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발전 이끈 행정의 달인 각인

지난 4일 이원종지사의 전격적인 지방선거 불출마와 정계은퇴 선언은 당장 지역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5월 지방선거 구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게 됐다. 이날 이지사의 결단은 그만큼 호사가들의 의표를 찌른 것이다. 당초 15일 쯤에나 거취표명을 할 것으로 예상된 상황에서 10여일이나 앞당겨진데다 도지사 불출마는 물론 아예 정계은퇴까지 선언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지사는 이번 은퇴선언으로 모든 부정적 이미지를 일거에 불식시키고 성공한 도백으로 영원히 남게 됐다. 도민들의 반응 또한 아름다운 은퇴를 결심한 이지사에 대한 칭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지사의 정계은퇴는 여러 모로 상징적인 의미를 띤다. 우선 삶의 정점에서 하산을 결심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이지사는 지금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타후보와 비교도 되지 않는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4, 50%를 오르내리는 지지도를 기록하는 반면 경쟁 후보들은 한자리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지사는 이미 승부가 끝난 ‘패’를 들고 3선에 나설 수가 있었다. 이런 호조건을 모두 버리고 불출마와 정계은퇴를 선언했다는 것은 그 자체가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이지사의 리더십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인사들은 이번 결단에 특히 놀라워하며 오히려 자신들을 되돌아 보려는 분위기마저 내 보인다.

사실 이지사의 불출마 가능성은 최근 조금씩 감지됐다. 우선 비록 3선 가능성이 확실하지만 관선과 민선을 통틀어 4번째 도지사를 맡는 것에 대한 심적부담이 클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출마냐 불출마냐 논란이 거론될 때마다 한켠에선 “주변에서 잡을 때 떠나야 한다”는 여론도 수그러들지 않았던 것. 이를 감안해 이지사의 지인이나 측근중엔 조심스럽게 이를 진언한 인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본인의 말대로 가족들의 출마반대가 한몫했다. 한 지인은 최근 며칠간의 이지사 운신에 대해 “사석에서 특히 순리론을 많이 강조했고, 또 그 어느때보다도 즐겁게 본인의 말을 이어가더라. 이걸 보면서 무슨 결단이나 변화가 있지 않나 생각했는데 이렇게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할 줄은 몰랐다. 본인의 결심이 선 이상 빨리 한 것은 잘한 것이다. 시기적으로 아주 적절했다”고 말했다.

정우택 전의원이 한나라당에 입당, 도지사 후보로 나선 점도 이지사에게 심적 불편을 안겼던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관계의 대립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이지사로선 정우택 전의원과의 경선은 처음부터 원치 않았을 공산이 크다. 공교롭게도 좀처럼 지지도 회복을 보이지 않은 정 전의원과 관련해 주변에서 이지사를 향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될 즈음에 불출마 선언이 나옴으로써 둘간의 관계는 다행히 강을 건너지 않게 됐다.

어쨌든 이지사는 이번 선언으로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 온 정치신념 부족이니 당성 결여니 하는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 명예롭게 임기를 마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선 정계은퇴라는 강수에 대해 더 활동할 수 있는 현재의 나이(65세)를 감안, 향후 가능성까지 차단한 것은 성급했다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이지사의 평소 신념을 고려하면 그 반대라는 지적도 있다.

민선 도지사직을 수행하면서 줄곧 행정과 정치의 분리를 고집해 온 입장에선 정치 및 정당과 완전히 고리를 끊어야 되레 본인의 운신폭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지사는 정계은퇴를 선언함으로써 앞으로 ‘비정치적’ 처신에 있어선 훨씬 더 자유롭게 됐다. 때문에 오래전부터 따라다닌 입각설 내지 총장설 역시 이런 맥락에서 보면 언제든지 가시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본인은 현재 이런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이지사의 불출마로 5월 도지사 선거구도는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됐다. 난공불락의 강적이 사라진 지금, 어차피 향후 경쟁구도는 도토리 키재기가 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선 정우택 전의원이 전진캠프를 선점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지금으로선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범덕부지사는 자신의 평소 공언처럼 이지사 불출마가 확정된 이상 도지사에 도전해야 할 판이다.

