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