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군수급 이상 출마자 10여명 상시 상담
김씨, 도지사 후보군에 ‘훈수’ 던지기도

‘여당, 안도할 수준의 패배로 결론난다’ 예측
점집이 붐비고 있다. 음력 정월을 전후해 신년 운세를 보려는 사람들이 점집을 찾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2006년 6월은 경우가 좀 다르다. 충북에서만 175명의 선출직을 뽑는 ‘5.31지방선거’가 넉 달 앞으로 다가왔고, 경제난으로 취업운, 사업운을 묻는 사람들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아예 정치컨설팅 차원에서 점집을 찾아 자문을 구하는가 하면, 경쟁 상대의 사주까지 들고와 결과를 묻는 경우도 있다. 이렇다 보니 이름 난 점집들의 경우 미리 예약을 하지 않고서는 역술인을 만나기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또 얼굴이 알려진 정치인의 경우에는 입소문이 나는 것을 막기 위해 별도의 장소에서 특별 상담을 받기도 하는데 복채는 당연히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충북대 출신으로 모 중앙일간지가 선정한 ‘대한민국 신세대 3대 역술인’으로 꼽히기도 했던 김동완(45·아이사주닷컴 대표)씨를 통해 선거와 운세의 연관성, 역술인이 예측하는 5.31지방선거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국회의원, 도지사급 4~5명 상시 관리
서울과 청주를 오가며 역술원을 운영하는 김동완씨는 국가의 대사가 있을 때 마다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전국구 역술인이다. 그렇다 보니 대권후보로 부상하는 이른바 ‘잠룡’들을 비롯해 유명 정치인들이 주요 고객이다.
김씨에 따르면 정치인들은 당락 여부를 묻는 일회성 고객이라기 보다 꾸준히 상담을 받는 고정 고객들이 대분이다. 대부분 당선이 되고나서도 지속적으로 찾아와 조언을 구한다는 것.

김씨는 “선거란 어차피 상대가 있는 것이다. 내 운이 아무리 좋아도 상대에게 밀리면 어쩔 도리가 없다. 그래서 당락 여부를 꼭 집어 얘기해준다기 보다는 성격이나 용모 등에 있어 장점을 보강해 주고 단점을 고치도록 하는 정치컨설팅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무방하다”고 자신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김씨가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충북의 정치인(시장·군수급 이상)은 약 10여명 정도다. 그 특성상 신원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현역 국회의원과 도지사 후보군만 5명에 이른다.
김씨는 “신년을 앞두고 국회의원 중에 몇 명, 청주시장, 청원군수 후보군 가운데 몇 명이 찾아와 지방선거의 판도나 자신의 당락 여부를 물었다”며 “70% 정도가 서울까지 직접 찾아왔고 나머지는 청주에서 만나거나 전화로 상담했다”고 말했다.

국운, 당의 운세도 선거판도에 영향
어찌 보면 상식적인 얘기지만 선거는 선거 당시의 사회 이슈, 당 지지도가 개인의 당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2004년 총선에서 탄핵역풍이 불면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고, 충북의 경우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지역의 현안까지 맞물려 지역구 8석을 열린우리당에게 몰아주는 결과를 낳았다.

실제로 충북이 지역구인 몇몇 의원은 이런 특수상황이 아니었다면 당선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후일담의 주인공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는 출마를 결심하기도 쉽지않았을 것이라는 뒷얘기도 흘러나올 정도다.

역술인들도 당연히 국운과 당의 운세가 선거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정당의 이름이나 당기(黨旗)를 보고 당의 운세를 점쳐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완씨는 당기를 예로 들어 “가운데로 뭉쳐지는 형태의 당기가 있는가 하면 위 아래, 혹은 좌우로 갈라지는 느낌의 당기가 있다”면서 “갈라지는 당기는 선거에서 참패하거나 당이 깨지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선거, “일방적인 승리 없을 것”
그렇다면 역술인 김동완씨는 넉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어떻게 예측하고 있을까? 김씨의 예측 역시 최근 언론 등을 통해 밝혀진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운이나 당운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때 새삼스러운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수밖에 없는 일.

김씨는 5.31선거 결과에 대해 “최근 정당 지지도에서 확실한 우세를 보이고 있는 야당(한나라당)이 선거에서도 우세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일방적인 승리가 아니라 접전이 이뤄질 것이다. 여당도 큰 패배의 느낌을 갖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측 결과를 내놓았다.
이는 지난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번번히 완패했던 여당에게는 나름대로 희망적인 점괘로 분석할 수 있다.

물론 이성이 지배해야 할 선거판에 역술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부터가 허무맹랑하다는 지적도 있다. 여론조사와 분석 등 고도의 선거전략이 판을 치는 시대에 운명론이 설 자리는 없다는 것. 그러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후보자들이 굳이 ‘좋지 않다’는 일을 일부러 저지를 리는 만무한 일이다.

한때 역술인으로 활약하다 현재는 공무원이 된 M씨는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데에도 일정한 법칙이 있는 만큼 정치인의 운명도 주변의 질서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하지만 정치판이 혼탁하다보니 신경 쓰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도지사 유력 후보군, 운명을 바꿔라
김씨에게 도지사 선거의 판도를 묻자 “당선자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성명학으로도 풀고 관상도 본다. 선거는 상대가 있는 거라 누구와 대결하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상대의 사주와 관상을 함께 놓고 분석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씨가 역술을 통해 정치컨설팅을 하고 있는 이상 특정 예비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공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김씨는 다만 도지사 선거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우택, 한대수, 한범덕씨에 대해 “모두 선거운이 좋은 편이라 좋은 운을 보강하려는 노력이 곁들여진다면 더욱 좋은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본다”는 덕담과 함께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행동철학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김씨는 정우택 전 의원에 대해 “정치적, 행정적 경험을 고루 갖춘 것이 장점이지만 포용력을 길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한대수 청주시장에 대해서는 “멈칫멈칫 거리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도록 행동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한범덕 전 정무부지사에 대해서는 “리더십을 드러낼 수 있도록 저돌적인 부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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