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정문 뒤 청주문화점, “주차공간 없고, 접근성 떨어져”
인구 20만명당 1개소 이상적인 비율

“우리 가게는 시중보다 무조건 절반 이하야~.” 아름다운 가게의 활동천사 박기복씨가 크리스마스 트리용품을 손에 들고 말을 건넸다. 원래는 매니저 사무실이었지만 얼마전 창신초등학교 앞 영문고에서 기증한 물건들로 이곳은 ‘학용품 바다’를 이뤘다.

먼지가 소복히 쌓인 펜을 열심히 닦고 정리하는 김소연(26)씨는 “일주일에 하루 4시간씩 봉사하는 보람이 정말 크더라고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신분은 공무원 시험 준비생. 직장다니다 그만두고 시험공부에 매달리고 있다는 그녀외에도 ‘같은 신분’의 총 5명이 함께 활동천사로 일하고 있었다. 이향미 아름다운 가게 매니저는 “50여명의 활동천사들이 봉사하고 있다. 60대를 훌쩍 넘기신 분도 계시고, 젊은 사람들도 많아 연령층이 다양하다. 현재 희망자들이 많아 사람을 더 뽑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활동천사들은 일주일에 4시간씩 가게에서 봉사한다. ‘한국의 옥스팜’을 꿈꾼다 아름다운 가게는 ‘나눔과 순환’의 대명사가 됐다. 아름다운 가게는 쓰지 않는 물건을 기증받아 쓰임새를 찾아내 새주인에게 공급하는 ‘아름다운 시스템’을 자랑한다. 기증받은 물건이 전부 매장에 진열되는 것은 아니다. ▲ 아름다운 가게 청주문화점이 도청정문 뒤 적십자 회관 맞은편에 6월 22일 문을 열었다. 그러나 청주문화점은 접근성이 떨어져 ‘활동천사들이 손님보다 많을 때’가 종종 연출된다. 사진은 가게 내부. / 사진=육성준 기자
일단 세탁 및 기본적인 손질과정을 거처 새주인을 만나게 된다. 아름다운 가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처음 안국동점을 오픈하고, 새벽 3시까지 구두를 닦았다는 것은 꽤 알려진 에피소드다.

사실 아름다운가게는 순수 NGO단체에서 한발짝 벗어났다는 비판도 받지만, ‘한국의 옥스팜(Oxfam)’을 꿈꾸는 발전적인 모델이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의 옥스팜은 헌 물건을 판매하며 얻은 수익으로 제3세계의 빈곤 구제와 사회 지원에 쓰고 있다.

따라서 아름다운 가게는 ‘옥스팜’을 모델 삼아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제3세계의 사람들과 손잡고 있다. 제3세계의 원두커피 ‘히말리야의 선물’은 아름다운 가게의 인기상품이 됐다.

소비자는 네팔지역의 무농약 커피를 마시고, 또 그 이익금은 아시아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인다. 이외에도 옷, 학용품, 생활용품 등 다양한 물품이 진열대를 메우고 있다. 현재 전국 69개 매장이 운영중이다.

충북에서는 제천이 처음 2004년 12월 문을 열었고, 이어 청주문화점이 도청정문 뒤 적십자 회관 맞은편에 6월 22일 개점했다. 그러나 청주문화점은 ‘활동천사들이 손님보다 많을 때’가 종종 연출된다. 보통 10시 30분 문을 열고, 6시에 닫는다.

이향미 매니저는 “아름다운 가게가 도심 번화가에 위치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청주점은 접근성이 떨어진다. 주차공간도 마련돼 있지 않아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들 밖에 없다. 자연발생적으로 오는 손님들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제천의 아름다운 가게는 도심 한가운데 여성도서관 건물의 한쪽을 리모델링하고 오픈해 접근성을 확실히 확보했다는 것. 이는 바로 매출액 차이로 이어진다고.
이 매니저는 “청주문화점의 경우 11월 평균일일매출이 20~25만원으로 중소도시 가게들 중 중간정도의 위캇라고 밝혔다.

또한 아름다운 가게는 대부분 자체적으로 꾸려지는 운영회원회에서 기증자가 나서 건물을 임대하거나, 자가건물을 내주는 것이 일반적인 전례다. 그러나 충북도는 전국의 매장중 유일하게 지자체가 나서 공간을 확보했다. 제천시가 도서관 건물을 리모델링했고, 청주문화점은 충북도 자원봉사센터와 공동 운영기관이 되면서 옛 여성청소년계 건물을 함께 사용하게 됐다. 따라서 1층에는 아름다운 가게가, 2층에는 자원봉사센터가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현 청주문화점은 위치뿐만 아니라 기업체의 후원 열의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매니저는 “오픈이후 참여연대, LG생활건강, 경찰청, 코이드(옛 114안내센터), 숲해설가협회등과 ‘아름다운 토요일’행사를 개최했는데 생각보다 직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토요일은 한 기업으로부터 한달 전 물건을 기증받아 날을 정해 기업체 직원들이 직접 활동천사로 나서 물건을 판매하는 행사다.

이어 그는 “다른 지역은 아름다운 토요일 행사를 직원 단합과 봉사활동으로 여겨 신청자들이 많은데 청주는 발로 뛰어도 반응이 시원치 않다. 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할 때도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돌잔치나 회갑등 특별한 기념일을 아름다운 가게에서 보낼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아이들이 쓰던 물건들로 코너를 만들어 부모님들이 일일 활동천사로 나서거나, 회갑행사를 이곳에서 열어 삶이 묻어난 물건들을 이웃과 나누는 뜻깊은 이벤트를 벌일 수도 있다.”

한편 아름다운 가게가 청주 1호점에 이어 제2호점, 3호점도 오픈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이 매니저는 “인구 20만당 아름다운 가게 1개소가 이상적인 비율이다. 율량동, 가경동 아파트 단지내에 위치한다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며 장소를 제공할 독지가의 출현을 바랐다.

“벌은 돈 1000만원 지역사회 환원합니다”
   6군데 시민단체 및 개인에게 각 200만원선 지원


지난 11월 5일 아름다운 가게는 수익나눔식 행사를 위해 위원회를 별도로 꾸리고, 1차 대상자 7군데를 선정했다. 또한 청주문화점은 지난달 28일 올 하반기 수익금 1000만원을 총 6군데의 시민단체및 복지시설, 개인에게 12월 초에 지원할 것을 발표했다. 이번에 선정된 곳은 도안공부방,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랑나눔지역아동센터와 정하영, 정철윤씨다. 이들은 기자재 및 의료비 명목으로 200만원 가량을 지원받게된다. 아름다운 가게의 수익나눔행사는 상하반기로 실시되며, 이른바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행사다. 아름다운 가게는 지난해 총 17억원을 환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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