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개발연구원 수탁과제 93% 도나 시·군서

‘충북개발연구원의 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만 가고 있다. 도정의 ‘싱크탱크(Think Tank)’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애정어린 충고도 있지만 존재의 이유를 느낄 수 없다는 무용론도 만만치 않다.

연구원의 위기는 수탁연구과제의 내역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2006년 모두 30건을 수탁해 이를 완료하거나 수행중에 있는데, 국토연구원이 발주한 2건(중부내륙 광역권 계획, 행복도시 충북부문 광역도시계획)을 제외한 28건이 모두 충북도나 도내 시·군이 발주한 것이다. 특히 충북도가 직접 발주한 용역은 14건으로, 절반에 가까운 상황이다. 20억원에 이르는 발주금액 가운데 순수하게 충북도가 발주한 금액만도 10억8000만원에 달해 충북개발연구원은 충북도가 만들었고 충북도가 먹여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충북개발연구원의 자생력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지나치게 도에 의존하고 도의 입맛에 맞는 연구결과만 내놓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사진=육성준 기자 이처럼 수탁과제가 도와 시·군에 집중된데 따른 폐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우려되고 있다. 첫째는 철저하게 발주기관의 입맛에 맞는 연구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충북도의회 강태원 의원은 최근 행정사무감사에서 “(충북개발연구원에서) 도 집행부 등 의뢰인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물만 나오는 것이 아닌지, 집행부의 견해와 상이한 결과물이 나온적이 있는지?” 따져물었는데, 도 관계자의 답변은 모두 ‘없다’ 였다. 도 관계자 스스로도 모순을 인정한 셈이다. 둘째는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충북개발연구원이 올해 수탁한 연구과제를 보면 지자체의 단순 업무평가만 5건에 이르고 있다. 강태원 의원은 “연구용역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하는 과정이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없었다”며 “자치단체가 요구하는 연구과제만 수행하는 연구원이 어떻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냐”반문했다. 도정질의, 엉터리 연구실적 혼쭐 충북도의회 도정질의에서도 충북개발연구원의 엉터리 연구실적이 집중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충북도의회 민경환 의원은 도정질의를 통해 “충북개발연구원의 연구실적을 보면 모든 경제의 근간이자, 지표가 되는 인구통계조차 부정확하다”며 “지난 1990년 전국 최초로 자치단체 출연 연구기관으로 설립된 충북개발연구원이 예산만 낭비하는 조직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 의원은 특히 “2020년 충북도의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는 5만 2000달러로 300%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지방세입 규모는 20%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하는 등 통계자료가 들쭉날쭉해, 연구결과를 도저히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충 질의에 나선 김화수 의원도 “기본적인 통계수치조차 부정확한 자료를 인용해 내놓은 연구 결과물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충북개발연구원을 차라리 폐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충북개발연구원은 지난 1990년 도와 각 시·군 5억 7000만 원, 옛 충북은행 5억 원, 지역 상공회의소 4000만 원 등 총 11억 1000만 원의 출연금으로 출범한 후 해마다 충북도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현재 73억 원의 기금을 조성했으며, 기금이자 및 도 지원예산 등으로 운용하고 있다. / 이재표 기자 인터넷 방송국, 반도체부품 테스트센터도고가의 장비 갖추고도 이용실적 극히 부진 ▲ 지식산업진흥원 방송 편집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 출연기관의 시설과 장비 등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를 보유하기 위해 투자한 예산부터가 어마어마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재단에는 반도체장비 및 부품공동테스트센터가 있다. 총사업비는 525억8000만원, 2006년에만 112억8000만원이 들어갔다. 지금까지 1400여건의 테스트를 지원해 6억3200만원을 벌었다. 투자 대비 수익을 생각하면 사기업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규모다.

지식산업진흥원은 스튜디오와 편집실 등 완벽한 수준의 인터넷 방송시설을 갖추고 있다. 충북멀티미디어기술지원센터를 구축해 기업의 동영상을 제작하거나 기술을 전수하고 교원들을 대상으로 직무연수도 실시한다는 취지에서 최고 수준의 시설을 마련한 것이다.

음향편집실만 예로 들더라도 국내에서 단 1대뿐인 최고 수준의 음향편집 장비((MC2 Euphonix Surround System)를 구축하고 있어 이 곳에서 영화의 음향작업이 이뤄지기도 했다. 그러나 장비수준에 비해 활용도는 극히 낮다. 지금은 ‘그져 모셔놓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지식산업진흥원 멀티미디어팀이 인터넷 생방송으로 실력을 발휘한 것은 사실상 7월3일 정우택 충북지사 취임식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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