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주변사람들 요소요소 배치, 끝이 없는 논공행상
“한나라당 출신 인사 동시 내정은 정치인이라 가능” 여론

정우택 충북도지사 인사시비가 연일 지역사회를 흔들고 있다. 인사 중에서도 외부인 영입에 관한 부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정 지사는 취임후 정무부지사, 비서실 일부 직원을 외부 인사로 임명하고 복지여성국장과 대외협력보좌관 역시 외부인사로 내정했다. 그런데 복지여성국장을 내정하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이두영 청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지난 16일 복지여성국장 인사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민선4기 출범이후 정우택 지사의 인사가 여러 번 있었으나 시민사회단체는 인사에 관한 언급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인사도 상식적인 선에서 이뤄져야 납득할 수 있는 것인데, 이번 인사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즉 그동안 외부인사 영입을 보면서 불만들이 있었음에도 참았으나 이제는 한계에 달했다는 게 지역민들의 말이다.

   
▲ 여성계뿐만 아니라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도 복지여성국장 인사 철회를 요구했다. 16일 기자회견 모습.
/ 사진=육성준기자
취임 전과 취임 후 역시 달라

정 지사는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일했던 권우중(55)씨를 별정5급 비서관, 유경선(34)씨를 별정6급 비서, 송소위(26)씨를 별정9급 비서에 채용하고 홍순철(43)씨를 충북테크노파크 홍보팀장로 발령냈다. 또 이원호 전 한나라당 사무처장을 대외협력보좌관, 한충 전 청주시주차관리공단 이사장을 충북중소기업지원센터 본부장에 내정했다.

이들은 모두 ‘정우택 지사 만들기’에 나섰던 사람들이다. 그러나 비서실 직원을 자신의 측근으로 앉히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외 자리는 논공행상이 너무 지나치다는 여론이다.

그 외에도 정 지사는 최근 한철환 전 충북도의회 사무처장을 충북지식산업진흥원장,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보좌관을 지낸 남양우씨를 충북장애인체육회 2급 팀장으로 임명했다. 안 그래도 도 출연기관장이 정년퇴직을 앞둔 도 간부급 공무원이나 선거 때 혁혁한 공을 세운 민간인, 혹은 단체장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직원들도 아무런 기준없이 뽑아 문제가 많았는데 민선4기 들어서도 이런 현상이 계속된다면 출연기관의 전문성은 확보될 수 없을 것이다.

정 지사는 도지사 직무인수위를 통해 출연기관장을 선발할 때 투명하고 공정한 선발시스템을 구축한다고 밝혀 좋은 인상을 주었다. 구체적으로 공정한 인사기준을 마련하고, 극소수 인원에 의한 인사권 전횡을 방지하며 인재추천과정에서 견제와 균형에 의한 인사추천과 검증과정을 확립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도는 취임 이후 출연기관장을 내정하고 직원을 채용하면서 외부에 공개한 인사기준이 전혀 없었다. 도민들은 물론이고 언론들조차 도에서 내정 발표를 한 뒤 아는 정도였기 때문에 투명하고 공정한 선발시스템을 적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동안 실시된 인사는 도지사의 코드인사 내지는 측근에서 추천하는 사람을 기용하는 것이었다고 보는 게 중론이다. 결국 정 지사는 당선 직후에만 인기정책을 내놓고 취임 이후에는 ‘나 몰라라’ 한 것이다.

정치인과 행정가의 차이점
외부인사 영입 1호인 노화욱 정무부지사는 충북이 아닌 경남 출신이라는 점과 노사갈등이 심한 하이닉스반도체 전무를 역임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내정됐을 때 말들이 많았다. 정 지사는 경제특별도를 이끌려면 정무부지사를 기업 CEO 출신으로 영입해야 한다며 당선 초기부터 강조해 왔다.

노 부지사에 대한 평은 현재 엇갈린다. 취임한지 6개월여 시간이 지났으나 경제특별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여론과 ‘그동안 보여준 게 없지 않느냐’는 것으로 의견이 분분하다.

노 부지사에 대한 가장 중요한 시험대는 하이닉스 제2공장을 청주로 유치하느냐의 문제다. 현재 경기도 이천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고 무엇보다 하이닉스 측에서 청주로 내려오지 않으려는 의도가 강해 충북도는 아직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 지사도 하이닉스 땡기기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노 부지사에게 많은 부분을 일임해 이 문제는 그에게 가장 큰 현안이 되고 있다.

정우택 지사의 이번 복지여성국장 인사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그가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정 지사를 잘 아는 지역의 한 인사는 “정 지사는 웬만한 일은 신경쓰지 않는다. 따라서 웬만한 비난도 비켜갈 것”이라고 단적으로 표현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원호 전 한나라당 사무처장을 대외협력보좌관에 내정하면서 역시 한나라당 출신 인사인 김양희씨를 복지여성국장으로 발표하는 무리수를 둘 수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관련인사들이 충북도와 관련된 자리를 차지할까 벌써부터 걱정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익명의 모씨는 “어느 자치단체장이든 당선된 후에는 논공행상 인사를 하지만 정 지사는 지나치다. 자신의 수족처럼 부리는 비서실 직원 외에는 각각의 자리에 맞는 전문가를 임명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래서 아무리 민선시대라 해도 이런 부분을 견제할 수 있는 법이나 조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원종 전 지사는 지난해 1월 정진태 산자부장관 정책보좌관(54)을 정무부지사로 내정했다가 번복했다. 형식적으로는 정 보좌관이 임명 재고를 요청하면서 없었던 일이 된 것처럼 보였으나, 이 전 지사는 한나라당충북도당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이를 정 보좌관과 상의했으니 반드시 정 보좌관의 뜻만으로는 볼 수 없다.

한나라당충북도당은 이 전 지사에게 정무부지사직을 요구했으나 정 보좌관은 여권에 가까운 사람으로 분류돼 왔다. 결국 이 전 지사는 퇴임을 6개월 남겨놓은 시점에 오점을 남기기 싫어 인사철회 카드를 내밀면서 서둘러 불을 껐다.

그 때와 지금은 임기 말과 임기 초라는 것 외에 행정가와 정치인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정 지사는 정치인에 가까워 웬만한 비난 정도는 넘어간다고 하는데, 이번 인사는 두고 두고 정 지사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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