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3월 귀국, 이명박 캠프 합류할 듯
1월18일 극비 청주 방문, 지지자들과 회동
콧수염 변신 눈길… 18대 총선 출마 유력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낙선하고 태권도협회장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구속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중국유학을 떠났던 구천서(56) 전 의원이 돌아온다.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구 전 의원은 이르면 오는 3월 귀국한 뒤 고려대 동문으로 평소부터 친분관계가 돈독했던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선캠프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 전 의원은 지난 1월 초 일시 귀국해 이 전 시장과 만났으며, 1월18일에는 극비리에 청주를 찾아 지지자들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전 의원의 청주 방문은 2004년 3월 잇따른 악재를 겪고 청주를 떠난 이후 처음이다.

   
▲ 정치적 좌절과 구속 이후 중국유학을 떠났던 구천서 전 의원의 정치재개가 구체화되고 있다. 구 전 의원은 일단 귀국과 함께 이명박 캠프에 합류해 킹메이커 역할을 맡고 18대 총선 출마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월18일 극비리에 청주를 방문해 자신이 명예이사장으로 있는 충북발전연구소 정기이사회에 참석한 구 전 의원. 구 전 의원을 중심으로 뒷 모습은 오장세 충북도 의장, 오른쪽은 유철웅 충북발전연구소 이사장.
이는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사실상 측근들에게 알린 것이어서 향후 지역정가에 미칠 영향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구 전 의원이 일단은 이명박 전 시장을 도와 한나라당 내부 경선과, 이 전 시장의 경선승리를 전제로 대선 정국에 올인하겠지만 그의 지향점은 결국 내년 실시되는 18대 총선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8대 총선은 아직 1년 이상 남아있지만 올 연말 대선과 맞물려있는데다, 지난 총선에서 충북을 석권했던 열린우리당이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어 구 전 의원의 정계복귀가 미칠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잘 나가는 야당인 한나라당도 잇단 대선 패배와 17대 총선 전멸, 흥덕선거구의 분구 등으로 인해 군웅활거의 전국시대(戰國時代)를 맞고 있어, 총선출마에 뜻을 둔 정치인들은 구 전 의원의 귀국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사들도 몰랐던 구 전 의원의 깜짝 방문
구천서 전 의원은 지난 1월18일 극비리에 청주를 방문해 청주시내 한 중국음식점에서 열린 충북발전연구소 신년행사에 참석했다. 충북발전연구소는 1992년 민자당 비례대표로 14대 국회에 진출한 구 전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설립한 조직으로, 현재는 유철웅 용암신협 이사장(전 자민련 도당 사무처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구 전 의원은 명예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유 이사장 외에도 오장세 충북도의회 의장, 정윤숙 도의원 등 충북발전연구소 이사진을 주축으로 30여명이 참석했는데, 대부분 이사들도 구 전 의원이 행사에 참석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몰랐을 정도로 그의 방문은 전격적이었다. 구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정치적 진로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은채 자신의 중국생활을 화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 전 의원의 청주방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일 행사에 참석했던 한 측근은 “정치에 관심없다면 무엇하러 청주에 왔겠냐”며 “구 전 의원은 지난 1월5일에도 서울에서 열린 고려대 교우회에 참석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교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유철웅 이사장도 지난 1월27일 청주에서 열린 선진미래 충북포럼 출범식에 참석했다가 이 전 시장으로부터 “‘구천서 전 의원을 빨리 좀 귀국하게 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을 종합해 볼 때 구 전 의원은 이 전 시장 캠프에 합류해 킹메이커 역할을 자임한 뒤 18대 총선 출마를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1992년부터 구 전 의원의 중국유학 이전까지 그림자처럼 수행을 맡아왔던 충북발전연구소 김창년 기획실장은 “귀국 시점은 늦어도 6월 이전이 될 것으로 본다”며 “베이징대학에서 박사 준비과정을 모두 마쳤고, 이제는 주 1~2회 수업만 남아있는만큼 비행기 통학이 가능해 3월 이전에 귀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역구 어디인가 초미의 관심사
구천서 전 의원의 정치재개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구 전 의원이 ‘어디로 복귀하는갗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 전 의원은 청주 상당과 흥덕을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구 전 의원은 14대 전국구 의원에 이어 15대에는 자민련 후보로 청주 상당구에서 신한국당 홍재형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지만 16대 선거에서는 열린우리당으로 말을 갈아탄 홍재형 후보에게 패했다. 이후 2002년 지방선거에서는 여당과의 연합공천 형식으로 도지사에 출마했으나 역시 낙선했다.

구천서 전 의원에게 정치적 사형선고와도 같았던 2003년 2월 구속사건은 2002년 2월 실시된 태권도협회장 선거에서 비롯됐다. 구 전 의원은 협회장 선거에서 폭력배를 동원하고 금품을 제공한 혐의(업무방해 배임증재)로 구속기소돼 대해 법원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해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17대 총선(흥덕을) 출마를 준비했으나 2004년 3월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고 중국행을 택했다. 이후 형이 확정돼 집행유예 기간인 2006년 8월까지는 모든 정치활동을 할 수 없었다.

현재로서 구 전 의원이 어느 지역구를 택할 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은 노영민(열린우리당) 의원이 버티고 있는 흥덕을을 점찍을 가능성이 높다. 상대 당 후보를 떠나 현재 당원협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준환 변호사나 흥덕을에서 출마를 꿈꾸고 있는 박환규 도당 부위원장이 상대적으로 출마경험이 없는 초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상당구 조직위원장에 공모한 한대수 도당위원장은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고 2002년 청주시장 당선, 도당위원장 등 경륜과 당 기여도에서 구 전 의원에게 밀리지 않는다.

김창년 기획실장은 “아직 공천문제를 고민할 때는 아니다. 구 전 의원은 자신의 입지와 관련해서는 서울(중앙당)에서 자기 몫을 찾아오는 사람이다. 공천 등의 문제를 가지고 보좌진들이 걱정해본 적이 없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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