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규 도 기획실장, 오효진 군수 “경선은 싫어”
절차 무시한 전략공천 확정시 반발 불 보 듯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이 공천심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으로 대표선수 선발체제에 들어가면서 후보자 낙점을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 되고 있다. 두 당 모두 ‘경선을 기본으로 30%선 전략공천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문제는 ‘전략공천’이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한다면 여론조사 등에서 월등히 앞서는 예비후보가 있거나 군소 예비후보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거물급을 영입할 경우 전략공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당성’과 ‘당선’이 불투명한 영입 인사에게 전략공천이 돌아갈 경우 난립하는 후보군 가운데 낙점을 받지 못한 예비후보들의 반발은 불 보 듯 뻔한 것이다.
2월13일 저녁 도내 국회의원들이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오효진 청원군수, 이건표 단양군수, 이원배 전 한나라당 증평·진천·괴산·음성지구당위원장 등 3명을 전략공천 대상자로 우선 선정한 뒤 이튿날 이를 발표하자 일부 당원들이 기자회견을 갖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 도내 국회의원들이 공천 심사위 구성에 앞서 전략공천 내정자를 발표하자 열린우리당내 갈등이 불거졌다. / 사진=육성준 기자

당원들은 이들 인사들이 입당도 하지 않았고 공천심사위도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략공천 대상자를 선정 발표한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특정인물의 부적합성을 거론하며 홍재형 도당위원장과 면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홍재형 위원장은 “의원들끼리 이미 합의했기 때문에 번복할 수 없다. 해당행위는 하지말고 알아서 해라. 그러려면 차라리 탈당해라”라고 발언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으나 현재는 형식과 절차에 따라 원만히 처리하기로 의견을 조정해 일단 갈등이 봉합된 상태다.

이처럼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영입인사들은 ‘경선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내심 자신을 낙점해줄 것을 바라며 입당을 미루는 등 막후 힘겨루기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당내 입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경선에 뛰어들 경우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당선으로 가는 노정에 양탄자가 깔린 평탄한 길을 원하지만 선거가 임박해 한 갈래 길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영입인사들 앞에 가시밭길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오효진“영입은 맞아들이는 것”
지난해 9월 청주·청원통합 무산 이후 청원군수 불출마를 선언했던 오효진 청원군수는 자칫 정치적 휴면기를 맞을 뻔 했으나 일단 절호의 찬스를 만난 것은 분명하다.
이원종 지사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충북지사 자리에 한대수 청주시장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청주시장 출마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통합 추진의 파트너였던 한 시장이 자리를 비켜주면서 두 사람 사이에 교감이 오갔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무소속인 오효진 군수가 한나라당 배제 입장을 분명히 함에 따라 열린우리당 입당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한대수 시장이 빠진 한나라당 후보군에 비해 오 군수의 인지도는 단연 돋보인다. 여기에다 오 군수는 통합실패의 무거운 짐을 짊어진 자신을 청주시민들이 동정의 여론으로 맞아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지고 있다.

물론 오효진 군수는 지난 14일 충청리뷰와의 인터뷰에서 밝혔 듯이 국민중심당과 아직도 얘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국민중심당 후보로 충북지사에 출마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중심당의 낮은 지지도와 도지사 출마 시 당선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오 군수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열린우리당 입당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오 군수는 22일 전화통화에서 “경선을 수용할 수도 있다. 비겁하거나 당당하지 못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다. 그러나 아직 그런 말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오 군수는 그러나 “영입한다는 것은 맞아들인다는 것이다. 축복 속에 입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입당 과정이 소란스러우면 당에는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반문해 결국 정지작업이 이뤄진 상태에서 무혈입성을 기다리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당원협의회 등 오 군수 등에 대한 전략공천 내정 발표에 반발했던 당원들은 일단 당내 분란이 표면화 되는 것을 의식해 목소리를 낮추고 있지만, 청주시장 선거에서는 경선이 이뤄져야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당내 관계자 B씨는 “전략공천 내정 발표로 당내 갈등이 불거지면서 중앙당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전략공천을 할 만큼 큰 격차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선이 대세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B씨는 또 “정진태 전 산자부장관 보좌관이 입당과 함께 청주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경선을 바라는 회견문을 발표한 것도 경선 실시에 무게를 실어줬다”고 평가했다.
박환규 “후보들 사이에 정리하길…”
한나라당 후보로 청주시장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박환규 충북도 기획관리실장은 통신사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선에 참여할 수도 있다. 전략공천에만 기대지 않겠다”며 청주시장을 향한 도전의지를 불태웠지만 예선 없는 본선진출을 내심 간절히 바라고 있다.

“당원 확보도 안된 상황에서 일찌감치 경선을 준비해온 다른 후보들과 경쟁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박환규 실장의 설명이다.
박 실장은 전략공천 가능성에 대해 “간접적으로 중앙당의 분위기를 전해 듣는데, 중진 의원 가운데 여러 명이 나를 ‘꼭 필요한 사람’으로 추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은근히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 실장의 등장은 한대수 청주시장의 충북지사 도전으로 잔뜩 고무됐던 기존 후보군에게 결코 달갑지 않은 현실이다. 박 실장의 전략공천 가능성을 차치하더라도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려한다는 것은 기존의 후보군에 대한 평가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 도당은 청주시장 선거의 필승전략으로, 가능한 시한까지 외부인사 영입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당 관계자 D씨는 “기존의 후보군으로는 선거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인사 영입을 계속 추진할 것이고, 박 실장도 그 대상 가운데 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D씨는 또 “공천심사위원 가운데 일부는 영입인사에 대한 전략공천을 주장하고 있지만 기존 후보군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해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환규 실장은 3월 초 자신의 거취를 표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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