특히 한부지사의 경우 여전히 정당선택과 함께 도지사냐 청주시장이냐를 놓고 고민이 많지만 너무 실리만을 좇다가는 앞뒤 명분을 다 잃을 수도 있다. 때문에 당초 여론화된대로 열린우리당 정동영과의 친분, 그리고 열린우리당측의 간절한 러브콜을 감안해 이에 응하는 것이 멀리 봤을 때 명분있다는 지적이 많다. 공교롭게도 열린우리당 충북도당은 4일 오후 이지사 불출마에 따른 기자회견을 갖고 한부지사에 대해 두가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열린우리당 입당을 확신한다(노영민의원)와, 열린우리당 도지사후보군에 포함된다(홍재형의원)는 발언이다. 정가에선 이지사가 공개적으로 한부지사 손을 들어 줄 경우의 변수를 의식하기도 하지만. 이는 이지사를 잘 모르는 발상이라는 게 중론이다. 본인 스스로 강력하게 정치와의 결별을 선언한 이상 이지사가 이런 문제에 관여할 개연성은 거의 없다.

한대수청주시장과 오효진청원군수 역시 도지사를 넘볼만한 결정적 계기가 생겼다. 둘 다 이미 상황에 따른 도지사 도전의사를 밝힌 터라 벌써부터 이 두사람에게 쏠리는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특히 한시장은 경선에 대한 부담, 즉 청주시장 재선에 나설 경우 이미 활동폭을 넓혀가고 있는 김진호(전 충북도의회의장) 남상우씨(전 충북도정무부지사)와의 예선전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여차하면 도지사로 눈을 돌려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할지도 모른다. 청주 청원통합 무산으로 군수 불출마를 약속한 오효진 청원군수 또한 이지사 결단으로 고민이 커지게 됐다. 신당인 국민중심당에선 오래전부터 오군수에게 간절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만약 국민중심당이 충남이나 대전만큼 분위기를 탄다면 오군수가 이를 등에 업고 충북정벌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잡을만한 확실한 손잡이가 보이지 않는다”는 한 측근의 볼멘소리처럼 오군수가 어느 당을 택하고 또 도지사와 청원군수중 어떤 자리를 노릴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같다.

열린우리당 도지사후보엔 변재일도
개각논란 와중에 인물경쟁력 부각


참여정부의 개각논란 불똥이 엉뚱하게 변재일의원 한테도 튀고 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임시 당의장겸 원내대표가 산자부장관에 내정된 것이 결정적 계기다. 정의장의 입각은 야당은 물론 같은 열린우리당 내에서도 비난의 핵심이 되고 있는데, 충북에선 지역 홀대론의 진앙이 되고 있다. 그런 인사라면 차라리 변재일의원(청원)을 입각시켜야 했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산자부 차관을 지내다 참여정부의 징발로 17대 총선에 나선 변재일의원은 이미 관계에선 검증된 인물로 통한다.

그런데도 정치인으로 변신한 것이 원죄(?)가 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선수(選手)가 우선인 정치판에서 고작 초선인 변의원의 운신폭은 좁을 수 밖에 없다. 만약 참여정부가 지역을 달구고 있는 충북홀대론을 의식한다면 당연히 산자부차관을 지낸 변의원을 장관으로 영입할 수도 있다. 변의원은 노무현정부의 징발만 아니었다면 이미 장관을 지내고도 남았다는 게 중론이다. 국회의원이 되고나서도 자신의 전문분야(정보 통신)를 살려 소리소문없이 충북의 핵심과제인 오창, 오송사업과 관련해 예산확보 등 많은 업적을 보이고 있다.

변재일의원에 대해선 도민들의 또 한가지 불만이 있다. 집권여당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아직 도지사후보도 못낸 상태에서 언제까지 홍재형 이시종 타령만 하느냐는 것이다. 차라리 50대의 변의원이 치고 나와야 한다는 여론이 이번 개각파동을 계기로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감을 얻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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