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일련의 논란속, 조심스런 '소방수' 운신

   
충북도가 요즘처럼 단시간 내에 여론을 많이 탄 적도 없다. 도지사 불출마와 정계 은퇴로 일단락은 됐지만 이원종지사의 말 한마디는 곧장 언론의 메인 뉴스로 등장하는가 하면 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한범덕정무부지사는 말 그대로 움직이는 뉴스거리다.

게다가 최근 정무부지사 내정과 도체육회사무처장 인사 등이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키면서 근래 들어 충북도는 단 하루도 바람잘날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 이 모든 것을 묵묵히 지켜보며, 주변에서 바라 볼 때 아주 힘든 시간을 보낼 것같은 사람이 있다. 이재충 행정부지사다.

굳이 세속적 잣대를 들이댄다면 남들은 연신 언론을 타며 자기를 알리고 있는데 가정으로 치면 안방살림을 책임지는 이부지사는 그저 조용히 인고하며 자기역할에만 충실하는 것이다. 차라리 지금 돌아 가는 상황이 이 부지사에게 그런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게 편하다.

지방선거에 있어 하나의 맹점은 막상 선거분위기가 조성되면 부단체장, 이른바 2인자의 처신이 극도로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고, 선거에 목을 매야 하는 상전(자치단체장)을 대신해 조직을 추스러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심적 부담은 커지게 된다.

그런데 지금, 이재충부지사의 경우는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이원종지사가 불출마도 부족해 아예 정계은퇴까지 선언한데다 가까운 친구관계로 자신의 심정적 파트너였던 한범덕정무부지사마저 떠나게 됨으로써 어깨가 더 무거워진 것이다.

게다가 후임 정무부지사가 논란끝에 무산된채 공석으로 남게 될 공산이 커지면서 이재충부지사는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충북도라는 거대한 공룡조직을 혼자서 총괄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물론 이지사는 자신의 정계은퇴 기자회견장에서 남은 임기를 채울 것과 앞으로 레임덕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하지만 선출직의 임기 말, 그 것도 차기 출마를 포기했을 때는 조직의 영(令)을 세우기가 결코 쉽지 않다. 제 아무리 제갈량 머리와 장비의 힘을 갖췄더라도 선출직의 임기말은 썰렁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선출직들이 임기말에 의욕을 보였다간 자칫 퇴임후에까지 족쇄를 채우는 ‘무리수’를 수반하게 되는데 이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부임한 이재충부지사는 취임하자마자 주변으로부터 여러 요구에 직면했다. 공교롭게도 이 부지사 연배(54세)의 동문들이나 지인들이 현재 각계의 곳곳에 포진하며 지역사회의 여론형성을 주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부지사에 대한 기대심리도 상대적으로 컸다. 이들의 요구중에 하나가 “네가 잘 해야 (한)범덕이가 잘 풀린다”였다. 주변의 이런 분위기 때문에 이 부지사는 처음부터 처신에 신중할 수 밖에 없었고, 이를 의식하는 가까운 사람들이 최근 돌아가는 상황을 놓고 이 부지사에 대한 연민(?)의 정을 숨기지 않는 것이다.

한 지인은 “솔직히 말해 이재충부지사 본인 스스로 지금 코가 석자다. 임명직으로서는 어느덧 정점에 달했기 때문에 본인 자체도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런 마당에 자기 얘기는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으니....청주에 내려오자마자 청주청원통합문제를 전담하면서 고생하다가 지금은 노사정협의회 의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하이닉스 문제로 고충이 심한 것으로 안다. 위문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재충행정부지사와 한범덕정무부지사는 청주고 동기로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에선 차세대 주자로 지목돼 왔다. 이들은 학창시절에도 두각을 나타내 한범덕부지사는 청주중 회장, 이재충부지사는 청주고 회장을 지냈다. 특히 서울법대 출신인 이 부지사는 30대에 보은군수, 40대에 중원군수 등을 역임하며 일찌감치 주목을 받아 왔는데, 관가에선 대체로 자기논리가 분명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고향인 충주에서는 이미 이 부지사를 차기 반열에 올려 놓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때문에 일부 지인들 사이에선 지금 이 부지사가 처한 현실을 놓고 ‘앞날을 대비한 단련’이 될 수 있다며 오히려 긍정적으로 판단한다.

한 지인은 “그가 다시 중앙부처로 올라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직책을 맡을지 어떨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도 언젠간 지역에서 마지막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중앙부처의 요직을 거치며 고급행정만을 주로 다뤘기 때문에 지금처럼 지방의 자질구레한 일까지 모두 경험하는 것은 앞으로 본인을 위해 유익할 것이다”고 말했다.
/ 한덕현 기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