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역동성 숨쉬는 지역풍토 조성 계기 삼아야” 여론

이원종지사의 불출마와 정계은퇴 선언은 여전히 도민들에게 숱한 얘기거리를 제공한다. 그만큼 신선했다. 이지사 역시 그간의 역할에 있어 공과가 분명이 엇갈리는데도 정계 은퇴 선언후 오로지 긍정적 평가만이 여론을 형성하는 이유는 반전의 효과가 더할 나위없이 컸기 때문이다. 처음 이 소식을 전해들은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정계은퇴라는 이지사의 강수가 도민들에게 어떤 ‘충격’으로 다가왔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막판 뒤집기, 회심의 어퍼컷, 총에 맞은 기분, 살다 보면 이런 일도, 등 등 다소 선정적 용어들까지 거리낌 없이 쏟아져 나왔다.

이지사의 불출마 및 은퇴발언에 도민들의 체감지수가 이처럼 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상대 후보와 게임도 안 되는 지지도를 유지하면서 3선이 당연시됐었기 때문이다. 이지사에게 비판적이었던 인사들조차 현재의 지지도라면 재출마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숙명론(?)을 인정하려던 차에 터져 나온 것이라서 더욱 놀라움을 안겼다. 어쨌든 이지사의 용단은 지역의 대표적 인사가 표현한 것처럼 “충북의 10년 묵은 체증을 단 한번에 씻어 내리는 마치 단비같는 소식”이었음에 틀림없다. 99%라는 절대 다수의 출마권유와 단 1%의 반대여론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지사는 이처럼 용기있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모든걸 포기하고서도 성공적인 공직자로 남게 됐다.

도민들의 기대감은 바로 이런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지사의 이번 사례를 개인차원의 일과성 ‘사건’으로 묻어둘 게 아니라 충북사회 전반에 새로운 기류를 안기는 ‘시금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 정치, 사회, 문화, 시민운동 등 모든 분야에서 변화와 역동성을 배가시키는 단초가 되어야 한다는 희망을 숨기지 않는다. 실제로 이지사의 정계은퇴 선언 이후 이런 얘기가 공사석을 막론하고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실감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요즘은 까닭도 없이 즐겁다”며 자신의 소회를 피력했다.

그는 “나는 이지사의 불출마를 오래전부터 주장해 왔다. 결코 그 분의 능력이나 역할 부족을 탓해서가 아니라 오직 충북의 변화를 갈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덜컥 정계은퇴까지 했다는 말을 듣고 한동안 멍한 기분이었다. 그 소식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갑자기 지역에 대한 긍지마저 느끼겠더라. 이지사는 말 그대로 정확한 시기에, 정확한 판단으로 도민들을 감동시켰다. 지금 우리 지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지도자들의 이러한 용기다. 물러날 때에 물러나야 한다는 말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냉정하게 따지면 지금 충북엔 젊음이 없다. 공적이건 사적인건 혹은 공공성격이건 대부분의 요직과 역할을 나이 많은 사람들이 독식함으로써 탄력을 잃은 것이다. 역동성의 상실은 나중에 서서이 엄청난 역기능을 초래한다. 지역의 입장에선 이는 재앙과도 같다. 신(新) 구(舊 )간의 물흐르듯한 관계는 실종되고 자칭 어른들만 판치고 있다. 이들이 과연 도민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는지 곰곰 반성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부적격한 인사들이 충북을 대표하는 꼴은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상은 엄청나게 변하고 있는데 유독 충북만큼은 과거지향의 정서에 답답할 정도로 억눌려 있다. 은퇴한 사람이 또 욕심을 부리며 전면에 나서고,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 충북을 대표한다고 나서는 형국이다. 이의 타파가 지역의 최대 현안이었는데 지금 때가 온 것이다. 이지사의 용단은 이런 차원에서도 앞으로 더 회자될 필요가 있다. 이젠 떠날 사람은 스스로 떠나야 한다. 그래야 존경 받는다”고 강경하게 말했다.

이지사의 정계은퇴 발언에 대해선 중앙언론에서도 그 상징성을 중시했다. 전국적으로 세대교체의 조짐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런 세대교체 바람은 충북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역사회 각계의 움직임과 관련해 그 얼굴에 그 인물,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이 많았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원종지사의 결단이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가능성(?)으로 다가 오는 이유는 바로 이런 지역적 정서를 절실하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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