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나기정 정종택, 궁금해지는 지방선거 함수관계

정종택, “저런 사람이 도지사 한번 해야”를 희석시킨 아쉬운 정치력
김현수, 2만여 기본표로 준비된 후보 집안내 조율과 정당이 관건
나기정, 일에 대한 열정 향수로 경쟁력 인정받지만 역시 나이가 문제


총선이나 지방선거 때마다 단골로 나타나는 화두가 있다. 세대교체와 물갈이론이다. 이는 새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현직 인사의 힘을 빼기 위해 전략적으로 구사하는 책략일수도 있고,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선거문화의 보편적 가치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 두가지 선거용어(?)는 후보간 분명한 대립각을 조성함으로써 이해(利害) 역시 후보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린다. 정치불신이 극에 달할 시점에서 치러지는 오는 5월지방선거에서도 세대교체와 물갈이론은 선거전의 핵심 이슈가 될 게 뻔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설정에 역행하는 것이 하나 있다. 김현수 나기정 정종택씨(가나다 순)가 최근 지방선거와 관련해 자꾸 거론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혹은 본인의 뜻과는 무관하게 올 지방선거 역학구도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김현수 나기정씨는 청주시장 출마여부로, 정종택씨는 도지사출마와 향후 정치적 운신여부로 줄곧 주목을 받아 왔다. 이들의 나이는 현재 각각 71세(정)와 69세(김·나)로, 본인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당장 문제의 나이 때문에 논란에 휩싸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앞으로 주변여론이나 관계자들의 이해관계에 대해 과연 어떤 처방을 내릴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선거일이 다가 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종택충청대학장이 정당으로부터 구체적 제의를 받은 것은 지난해 12월 26일 국민중심당의 충북도 창당발기인 대회 때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심대평 신국환 중앙당 창당준비위 공동위원장이 정학장을 급거 방문,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국민중심당 관계자는 “한마디로 예상과는 달리 기대감을 조금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심대평 신국환 두 분이 정학장에게 당의 후원회장을 맡아 줄 것과 도지사 출마를 정중하게 제의했지만 긍정적 답변을 얻지 못했다. 당시 정학장은 한나라당 후보로 나선 정우택 전의원 집안과의 인연을 이유로 완곡하게 고사했다. 그 이후 당차원에선 얘기가 더 진척된 게 없다. 실제적으로 정종택 카드를 포기했다고 해석하면 옳을 것이다. 때문에 구체적으로 드러난 국민중심당 충북도지사 후보는 아직 없다”고 말했다.

정학장과 정 전의원은 같은 연일정씨 화곡공파로, 특히 정학장은 과거 충북의 대표적 정치인이었던 정 전의원의 선친 정운갑씨(자유당 정권 농림부장관· 5선 의원)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 전의원은 사석에서 “두 분의 관계는 우리가 보통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차원을 벗어난 것이지만 내가 말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정종택학장은 국회의원 3선에다 장관을 다섯 번이나 역임한 과거 화려한 경력과 인맥 때문에 지역에서 항상 모종의 역할론이 기대됐는데, 지난 2000년 김기영씨(전 민주당 청원지구당위원장)를 내려 앉히고 갑작스럽게 출마했다가 실패한 16대 총선의 여파로 정치적 운신에 있어선 항상 제약이 따랐다. 많은 사람들은 “저런 분이 한번 도지사를 해야 한다”며 정학장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그의 정치력에 대해선 항상 아쉬움을 나타냈다. 16대 총선의 원죄 때문이다.

이런 정학장에 대해선 지역정가에서 아주 색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원래 한나라당 성향인 그가 정우택 전의원을 매개로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지금 충북에 소외론을 안기는 핵심중에 하나가 정부 수립 후 충북출신 총리가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정학장은 평소 이 점을 특히 아쉬워했다. 정학장이 앞으로 정치적 선택만 잘 하면 예상 외의 ‘한 방’을 얻을 수도 있다. 그는 그만한 능력과 경륜을 갖췄다고 본다. 나이를 봐도 선출직보다는 중앙의 임명직이 더 어울린다”고 말했다. 측근에 따르면 정학장은 지금도 물구나무를 선채 돌아 다닐 정도로 40대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수 전 청주시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5월지방선거의 확실한 청주시장 후보다. 가장 먼저 선거운동을 시작했고, 청주에서 그만큼 애경사와 행사장을 누벼온 사람도 없다. 더 엄밀하게 말해 김 전시장이 권토중래를 위해 지역에 공을 들인 것은 무려 8년이나 된다. 그는 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나기정 전시장에게 일격을 당한 후 4년이 지난 2002년 제 3회 지방선거에서도 현 한대수시장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천생 정치인’이라는 이름값(?)에 걸맞게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견지해 왔다.

