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형태의 근무 스타일로 확산 단계

컴퓨터의 발달은 21세기를 확 바꿔 놓았다. ‘9 to 5’, 즉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근무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직업세계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왔다. 그중 가장 획기적인 것이 재택근무. 아직 대중화 되지는 않았지만 기업에서는 재택근무에 눈을 돌리고 서울시처럼 앞서가는 자치단체는 ‘원격근무’를 실시중이다. 특히 육아나 가사부담이 많은 기혼여성들은 재택근무를 선호해 21세기 하나의 직업 형태로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충청리뷰’는 충북지역에서 드물게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을 만나 보았다.

하수경 팀장(30·nk 아뜨리에 건축사무소주식회사)은 올 1월부터 집에서 근무를 한다. 청주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건축사무소에서 7년의 경력을 쌓은 그는 지난해 말 청주로 내려왔다. 재택근무를 하기 위해서다. 이런 형태의 근무가 아직은 생소한데다 지방에서는 상당히 드문 일에 속해 하 팀장은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를 많이 받았다.
프리랜서가 아닌 정식 직원이며 한 개의 팀을 이끌고 있는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서울로 올라갔다. 건축도 팀작업을 많이 하는 관계로 그동안은 회사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이제 건축기획∼설계까지 한 개의 프로젝트를 완성할 정도의 실력이 돼 과감히 회사 밖으로 나온 것. 하 팀장도 재택근무를 하려면 한 가지 일을 완성할 정도의 경력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매주 월요일은 회사로 출근한다. 이 날은 그동안 집에서 한 작업 내용을 회사측에 보고하고, 팀원들에게 작업지시를 하며 자신이 필요한 자료를 수집해 온다. ‘재택근무자 1호’인 덕에 회사에서도 신경을 써줘 고맙다는 그는 “최신형 컴퓨터와 칼라출력기, 스캐너, 팩스를 회사에서 사 줬고 전화요금과 인터넷 요금도 부담해준다”고 자랑했다. 지난해 말 연봉을 계약할 때도 다른 직원과 전혀 차별을 두지 않고, 건축공모전에서 당선됐을 때 보너스를 주는 것도 변동이 없었다고. 한 가지 더 수확이 있다면 지난해 4월 결혼한 이후로 계속해 왔던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한 것이다.

“사간 관리 잘하는 것이 중요”
“집에서 일을 함으로써 좋은 것은 무엇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이다. 집안살림도 하고 여가생활도 자유롭게 한다. 그리고 작업을 할 때도 다른 사람한테 방해받지 않으니까 몰두 할 수 있다. 다만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 없고 운동부족과 정보에 둔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자신에게 엄격하지 않으면 한없이 나태해지기 쉬워 시간관리를 잘 해야 한다.”
그동안 하 팀장은 서울 중랑여성문화회관과 석간동 5층짜리 근린생활시설, 롯데마트 의왕점, E마트 청주점, 일진스포월드 등을 건축하는데 참여했다. E마트 청주점처럼 덩치가 큰 건물은 일부만 관여했지만 대부분은 설계∼완공까지 책임자로 일했다. 그중 중랑여성문화회관은 공원내에 위치한데다 지하에 수영장을 두고 모임·강습·영화감상·요리강습 등을 할 수 있는 교육시설을 갖춰 신개념의 여성관련 시설로 관심을 모았다. “요즘은 동사무소를 지을 때도 주민복지와 여가활용 등의 개념을 많이 도입해 다양한 형태를 선보인다”는 그는 현재 서울 성동구에 1만5천평짜리 주상복합아파트를 설계중이라고 말했다.
하 팀장은 “건축일이 여성으로서 감당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재미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일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끝내고 서둘러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작업만족도 높여준다”
재택근무, 비용절감 효율성 극대화 꾀할수 있어

재택근무자란 최소 1주일 중 하루를 종일 또는 시간제로 가정에서 원격근무하는 사원, 교외의 위성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원, 정규 근무지를 떠나 고객 또는 파트너 회사에서 일하는 사원을 모두 포함한다고 한 인터넷 정보업체는 설명했다. 그리고 재택근무의 장점에 대해 교통체증과 자동차 사고, 공해를 줄일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작업 만족도를 높여준다고 덧붙였다. 또 기업은 필요한 사무실 공간과 비용절감, 사원모집 효율성 증대와 같은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재택근무하는 사람들은 직장까지 출퇴근하는 데 소비하는 시간을 작업에 활용하고 사람들과의 만남,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소음 등 보통 사무실에서 발생하는 방해요소를 대폭 줄여 집중력과 생산성 증대에 이용한다고 말한다. 한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약 2천만명의 사원이 현재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이 수치는 계속 증가해 2004년에 3천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96년에 재택근무를 시작한 미국의 금융 서비스회사 Merrill Lynch사는 현재 전사적 재택근무 프로그램으로 10∼15%의 생산성 이득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 30명 재택근무 중

한편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법무담당관실, 정보화개발담당관실, 소비자보호과, 세무운영과 등 5개 부서 직원과 장애인 공무원 30명을 대상으로 원격근무를 시범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정부 조기 실현방안의 하나로 국내 처음 서울시가 실시한 원격근무는 집에 노트북 컴퓨터, 보안장비, 통신망 등 사무 및 통신기기를 갖춰 놓고 일하는 재택근무 형식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정보화개발담당관실 직원의 경우 집에서 웹화면설계 단위프로그램코딩 등의 업무를, 소비자보호과 직원은 물가안정대책 보고서 작성과 계획 등을 수립한다. 이들은 대민 업무량이 적어 민원인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전산처리가 손쉽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의 업무가 가능했던 것.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첫 테이프를 끊은 재택근무가 앞으로 공무원 조직의 채용과 조직운영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많은 숫자의 공무원들이 재택근무와 일정한 장소에 원격근무센터를 마련해 놓고 일하는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을 제외한 다른 자치단체에서는 아직 이러한 방식을 도입하지 않고 청주시도 현재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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