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지속적인 조직폭력배 단속으로 활동이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신흥세력이 속속 등장하는 등 경찰과 조직폭력의 숨바꼭질은 계속되고 있다.
검거와 석방 되풀이, 피라미만 잡는다 비판도
경찰과 조직폭력배간의 숨바꼭질은 끝이 없는가.
12월 들어 경찰이 조직폭력 특별검거령을 내리고 대대적인 소탕 작전에 나서고 있다.
경찰 등 수사기관이 조직폭력배를 소탕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태우 정권 시절인 지난 91년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검거작전을 펼친 것을 비롯해 거의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특별검거기간 등의 이름으로 조폭 검거에 주력하고 있다.
충북을 비롯해 각 지방경찰청에서는 기동수사대 또는 형사기동대 등의 이름으로 조직폭력과 관련된 강력 사건을 전담하는 지방청 직속의 기구를 만들어 이들에 대응해 왔다.
이쯤되면 조직폭력배가 발을 붙일 곳이 없을 법 하지만 감시와 검거의 열풍이 수차례 되풀이 됐어도 이들은 아직 건재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충북지역의 경우 청주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의 세력이 상당히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타 시군에서는 신흥 조직의 활동이 점점 거세지는 등 수사기관과 조폭의 숨바꼭질은 계속되고 있다.

충주에 조폭특수대 신설

충북지방경찰청은 12월부터 조직폭력배 특별 검거령을 내리고 이들에 대한 내사와 첩보 입수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충주, 음성, 단양, 제천 등 도내 북부지역의 수사를 보강하기 위해 충주 구 달천파출소 자리에 조직폭력특별수사대를 신설, 발족식까지 마쳤다.
특별수사대는 충주를 비롯, 도내 북부 지역에서 선발된 7명의 수사인력으로 기존 폭력조직은 물론 신흥 조직에 대한 정보입수와 수사를 전담할 정예 조직이다.
이로서 청주에 위치한 기동수사대와 충주의 특별수사대로 충북을 남북으로 양분 보다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특별수사대가 조폭 검거령에 따른 한시적 조직 형태로 운영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수사대가 충주를 중심으로한 도내 북부지역의 조폭 관련 사건 등 강력사건을 담당할 상설조직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결국 청주를 중심으로한 남부지역을 기동수사대가, 북부지역은 특별수사대가 중점적으로 수사를 담당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사실 그동안 조직폭력에 대한 충북 경찰의 대응은 단호하고 적극적이었다. 법원으로부터 범죄단체 판결을 받은 청주지역의 3개 조직은 최근 들어 그 활동이 상당히 위축되고 있으며 지난 93년 세력간 이권다툼으로 발생한 청주 모 호텔 살인사건을 끝으로 세력다툼 등의 양상은 빚어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유흥업소를 통해 조달되던 자금줄도 상당부분 사라지고 있으며 보호비 명목으로 일정액의 상납금을 뜯어 내던 행태도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올들어 검거한 조직폭력배가 65건에 12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건수는 50.7%, 검거자수는 55.7%가 줄어 들었다.
반면 청소년 성범죄나 윤락행위 사범 등 특별범은 지난해에 비해 268%나 증가, 대조를 보이고 있다.

거물급 조폭은 잠수(潛水)

조직폭력배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경찰의 분석과는 달리 경찰이 행동대장급 이상의 폭력배에 대한 검거 보다 10대나 20대 초반의 이른바 피라미 폭력배의 검거에만 열을 올림으로서 조직폭력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조직을 움직이는 거물들에는 손을 대지 못해 조직은 여전히 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들어 검거된 조직폭력배의 경우 대부분 단순 폭력이나 갈취 혐의가 많아 이같은 지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일선 경찰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90년대 이후 지속적인 단속으로 행동대장급 이상 폭력배들은 이미 처벌을 받았거나 외부에 노출돼 극도로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경찰관은 “활발히 활동했던 거물들은 대부분 복역 중에 있으며 그렇지 않은 경우도 활동 사항이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유흥업소 등의 이권에도 속속 손을 떼고 있으며 조직적인 움직임은 상당히 위축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청주지역 3개파 등 법원으로부터 범죄단체 판결을 받아낸 조직 이외에 시군 단위를 중심으로 하는 신흥 세력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더욱이 연말을 맞아 특수(?)를 노리고 이권에 개입할 수도 있다고 보고 유흥가를 중심으로 내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성탄 특사 등으로 석방되는 폭력배들에 대한 감시 등에도 대책을 세우고 있다.
/ 김진오 기자


신흥조직 예의 주시 해야
경찰은 기존의 폭력조직의 활동이 위축된 것을 지속적인 단속의 효과라고 분석하고 알려지지 않은 신흥 조직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청주지역의 경우 조직간 또는 조직내 이권 다툼 등의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행동대장급 이상 폭력배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신흥 조직들에 대해서는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존 폭력 조직들은 이미 조직원이 노출되는 등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신흥 조직에 대해서는 정확한 실체나 조직원들이 파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충주에 조직폭력 특별수사대를 신설한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폭력 조직에 대한 수사가 인권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킨 전례도 있어 경찰로서도 철저한 사전 정보 입수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끊이지 않는 경찰과 조직폭력간의 숨바꼭질은 검거와 잠행, 신흥세력 탄생 등의 과정을 거치며 끝없는 쳇바퀴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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