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당 경선방침 강조하지만 도내 정치권 ‘반신반의’
자천타천 거론되는 후보군 “누구도 밑질게 없다”

이원종 지사의 차기 불출마 선언으로 자칫 싱거워질 뻔한 했던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 선출이 도당의 경선방침 속에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9월 정우택 전 의원이 한나라당 입당과 함께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한대수 청주시장, 한창희 충주시장, 김진호 전 국정원 관리관 등이 경선 출마 내지는 경선 출마 검토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경선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예기치 못했던 이원종 지사의 탈당으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한나라당이 애드벌룬 성격으로 경선카드를 부각시켰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경선이냐 전략공천이냐는 2월 중순 쯤 구성되는 중앙당의 공천심사위에서 결정할 일이고, 현재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군들도 사실상 다른 속셈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꽃놀이패’를 든 한대수 시장
경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 가운데 가장 여유만만한 사람은 한대수 청주시장이다.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차례 낙선을 했고, 지난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출마를 저울질하다 같은 당 소속 이원종 지사에게 밀린 경험이 있는 한대수 시장에게 정치적 야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시장은 그러나 이날 “당지도부가 경선 없이 다른 후보를 전략공천할 경우 이를 수용하고 다시 청주시장에 출마하겠다”고 밝혀 자신의 퇴로를 스스로 확보해 뒀다.
한 시장이 이처럼 양쪽으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한나라 당적으로 국회의원 선거와 청주시장 선거를 치르는 등 당내 공헌도가 높아 일단은 경선을 치러도 불리할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송광호 도당위원장과 정우택 전 의원 등 자민련 출신 인사들이 당의 간판을 독점하는 것에 대한 당내 불만도 있어 경선이 실시될 경우 후발 주자임에도 한 시장의 파괴력은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만약 경선이 이뤄지지 않고 전략공천에서 밀릴 경우에도 한시장은 청주시장 후보자리를 더욱 확실히 꿰차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선 출마 선언으로 한나라당의 흥행가치를 높여준 대가로 청주시장 전략공천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부분에까지 생각이 미쳤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도지사 출마의 문턱에서 두 번이나 물러난 점도 일종의 경력이 돼 차기 0순위를 보장받는 부수효과까지 챙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창희, 김진호 “밑질 것 없다”
“도지사 경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한창희 충주시장과 “경선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다”며 1월23일 출마의사를 밝힌 김진호 전 국정원 관리관도 자신이 도지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 불만은 없다.

어찌 됐든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도지사 후보군으로 수준이 상승되는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선출직을 노리는 정치인들에게 있어서는 결코 손해볼 일이 아니다.

도당의 발표와는 달리 기자들의 취재에 경선 출마를 사실상 부인했던 한창희 충주시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고민 중’임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한창희 시장의 고민은 도당 관계자와의 교감을 통해서 시작됐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언론에 직접 출마 의사를 밝힌 김진호 전 국정원 관리관은 보다 적극적이다.
김 전 관리관은 “좌파사상과 사회갈등으로 국가가 존폐의 위기에 있다”며 경선 결과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내 양지를 지향하며 음지에서 일했던 국정원 출신 인사로서 일단 언론의 주목을 받는데 성공했다. 김진호 전 관리관은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이름을 알린 뒤 차기 총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선 애드벌룬, 도당의 작품인가
이처럼 한나라당 충북도당 송태영 사무처장이 1월10일 도지사 후보 경선방침을 밝힌 이후 이에 부응하는 경선 참가 선언이 잇따르면서 결국 모종의 각본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기자회견 당시 송 사무처장은 “민주적인 정당의 속성상 경선 실시는 당연하고 도당 운영위원장단 모임에서 뜻을 모았다”고 강조했지만 경선 여부는 2월 중에 구성되는 중앙당 공천심사위의 결정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또 30%까지는 전략공천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중앙당은 오히려 경선 보다는 전략공천으로 분위기를 띄우려 하고 있다. 영향력 있는 외부인사를 영입한 뒤 전략공천 하는 것이 경선 보다 더 이벤트성이 강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당내 분위기를 고려할 때도 충북도지사 후보를 놓고 경선을 치르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굳게 입을 닫은 정우택 전 의원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해 9월 입당과 함께 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원종 지사를 향해 연일 직격탄을 날렸던 정우택 전 의원은 최근의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정우택 전 의원은 혁신도시 입지 선정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원종 지사를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박근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충북 등 충청권 지사 후보를 전략공천하기로 방침을 세웠다며 이원종 지사를 밀어붙였다.

정 전 의원 캠프는 그러나 도당의 경선 실시 방침 기자회견이나 후보군들의 잇따른 기자회견에 대해서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역시 도당의 경선방침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반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지방선거 후보 선정까지 두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고 출마예정자들의 노림수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초대장의 번지수가 바뀔 가능성은 얼마든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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