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기관 소문날까 ‘쉬쉬’', 피해자 6개월간 입원치료

청주시 A중학교에서 벌어진 구타사건이 발생한 지 9개월이 지나서야 피해학생 부모의 검찰고발을 통해 뒤늦게 세상에 알려졌다. 해를 거듭할수록 폭력의 수위가 높아져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 때,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앞장서야 하는 교육기관들이 수개월 전에 일어난 폭력 사실을 보고받고도 내부적인 사태해결을 위해 의도적으로 사건을 숨긴 것으로 밝혀져 비난을 면치 못 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6월 28일 A중학교 체육관에서 태권도부 코치가 소속선수를 구타한 사건이 발생했다. 구타를 당한 학생은 A중학교 1학년 B군(14)으로 초등학교 때 입은 사고로 인해 왼쪽 엄지발가락이 잘려나갔고, 봉합수술을 했지만 태권도 선수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는 학생이었다. 발차기를 할 때 디딤발에 힘을 제대로 주지 못해 다른 선수들에 비해 발차기에 힘이 실리지 못했던 B군이지만 중학교 입학 전 이러한 사실을 전달받은 C코치는 “대학 진학까지는 큰 지장이 없겠다”며 오히려 B군의 선수생활을 독려했다. 하지만 이러한 B군의 신체적 약점이 사건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차기 훈련을 하던 B군에게 C코치는 발차기가 잘못됐다며 B군의 둔부를 몽둥이(지름 7cm, 길이 70cm)로 5회 가격했고, 이 가운데 한 대가 고관절 부위를 맞아 B군은 고통을 호소했다. 체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고통 때문에 훈련에 제대로 임하지 못하던 B군을 재차 몽둥이로 가격했고, 이 후에는 꾀병을 부린다며 손과 발을 이용해 구타를 하는 등 하루동안 3회에 걸쳐 구타를 당했다는 것이 피해자 측의 주장이다. 이러한 피해자 측의 주장은 검찰의 지휘를 받은 경찰의 사건조사 결과, 함께 있었던 동료 학생들의 진술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타사건으로 인해 B군은 하반신을 전혀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피해학생의 부모는 12월 10일 경 검찰에 고소, 흥덕 경찰서 사건조사 후 현재 검찰로 송치돼 계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 폭력사건과 달리 사안의 중대성이 감안돼 검찰의 보강수사 후 구속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가해자 C코치, 사건발생 후에도 코치직 유지
이 사건으로 B군은 6개월간 반신불구의 몸으로 지냈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또한 피해학생의 아버지는 생업을 포기한 채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수많은 병원을 전전하고 다니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해당기관인 시·도교육청과 A중학교는 사건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가해자 C코치는 사건 발생이후에도 검찰에 고소당하기 전까지 6개월간 A중학교 태권도부 코치직을 유지하고 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취재결과 구타사실이 학교장에게 전달되기까지 3개월의 시간이 흐른 것으로 밝혀졌다. 임기가 다 되어가던 전 교장은 인사발령이 날 때까지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고, 신임 교장이 부임하고(2005년 9월 1일) 나서야 구타사실이 보고됐다. 또한 A중학교에서 상급기관인 청주시교육청으로 사건이 보고되기까지 40일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보고가 늦어진 것에 대한 질문에 A학교장은 “이 문제가 법의 심판을 받을 만큼 확대될 줄 몰랐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원만한 합의를 할 것으로 예상했고, 사건 당시에는 아이의 건강회복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그 외의 조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A코치의 코치직 유지에 관해서는 “학교 운영비로 월급이 지급되는 코치가 아닌 학부모들이 돈을 모아 월급을 줬기 때문에 학교장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명하지 않았으니 해임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고소했던 12월, 대책회의를 거쳐 C코치가 해임됐다는 사실은 사건을 보고받은 당시에도 해임이 가능했다는 유추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A중학교 담당자는 피해자의 부모가 언론 노출을 반대한다며 대외적으로 알려지는 것을 경계했다.

도교육청 또한 시교육청으로부터 보고를 받고도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다. 도교육청 담당자의 말도 학교장의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담당자는 “뒤늦게 보고를 받은데 다 합의가 원만히 진행되는 것으로 보고 받아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제는 검찰로 넘어간 사건을 도교육청의 입장에서 달리 조치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사건처리와는 달리 모 방송사를 통해 사건의 전말이 공개된 후 각 언론사에 ‘학생선수보호위원회’ 보도자료를 송부하는 등 발 빠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도교육청 담당자는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교육적 체벌에 대해 학생들이 반감을 갖는 등 예전과 세태가 많이 바뀌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 피해학생이 학교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며 사건의 본질을 벗어나는 답변을 했다.

또한 A중학교가 상급기관에 구타사건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사건을 축소 보고한 흔적도 나타났다. 도교육청이 시교육청로부터 보고받은 문서를 정리한 것을 보면 B군의 상태가 단순 근 파열과 염좌만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어 B군의 정확한 몸 상태를 짐작하기 어렵다. 또한 C코치가 손발을 이용해 구타한 사실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고 경찰수사결과 확인된 몽둥이의 크기도 지름 3cm, 길이 50cm로 축소 기재되어 있었다. 이 밖에 피해자가 ‘형사고발 이후에도 뚜렷한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언론에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추측 됨’이라고 기록해 눈길을 끈다.

한 교육관계자는 “C코치의 해임과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조기에 처리됐어야 했다. 피해자의 부모는 생업까지 포기한 상태다. 학교당국이 가해자와의 합의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하고, 도의적 책임을 지고 모금운동 등을 통해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도 사태해결을 위한 한 방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해자 소유의 아파트, 장모이름으로 가압류 해놓아
한편 합의과정에서 가해자 C코치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아 사태가 고소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과정에 개입했던 한 관계자는 “피해자의 가족이 처음엔 8000만원을 요구했으나 마음을 돌려 3000만원에 합의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C코치는 1500만원을 제시하고 강경한 자세로 나왔다. 또한 마지막 합의 당시 이미 C코치는 자신의 주소지를 변경하고 자기 소유의 아파트를 장모 명의로 가압류 해놓는 등 합의를 하려는 태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피해자 아버지 G씨는 “나 자신도 운동을 하다 구타에 의해 허리를 다쳐 운동을 그만둔 전력이 있다. 아들이 종종 코치에게 맞고 왔을 때 불상사를 막기 위해 학교를 찾아갔다”며, “합의금은 상징적 의미였지, 액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C코치가 마음에서 깊이 반성하고 진정으로 용서를 구했다면 가능했겠지만 합의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태도는 한 아이의 장래를 망친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 법의 심판을 청한 만큼 법정에서 옳은 판결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고 C코치의 처벌을 원했다.

현재 B군은 신경정신과 치료와 재활치료를 받고 있으며 사건 당시보다는 많이 호전된 상태지만 정상적으로 수업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아버지 G씨는 “수업일수를 채우기 위해 하루 2시간 정도의 수업을 받고 있지만 바른 자세로 오랜 시간 앉아 있지 못한다. 요즘도 매일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G씨는 10개월째 생업을 포기한 채 아들의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한편 C코치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사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 오옥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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