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축구선수 육성, 충북도 팔걷고 나서

‘축구 사랑’ ‘ 김천호 교육감 대회 창설, 올해부터 고인 뜻 기려
순수 축구동아리 60개 팀 참가, 지역예선 거쳐 내달 27일 결선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불어 닥친 축구붐이 2006년 독일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2002년 흥행에 성공한 길거리응원의 메인스폰서가 되기 위해 주도권싸움을 벌이고, 각 방송사들도 유명해설가 모셔오기 등 더 나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혈안이다. 이렇게 축구의 열기가 뜨거워질 때면 어김없이 거론되는 것이 유소년축구활성화다. 월드컵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내면 특히나 정부의 축구육성정책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여기저기 논평이 쏟아져 나온다.

‘일본은 학교마다 잔디구장, 수영장 등 쉽게 운동을 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으며, 십여 년 전부터 1인1기 정책을 통해 이미 즐기는 운동으로 저변의 확대는 물론 선수층도 두터워졌다’는 시샘어린 논평부터 ‘성적지상주의가 한국의 스포츠를 망치고 있다’는 자책성 논평까지 준비 없이 좋은 결과만을 기대하는 국내스포츠 관행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는다.

하지만 비판만 앞섰지, 이미 우리 주변에 많은 변화가 왔다는 것을 실감하는 이는 많지 않다. 각 방송사는 유소년축구기금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고, 어린이 축구클럽을 소재로 한 방송사의 ‘슛돌이’라는 프로그램은 인기상종가를 달리며 국민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이러한 유소년축구선수육성을 위한 노력은 수도권뿐만 아니라 이미 충북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 유소년 축구 활성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도내에서도 다섯번째 동아리 축구대회가 열렸다. 만능 스포츠맨 고 김천호 교육감 창설 고 김천호 교육감이 탁구, 배구, 테니스, 축구 실력이 수준급인 만능스포츠맨이란 것과 그 중 특히 축구를 사랑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평교사 시절 축구부 지도교수를 맡기도 했던 김 전교육감은 불세출의 축구스타 최순호 감독(현대미포조선)을 발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971년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운 최감독이 축구를 할 수 있도록 함께 기거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큰 도움을 줬다고 최 감독은 회상했다. 김 전교육감의 축구를 향한 열정은 보궐선거를 통해 교육감이 되던 2002년,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창조기념 제1회 교육감기 4,5,6,7학년별 동아리축구대회’ 창설로 꽃 피웠다. 2002년 월드컵 4강 진출을 기념해 창설된 대회는 올해로 5회째를 맞으며 유소년 축구선수 발굴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번 제5회 대회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축구대회를 창설한 김 전교육감의 뜻을 기리는 의미로 충청북도교육청과 설암 김천호선생 추모사업회가 공동으로 주관하며 명칭도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창조기념 제5회 교육감기 4,5,6,7학년별 동아리축구대회 겸 제1회 설암배 축구대회’로 변경되었다. 이에 따라 우승팀을 비롯한 상위 3개 팀에게는 이기용 교육감이 수여하는 트로피와 추모사업회가 수여하는 트로피를 함께 받게 된다. 교육청 관계자는 “김 교육감의 제자들이 주축이 돼 구성된 추모사업회와 축구인들이 김 교육감을 기릴 수 있는 의미있는 사업으로 축구대회를 제의했지만, 수업결손 등을 우려해 2개 대회를 분리 개최하지 않고 공동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추모사업회가 또 다른 방안을 제시한다면 별도의 대회로 발전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00여개 팀에서 60팀만이 결선 진출
6월 27일, 28일 양일간 치러지는 동아리축구대회는 지역예선을 거쳐 학년별 12개 팀, 총 60개 팀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승자를 가린다. 초등학교 4학년부부터 중학교 1학년부까지 4개 부문과 여자 6학년부를 포함, 총 5개의 우승컵을 놓고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결성된 팀들이 기량을 선보이게 된다.

대회를 2개월 가량 앞두고 지난 1일 청원군 지역예선을 시작으로 5월 중에 도내 대부분 지역에서 결선에 참가할 팀을 선발하는 예선전을 치르게 된다. 각 지역교육청별로 1개팀이 선발되는 것이 고작이어서 경쟁은 여느 엘리트축구대회보다도 치열할 전망이다. 아직은 동아리축구대회를 제외하곤 아마추어선수단을 위한 대회가 마련돼 있지 않아 아이들이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보은여중·고에서 열린 제4회 대회에는 4학년부 산성초, 5학년부 경산초, 6학년부 교동초, 여자초등부 영동초, 7학년부 충일중이 각각 우승의 영광를 안았다. 경산초는 2회 연속우승했고, 산성초는 창단 첫해에 우승을 차지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올해에도 이들 학교가 선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와신상담 부활을 꿈꾸는 팀들이 호시탐탐 우승기를 노리고 있다.

전교생 간신히 엔트리 구성해 출전
일반 축구에 비해 작은 구장을 사용하는 동아리 축구는 4학년의 경우 4명이 출전하며, 5학년 5명, 6학년·중학교 1학년은 6명이 출전하는 작은 축구다. 하지만 큰 구장을 사용하는 것보다 빠른 공수전환과 많은 골로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 관전하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이번 대회는 가덕면에 위치한 충청북도꿈나무축구장과 단재교육연수원운동장 등 2곳에서 이틀간 열리게 된다.

대회를 주관하는 충북축구협회 관계자는 “해마다 아이들의 실력이 늘고 있다.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는 동아리 팀들은 엘리트선수들과 겨뤄도 승부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기량이 뛰어나다. 뛰어난 인재 발굴로 타 운동종목이 선수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달리 동아리축구의 영향으로 상급학교 축구부의 경우 학생들 수급이 상대적으로 원활한 편이다”라고 말했다.

특이할 만한 점은 학생수가 많은 학교가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의외로 소규모학교가 선전한다는 것이다. 각 개인의 능력은 조금 뒤쳐지더라도 팀워크가 뛰어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옥천군 청성초등학교의 경우 학년별 남학생수가 간신히 엔트리를 구성할 수 있는 정도지만 함께 뛰놀며 호흡을 맞춰온 덕에 어지간한 팀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즐기는 운동의 효과를 증명해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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