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고 충북 도시가스요금은 지역난방 탓?
밀리는 가스, ‘방패는 독점 논리뿐인갗 비난
도시가스 소비자 요금은 한국가스공사에서 원료를 사오는 도매요금과 운영비용, 이윤이 포함된 공급비용으로 구성되는데, 어차피 도매요금은 전국이 동일한 상황에서 공급비용의 차이가 그대로 요금에 반영된다는 논리다.
민경환 의원은 이같은 논리에 대해 “도시가스 측의 주장과 현실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며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이 참에 손익계산서를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가스공급비용 산정의 실무 부서인 충북도 관계자는 정확한 실태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도 관계자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충북지역의 공급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 기본요금이 높게 책정됐다”며 도시가스 측과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청주지역 도시가스요금은 상승중
“어차피 도시가스요금은 공급비용의 범위 안에서만 결정되기 때문에 기본요금의 비중이 커지면 상대적으로 사용요금의 비중이 줄어든다”는 것이 도시가스 관계자의 설명이지만 청주 도시가스요금은 ‘승강기를 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특수한 상승요인을 내재하고 있다. 바로 주택난방에 대한 집단연료공급을 둘러싸고 한국지역난방공사와 어깨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1995년 설립된 지역난방은 아파트나 업무시설 등에 별도의 열생산 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열병합발전소에서 대량으로 생산된 열(온수)을 난방용으로 공급하고 있다. 청주지역의 경우 2000년부터 죽림동 청주열병합발전소가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가면서 그동안 도시가스가 독점하다시피했던 난방시장을 급속하게 잠식하고 있다. 청주의 도시가스 대비 지역난방 비율은 전국 최고인 27.9%로, 서울 8%, 경기 7%, 경남 8.6% 대구 12.9%보다 월등히 높다.
결국 도시 곳곳에 거미줄과 같은 가스배관을 깔아야하는 고비용 장치산업인 도시가스의 처지에서는 신축 아파트를 비롯해 난방시장의 상당부분을 지역난방에게 내주고 취사용만 공급해야하는 상황에서 취사전용요금을 상대적으로 크게 올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청주지역의 도시가스요금은 계속 상승세를 타야한다는 얘기다.
청주도시가스 손재범 기획개발팀장은 “청주도시가스의 월 공급량 약 3000만㎥ 가운데 난방용이 절반인 1500만㎥를 차지한다면 난방은 지역난방을 사용하고 취사만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취사전용 공급양은 1.2% 수준인 30여만㎥에 불과하다”며 “배관은 똑같이 깔고 취사용만 쓰는 곳에 비싼 요금을 매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소비자만 볼모로 삼는 꼴
어찌됐든 충북지역에서 지역난방이 주택난방의 대세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지어진 아파트나 현재 택지개발 중인 아파트 가운데 상당수가 난방에 있어서 지역난방에 독점적인 지위를 부여하는 ‘집단에너지공급대상지역으로’ 고시됐기 때문이다. 하복대를 비롯해 가경4, 개신·성화, 강서, 분평, 용암2지구가 그랬고 원흥이 산남3지구와 대농 신영지구,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사직 1·2·3단지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도시가스로 난방을 하던 기존 아파트들도 2001년부터 입주민투표를 거쳐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지역난방으로 전환하는 추세다. 지역난방 전환은 입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거쳐 결정되며 전환에 따른 공사비는 그동안 모아놓은 수선충당금이나 저리 융자로 해결하기 때문에 별다른 부담이 들지 않는다.
지역난방으로 전환할 경우 상대적으로 비싼 도시가스 취사전용요금을 내더라도 요금 비교에서 100대 96정도로 저렴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역난방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자 용암1지구에서만 건영, 현대 3차 등 모두 7개 아파트에서 지역난방으로 전환이 이뤄졌다.
청주도시가스는 이에대해 볼멘소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도시가스 공급을 민간 기업에 맡겨놓도 고시 지역엔 도시가스가 들어갈 수 없고 고시 외 지역은 지역난방과 경쟁해야 하는 기형적 시장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시장구조에 따른 비용과 갈등구조는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도시가스 요금 상승도 상승이지만 ‘지역난방 전환 아파트나 고시 지역에는 도시가스를 공급하지 못하겠다’는 엄포 아닌 엄포로 주민 또는 사업주체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청주도시가스 2002년 S아파트, 2004년 H아파트 등 지역난방으로 전환을 추진한 몇몇 아파트 주민회와 “가스를 준다, 못준다” 실랑이를 벌였으며 산남3지구, 신영지구 아파트 건립과 관련해서도 “취사전용만은 공급못한다”며 버티다가 지역여론에 밀려 공급 쪽으로 선회했다.
청주도시가스 손재범 팀장은 “지역난방이 1997년부터 이동식 보일러를 통해서 열원을 공급할 때만 하더라도 큰 문제의식이 없었지만 2000년 열병합발전소를 건립하면서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라면서 “전략적이라기보다는 몇몇 사례가 상징적으로 불거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주부 B씨는 “도시가스가 지역난방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관리도 편하다면 누가 지역난방을 선택하겠냐”며 “아무리 사기업이라지만 시민을 볼모로 삼으려 하기보다는 우선 지역난방에 대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표 기자
gajadi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