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율 저조, 전문가없는 토론회 등 형식적인 행사 ‘중론’
“저출산문제 직·간접 관련 인사 광범위하게 초청했어야”


저출산 고령문제가 우리사회의 가장 시급한 화두로 등장하자 정부는 지난해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에 따라 이 위원회에서는 지난해부터 전국을 돌며 저출산·고령사회 극복 전국간담회를 열고 있다. 충북도 지난해에 이어 4월 28일 청주 선프라자에서 ‘국민에게 듣는다-우리가 꿈꾸는 세상, 저출산·고령사회 극복 전국간담회’가 개최됐다. 그러나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주최하고 인구보건복지협회 충북지회가 주관한 이 날 행사 참여율이 높지 못해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 저출산·고령문제는 우리사회 핫이슈로 등장했지만 중앙정부의 정책이 지방까지 파급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신생아실. / 사진=육성준기자 전국간담회, 일회성 행사? 저출산·고령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이슈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대통령직속 위원회가 여는 간담회는 그야말로 형식적인 행사에 그치고 있다. 행사 주관 단체는 이 날 시·도 관계자, 일반시민, 군단위 보건소 관계자 등 모두 85명이 참석했다고 했으나, 이 숫자는 내빈과 행사요원, 발제자까지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추진기구로 보건복지부에 저출산고령사회정책본부가 설치됐고,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12개 부처 장관과 12명의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등 중앙에서 ‘호들갑’을 떠는 것에 비해 지방에서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느끼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이는 국가정책이 아래로 파급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역의 모 인사는 “중앙에서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실시하고 기구를 만드는데, 이런 정책들이 지방 곳곳으로 스며들어야 효과를 보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금은 중앙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하고 지역에서는 ‘강건너 불구경’ 식으로 쳐다보고 있다. 전국간담회를 하면서 저출산·고령문제에 직·간접으로 관련있는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초청하지 않고 공무원과 일반인들 몇 몇이 한 것은 일회성 행사밖에 되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또 이 날 주최측은 저출산·고령사회 극복 대상별 토론회를 열었으나 여기에 언론 관계자 4명, 사회복지관계자 2명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을뿐 이 분야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사람과 여성계 인사가 빠져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주었다. 현재 우리나라 출산장려정책은 여성들이 왜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가에 대한 진정한 성찰없이 ‘출산만이 애국’이라며 몰아붙이고 있어 여성의 목소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여성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한 여성계 인사는 “출산장려정책은 성평등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개선점을 내놓아야 하는데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아이를 낳으라고 한다. 결혼한 여성들은 일과 양육의 부담, 과중한 사교육비, 불평등한 사회구조 속에 놓여 있다보니 출산을 기피한다. 이런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것과 동시에 여성장애인의 출산을 장려하고 미혼모의 아이와 외국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떳떳한 국민으로 인정하는 것도 시급하다. 유럽의 출산율이 올라간 데에는 미혼모의 아이를 인정하는 사회분위기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 극복 전국간담회가 4월 28일 청주 선프라자에서 열렸으나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 조성할 것”

한편 정선용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저출산팀장은 이 날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립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여기서 정 팀장은 “우리나라는 83년 합계출산율이 인구대체수준 이하로 하락한 이래 20여년간 저출산현상이 지속되고 특히 외환위기 이후 2001년부터 초저출산 사회로 진입했다. 2004년 출생아수는 70년의 절반이하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평균수명 연장으로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 전체 인구의 9.1%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사회경제적 환경과 가치관 변화에 따라 결혼연령 상승, 자녀출산 기피 등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는 소득 및 고용 불안정, 일과 가정의 양립 곤란, 자녀양육 부담증가, 결혼관·자녀관 등 가치관 변화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자아실현 욕구 증가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가족·사회구조 및 인식의 변화가 미흡한 것도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여성경제활동 참여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고용환경은 미흡해 많은 여성들이 일과 결혼, 또는 일과 출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나라 기업환경은 여성이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청주지역내 기업체나 행정기관 중에서 어린이 보육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은 손에 꼽을 만하다. 한국도자기, 청원군청, 상당구청, 흥덕구청 정도가 직장내 보육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대부분의 기업체에는 이런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다.

정 팀장은 이어 보육시설 등 육아지원 인프라가 부족하며 서비스의 질적 수준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제하고 보육비용과 함께 높은 사교육비 부담도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직장인 이경옥씨(40·청주시 용암동)의 말이다.

“높은 보육비와 사교육비는 이미 가정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런데 밤 늦게까지 봐주는 보육시설이 없어 야근이 잦은 직장인은 여간 고생이 아니다. 베이비시터는 부르는 게 값이어서 무서워 아이를 맡길 수도 없다“면서 “지자체에서는 출산장려금 몇 십만원 줄 게 아니라 직장여성의 이런 고충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여성계에서는 육아휴직시 임금 전액지급 및 복직 보장, 남성육아휴직제 정착을 위해 신청자 우대, 직장내 보육시설 설치시 국고 및 지방비 지원 등을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앞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출산과 양육에 유리한 환경조성, 고령사회 삶의 질 향상기반 구축, 미래성장동력 확보 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기대자녀수가 인구대체수준인 2.1명에서 유지되도록 하고 여성과 고령자 경제활동 참여욕구를 증대시키며 양성평등 가치관을 확산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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