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니빌라스 학교 등 오지 학교 3곳 방문 위문품 전달
12세 초등학생부터 정년퇴임한 교장까지 해발 5545m 등정

▲ 도내 교사들이 주축으로 결성한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는 지난해 겨울방학을 이용해 히말라야의 오지학교 3곳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펼쳤다. 또한 목적지인 해발 4300m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에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등정에 성공했다. 도내 교사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탐사대가 3년째 히말라야 오지학교를 찾아 사랑을 전하고 있어 화제다.충주 칠금중 김영식 교사를 대장으로한 40명의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는 오는 15일부터 16일간 히말라야를 방문, 오지학교에 의류, 학용품 등을 전달하고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목의 칼라파트라(해발 5545m)를 등정하게 된다.“세계 두 번째 빈민국인 네팔은 내전까지 겹쳐 생필품도 귀한 상황이다. 히말라야에는 여러 곳의 산골학교들이 있는데 낙후된 시설에서 많은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의류 등을 전달하고 하루 동안 수업도 진행할 계획이다”고 김 교사는 말했다.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는 2004년 결성돼 2005년 처음 히말라야로 떠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암벽등반, 빙벽등반을 시작했을 정도로 전문산악인 못지않은 실력을 지닌 김 교사는 1990년부터 히말라야 고산등반을 시작했다. 이런 그의 활동은 동료교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었고 김 교사를 중심으로 충주지역 교사들은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를 결성하게 됐다. 김 교사는 “히말라야를 등반하면서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어린 학생들을 만나게 됐다. 교사들의 모임이니 기왕이면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탐사취지를 밝혔다.충북에서 시작 전국으로 퍼져 충주지역 교사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는 이제 전국적인 모임이 됐다. 여전히 교사들이 중심이지만 타 지역에 거주하는 교수, 학생 등 봉사활동에 뜻있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번 탐사에는 교사 20여명, 학생 10명, 교수 5명과 전문산악인이 참여한다. 최연소 참가자는 목포 해양대학교 정재용 교수의 아들 정현석 군(12세), 아버지를 따라 이번 탐사에 참가하게 됐다. 최고령자는 청주기계공고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신 규 씨(64)다. “오지학교를 찾아 봉사활동도 하지만 히말라야 등반도 빼놓을 수 없는 탐사목적이다. 코스는 원만하지만 해발 5000m가 넘는 칼라파트라는 오르는 데만 꼬박 일주일이 걸린다. 전문산악인이 아닌 일반인이 대부분이라 무엇보다 안전이 신경쓰고 있다. 산소탱크와 위성전화 등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안전장비를 준비하고, 나와 탐사대 박연수 부대장(충북산악연맹 산악구조대장) 등 등반 경험이 많은 전문가들이 탐사대원들의 안전을 책임진다”고 김 교사는 말했다. ▲ 안나푸르나 산골마을인 촘롱마을 학교에서 현지 학생들과 함께 네팔 전통놀이를 하고 있다(사진 맨 위). 봉사활동후 마을주민들과 함께 어우러졌다(사진 가운데), 다음날 탐사대원들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향해 오르고 있다(사진 맨 아래).

고산등반의 적 ‘고산병’
고산등반에 가장 큰 적은 고산병이다. 고산병은 심한 두통을 동반해 매스꺼움, 호흡 곤란 등의 증세를 보인다. 1차 탐사부터 함께 한 박연수 부대장은 고산병은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고산병을 예방하기 위해 개개인의 고소 순응을 체크하고 등반 속도와 높이를 조절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박 부대장는 “증세에 따라 등반을 포기할 수도 있다. 지난 탐사에도 어린이부터 고령자까지 함께 했지만 다행히 낙오자는 없었다. 이번 탐사에서도 모든 탐사원이 칼라파트라를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험대는 첫 탐사 당시 히말라야 등정의 여러 코스 가운데 낭탕 히말을 선택했다. 2차에는 안나푸르나 이번엔 에베레스트다. 박 교사는 “히말라야에 방문할 때마다 3곳의 학교에 물품을 전달한다. 같은 학교를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좋겠지만 등반의 재미를 위해 매번 코스를 변경한다”고 말했다.

도심인 카투만두의 빈민촌에 위치한 바니빌라스 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다. 캐나다에서 세운 이 학교는 초·중·고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있지만 정부지원이 전혀 없어 교육환경이 열악하다. 탐사대는 바니빌라스 학교에 약간의 장학금과 의류, 학용품, 체육용품 등을 전달할 계획이다. 또한 칼라파트라를 오르는 길 해발 4300m 탕보채에 위치한 산골학교를 방문해 준비해 간 물품들을 전달할 계획이다.

칼라파트라를 오르는 데도 일정이 빠듯해 한 학교는 현지에서 물품만 전달한다. 이번 방문에서는 탕보채 학교에서 현지 아이들과 하루 동안 함께 지내며 탐사대 교사들이 직접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 교사는 “축제형식의 수업이 될 것이다. 현지 학생들에게 제기차기, 닭싸움 등 우리의 전통놀이문화를 소개하고 함께 탐사에 우리 학생들에겐 네팔의 전통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정 때는 촘롱 학교를 방문했다. 수업은 7년간 한국생활을 마치고 돌아간 현지인의 동시통역으로 가능했다. 저녁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이 한데 어우러져 흥겨운 동네잔치를 벌이는 등 탐사대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2차 탐사에 참여했던 윤석주 교사(보은 자영고)는 “그곳 아이들은 운동화를 살 돈이 없어 맨발로 다닐 정도로 생활이 어렵다. 히말라야 등정도 의미가 크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밝게 살아가는 네팔 학생들과 함께한 시간들은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경치보다 더 큰 감동을 전해준다. 봉사활동이라고 하지만 그들에게서 얻어오는 것이 훨씬 크다. 그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어 이번 탐사에도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지에 조달할 위문품을 마련하기 위해 탐사대는 지난 가을부터 히말라야행을 준비했다. 탐사대원들이 십시일반한데다 학교에서 헌옷 모으기 운동을 벌여 쓸만한 옷가지들을 선별해 준비했다. 김 교사는 “자체적으로 구하기도 하지만 외부의 도움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아동의류를 생산하는 반도스포츠에서 트레이닝복 150벌을 제공받아 전달했다. 올해는 회사사정이 여의치 않아 60벌의 트레이닝복을 지원받았지만 현지 아이들에겐 큰 도움이 된다. 또 탐사대의 안전위한 개인등반장비도 등산용품업체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탐사대는 15일 한국을 떠나 네팔로 이동한다. 네팔에서 다시 15인승 경비행기에 나눠 타고 해발 2800m에 위치한 루크라로 이동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까지 트레킹(걸어서 이동하는 여행)을 하게 된다.

김 교사는 “목적지인 칼라파트라에 도착하면 탐사대 학생들은 웅장한 세계 최고봉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소망을 담은 타임캡슐을 묻을 계획이다. 오르는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정상에서의 성취감, 봉사활동의 보람 등 10여일의 히말라야 기행은 학생들에게 정신적 성장을 가져다 줄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탐사에 참가한 교사들은 지리, 환경, 역사, 봉사 부문으로 나눠 고산지대 주민들의 생활모습과 자연환경 등을 조사해 수업시간에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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