김현수 전시장의 약점은 역시 나이. 본인은 5월 31일 선거까지 생년월일이 안 된다며 68세임을 강변하지만 통상 만 69세로 알려져 있다. 최근 국민중심당 입당 여부를 놓고 언론을 탔으나 여전히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 사실 김 전시장이 정당을 택한다면 지금으로선 명망가 한 사람이 아쉬운 신당쪽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신당 관계자 역시 “그 분의 과거 정당경력 등을 보면 여러 비판적 요소가 있지만 오겠다면 우리가 마다할 이유는 없다. 언제든지 기본적인 경쟁력을 갖춘 분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역에서 김 전시장을 평가할 때 항상 따라 다니는 것이 있다. 그가 몰고 다닌다는 기본표다. 모교인 청주상고 인맥에다 7남 2녀 형제들이 만들어 내는 울타리 효과로 2만~2만5000표는 기본적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 전시장은 두 번의 지방선거에서 비록 패했지만 선전을 기록했다. 98년엔 5만5674표로 2위를 했고, 2002년엔 5만976표로 3위 낙선했다. 때문에 후보가 난립할 경우 이런 기본표에다 적당한(?) 정당만 갖춰진다면 언제든지 당선권으로 분류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김 전시장에게 확실한 변수가 하나 생겼다. 청원군수 출마를 위해 열린우리당 공천을 바라는 동생 현상씨(54)와의 관계다. 같은 청주권에서 형제가 출마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현수 전 시장은 역시 정치인 답게 명쾌한 답을 내렸다. 동생이 공천을 받으면 본인은 출마를 포기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청주시장 선거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 때까지 무소속으로 남겠다는 게 김 전시장의 생각이다. 기자들의 취재에 거침없는 답변으로 항상 자신감을 표하는 그가 과연 3수생의 기적을 이룰지는 두고 볼 일이다.

나기정 전 청주시장의 심기도 요즘 많이 복잡해졌다. 그동안 신당측으로부터 직·간접의 콜을 받은데다, 최근엔 열린우리당마저 노골적인 구애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나 전시장은 “어디라고 밝힐 수는 없지만 솔직히 고민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건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나기정 전시장이 5월 지방선거와 관련해 자꾸 거론되는 이유는 자명하다. 그만한 경쟁력을 갖춘 인물이 없는데다 시장 재직시 보여 준 일에 대한 열정 때문이다. 당장 열린우리당은 상황이 급해졌다. 여당의 청주시장 후보로 강력 지목되던 한범덕 정무부지사가 도지사 출마로 선회한 상태에서 대안마련이 쉽지 않게 됐다. 물론 김형근 충북도당 사무처장이 오래전에 출마의사를 밝혔지만 ‘특단의 이벤트’가 없는 단독후보 옹립으론 한나라당의 파죽지세를 깰 수 없다는 게 당의 고민이다. 그래서 제 3의 인물 출현을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이런 틈새에 얼굴을 내비치기 시작한 사람이 바로 나기정 전 시장이다. 물론 본인의 뜻과는 달리 당쪽의 일방적인 바램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나 전시장이 선뜻 나서기엔 역시 여러 제약이 따른다. 우선 나이문제가 걸리고 또 한범덕 정무부지사가 열린우리당 도지사후보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한참 선임인 그가 기초단체장 선거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모양새가 안 좋다. 나이만 아니라면 나 전시장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후하다. 청주시장으로서 그만큼 많은 일을 해 낸 사람이 없고, 전국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청주시장 재직시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며 ‘일밖에 몰랐던’ 그에 대한 향수가 여전히 지역에 깊이 배어 있다. 그는 2002년 선거에서 낙선하고도 사단법인 미래도시연구원을 개설, 각종 정책이나 시정문제에 남다른 애착을 보여 왔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선거문제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다. 신중함이 몸에 밴 탓이기도 하지만, 체질적으로 정치판에 휘말리는 것을 싫어한다. 실제로 현재 나 전시장이 가장 불편해 하는 것은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을 받게 한 지방자치의 왜곡현상이다. 이에 대해 그는 “지방자치가 발전하기는 커녕 자꾸 후퇴하고 있다. 선거제도를 보더라도 지방의 중앙예속화가 더욱 노골화됐다. 지금의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면 출마하는 것보다는 이런 모순을 고쳐 나가는 일에 역할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소신있게 접근하는 인사가 나타난다면 차라리 그를 돕겠다. 여러 가지 답답한 일만 눈앞에서 벌어진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현재 지방자치학교 이사를 맡고 있는 나 전시장은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공천제도에 대해 매우 반감이 크다. 때문에 그가 이를 무릅쓰고 지방선거에 나선다는 자체가 지금으로선 쉽지가 않다. 나기정 전 시장의 경우 청주시장직을 맡겨만 준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업적을 남길 수 있는 내공을 쌓고 있지만 그 과정이 너무 멀게만 인식되는 것이다.

나 전시장이 주춤거리면서 충북도 기획관리실장과 청주·충주 부시장을 지낸 김동기 인천광역시 행정부시장의 이름도 최근 열린우리당 내에서 많이 거론되고 있다. 김동기씨는 이미 충북도 전입여부로 관심을 끌어 왔는데, 과연 그가 오제세 국회의원(열린우리당·전 인천시 행정부시장)을 반면교사로 공직을 치고 나와 선거판에 뛰어들지는 좀더 지켜 볼 일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