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신문>국내산 시멘트의 상당량은 유해·발암물질인 6가크롬을 다량 함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6가크롬은 사람의 피부에 닿거나 몸에 들어가 쌓이면 가려움증을 수반하는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아토피 등)은 물론 각종 암까지 일으키는 유해 중금속이다.

■ 특수처리 필요한 폐기물 수준 = 이 사실은 한국양회공업협회가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 요업기술원에 맡겨 진행한 ‘시멘트 중 중금속 함량 조사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시멘트 업계 스스로 중금속 함유실태를 조사한 결과가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 환경노동위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최근 입수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요업기술원이 10개의 시멘트 시료를 폐기물 용출시험법에 따라 분석한 결과 6개 시료에서 지정폐기물 기준치(1.5㎎/ℓ)를 넘는 2.17~4.44㎎/ℓ의 6가크롬이 검출됐다. 이들 시멘트 제품을 폐기할 때는 일반폐기물이 아니라 특수처리가 필요한 지정폐기물로 분류해야 할 수준인 셈이다. 시료는 시멘트 업계가 직접 제공했다. 또 일본시멘트협회 시험법을 적용한 분석에서는 10개 시료에서 평균 25.5㎎/㎏이 검출돼, 일본 시멘트 평균치(8.1㎎/㎏)의 세배를 넘었다.

■ 왜 유해한가?=시멘트 속 6가크롬은 콘크리트로 굳어진 뒤에는 쉽게 빠져나오지 않아, 시멘트 구조물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건강에 직접적 위협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임종한 인하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구조물의 파손·노화로 발생하는 먼지를 통해 6가크롬에 노출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시멘트 소비량은 연간 5천만t 규모로, 세계 5위권이다. 다만, 시멘트 속 6가크롬과 아토피·폐암 등 질환의 연관 관계가 밝혀진 단계는 아니어서 앞으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시멘트 공장 노동자와 주변 주민, 시멘트를 쓰는 공사장 노동자들은 시멘트 6가크롬에 그대로 노출돼, 이들 집단을 상대로 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 원인과 대책 =시멘트 안 6가크롬은 시멘트 주원료인 석회석과 부원료·보조연료로 쓰이는 제철 슬래그·폐주물사·소각재 등 산업 부산물·폐기물에 함유된 크롬이 제조공정을 거치면서 생긴다고 연구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런 결론은 “유해물질들이 섭씨 1450도의 초고온 소성로에서 완전 연소되기 때문에 유해가스는 99.999% 파괴되고, 중금속도 토양의 함유량 정도밖에 남지 않는다”는 시멘트 업계의 지금까지 설명을 뒤집는 것이다.

국내산 시멘트의 6가크롬 함량이 일본 시멘트에 비해 크게 높은 것은, 일본은 1998년부터 시멘트 속 6가크롬 함유량을 관리해 온 반면 우리나라는 관리기준조차 없어 업체들이 6가크롬에 무관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지적에 한종선 한국양회공업협회 상무는 “업계에서는 일본과 같은 자율기준을 2009년부터 시행해 6가크롬 함량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6가크롬 해결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영월 ‘서강지킴이’ 최병성 목사는 “정부는 국민을 더이상 6가크롬 위협 앞에 방치하지 말고, 즉시 규제기준을 만들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크롬(Cr)은 은백색의 단단한 금속으로 우리 몸에 유익한 미네랄이다. 그러나 크롬 산화물의 하나인 6가 크롬(Cr6+)은 피부질환·천식·기관지염·폐암·위암 등을 일으키는 유해·발암물질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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