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기관 일괄 관리·감독하는 부서도 없어

충북신보 이사장 9651·충북신보 사무국장 7700
충북테크노파크원장 7500·충북개발공사 사장 6889 만원


   
충북도가 예산을 투자해서 만든 출연기관의 문제점들이 충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불거졌다. 여기서는 일부이기는 하지만 출연기관들의 방만한 운영과 고액 연봉,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이 문제됐다.

도 출연기관은 퇴직을 1~2년 앞둔 공무원 출신들이 정년 연장 수단으로 옮겨 앉는 곳이 돼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본지는 도 출연기관의 기관장 내지 사무국장 연봉은 실제 얼마나 되며, 하는 일은 무엇이고, 조직 구성은 어떻게 돼있는지를 조사했다.

실제 이 과정에서 상상외로 많은 연봉과 업무에 비해 과다한 인원, 그 외 조직운영상의 문제점 등이 드러났다. 이런 ‘껄끄러운’ 사실들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나돌았지 구체적으로 밝혀진 게 없는데다 ‘같은 배를 탄’ 공무원들이 철저히 함구해 취재에 애를 먹었지만, 예산낭비 요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보도한다.

충북도 출연기관은 충북개발연구원, 충북문화재연구원, 충북테크노파크, 충북지식산업진흥원, 충북바이오산업진흥재단, 충북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충북신용보증재단, 대한체육회충북도지회, 청주의료원, 충주의료원, 충북개발공사, 충북공동모금회, 충북학사, 충북운수연수원 등이다.

그러나 충북도에서 이런 기관들을 일괄적으로 관리·감독하는 부서가 없다. 업무와 관련있는 각 과 별로 연관관계를 맺고 있을 뿐 엄밀히 말해 관리·감독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반복해서 지적을 당해도 당시만 적당히 넘어갈 뿐 근본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윤숙 도의회 산업경제위원장은 “이번 감사 때 충북신용보증재단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의원들이 사무국장 자리가 필요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충북신보를 은행으로 보았을 때 사무국장이 있을 필요는 없다. 그런데 이것은 지난 7대 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된 사항이다. 그럼에도 집행부는 전혀 개선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충북도 내에서 출연기관을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보니 누구도 이들 기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기자가 몇 몇 부서에 출연기관의 1년 예산과 기관장·사무국장 연봉 자료를 요구했으나 ‘알 수 없다’ ‘기관장을 뻔히 아는 처지라 알려줄 수 없다’ 는 등의 답변이 돌아왔다.

정윤숙 위원장도 “의원들이 집행부에 자료를 요청해야 겨우 이들 기관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지자체는 의회에 보고한다. 이 때문에 내년부터는 한 개 기관당 하루씩 날을 잡아 감사를 하자는 게 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현직 감안한 연봉체계
이들 기관의 기관장·사무국장 급들의 연봉은 대개 5000~1억원 사이에 분포돼 있다. 다만 의사출신인 청주의료원장과 충주의료원장의 연봉은 1억원을 넘는다. 신경외과 의사인 청주의료원장은 1억3800만원, 산부인과 의사인 충주의료원장은 1억3025만원으로 알려졌다.

그 다음 많은 연봉을 받는 사람은 충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이다. 농협충북본부장 출신의 이사장은 9651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다. 그리고 사무국장이 7700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고액연봉은 올해 도의회 산업경제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지적을 받고 시정지시가 떨어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농협 본부장 출신인데다 다른 재단 이사장의 급여가 높다보니 그 격에 맞춘 것 같다”고 했으나 이사장은 농협충북본부를 56세에 정년퇴직하고 자리를 옮겨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들이 많다. 대개 현직을 퇴직하고 도 산하기관장으로 가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동안의 노하우를 살린 지역사회 봉사다. 따라서 현직을 감안한 급여체계는 ‘옥상 옥’이라는 게 중론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와 다른 의견도 제시했다. 금융권의 모 관계자는 “충북신보 이사장은 직접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출연기관장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금융기관장들이 철저히 실적 위주 평가를 받듯이 이 곳 역시 마찬가지여서 높은 게 아니냐”고 말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로 높은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뒤를 따르는 기관장이 충북개발연구원장이다. 연봉 8200만원의 충북개발연구원장은 박사급 전문가라서 대개 공무원 출신들이 가는 타 기관과는 사정이 다르다. 도 관계자는 “원장을 초빙할 때 낮은 연봉 때문에 오지 않는다는 박사들이 많다. 중앙의 박사급 연구원을 초빙하려면 연봉이 1억2000~1억3000만원은 돼야 한다. 충북개발연구원 연봉은 타 지자체 연구원보다도 적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이 곳의 연구원들은 3500~5000만원, 사무국장은 45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장 출신들 ‘역시 연봉 높네’
비교적 연봉이 높다고 소문난 충북테크노파크원장은 7500만원이다. 그리고 충북체육회 사무차장이 7010만원. 3급인 사무차장은 지난 79년 임용돼 2급인 사무처장보다 30여만원 높다. 올해 1월 임용된 사무처장의 연봉은 6972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곳은 5급인 총무관리팀장과 경기훈련팀장의 연봉도 5000만원이 넘는다. 이는 각종 수당과 상여금, 복리후생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6000만원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충북개발공사 사장 6889만원, 충북개발공사 상임이사 6476만원, 충북문화재연구원장 6320만원이다. 이중 충북개발공사는 각종 수당이 제외돼 실제는 이보다 훨씬 높다. 대부분 충북도 퇴직 공무원들인 이들의 봉급체계는 도 공무원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 공무원의 경우 국장급 연봉이 6000~7000만원, 과장급이 5000~6000만원인데 김웅기 충북체육회 사무처장은 도의회 사무처장, 김종운 충북개발공사 사장은 도 건설교통국장, 김건호 충북개발공사 상임이사 역시 건설교통국장, 이종배 충북문화재연구원장은 바이오산업추진단장 출신이다.

모두들 국장급 출신들이어서 여전히 출연기관에 가서도 이에 준하는 대우를 받다보니 연봉이 높아지는 것. 따라서 이들은 정년을 1~2년 남겨놓고 3년 임기의 출연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겨 출연기관 자리가 고위 공직자 정년연장 수단이 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이어 5000~6000만원대의 연봉을 받는 사람들은 충북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본부장 5800만원, 충북생활체육협의회 사무처장과 지식산업진흥원장 5700만원, 충북문화재연구원 부원장 5600만원, 충북공동모금회 사무국장 5530만원 등이다. 그러나 출연기관 주요임원들이 실질적으로 가져가는 돈은 밝혀진 연봉보다 훨씬 많다. 연봉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1억원 정도는 된다’는 말들이 오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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