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의 학교발전기금 납부, 학위 매매 부정적 여론도
정치인, 행정가 저인망식 물색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좍繹求遊 초대 충북대 학장을 지낸 조현화씨에게 1983년 명예농학박사 학위를 수여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모두 21명에게 명박 학위를 수여했다. 대부분의 대학이 내·외국인에게 50대 50의 비율로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데 반해 충북대의 경우 외국 국적은 2001년 3월 명예행정학박사 학위를 받은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 ‘하비비’가 유일하다.

충북대의 경우 유난히 기업인이 많고 이름이 알려진 정치인, 행정가 등도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의 기업인으로서 충북대 명예박사 1호는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이다. 1993년 2월 명예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 회장은 학교발전기금으로 3억원을 냈다. 임광수 임광토건 회장도 학교발전기금 3억원을 내고 1995년 2월 명예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충북대는 1993년부터 1996년까지 기업인들에게 내리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데 이어 2003년 이후부터 다시 기업인들을 챙기고 있다. 2003년 8월에는 삼진제약 설립자인 최승주씨가 명예약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2005년 전영우 (주)대원 대표이사와 송석우 축산경제 대표이사도 박사모를 썼다.
전영우, 송석우씨는 각각 1억원과 5000만원을 학교발전기금으로 기부해 다른 기업인들에 비해 돈보따리가 다소 작았다.

기금 규모는 늘지만 이자 줄어 고민
충북대의 경우 기업인들이 명예박사 학위 수여와 관련해 학교에 낸 기금은 대외협력부서를 통해 관리되며 학술연구기금이나 장학기금으로 사용된다. 기념관 건립 예산으로 400억원을 낸 삼성 이건희 회장의 예처럼 건물을 지으라고 들어온 목돈은 없다.

문제는 기금의 규모는 계속해서 늘고 있지만 금리 인하로 이자는 오히려 줄고 있다는 것이다. 충북대의 학교발전기금은 원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원금에서 발생한 이자를 사용하는 이른바 이자사업이기 때문에 IMF 이후의 저금리 기조는 자금 운용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대학 관계자는 “이전에는 기업인들이 보통 3억원 정도의 발전기금을 냈는데 IMF 경제난 이후 갈수록 내는 규모가 줄어들고 있으며, 금리 인하로 인한 여파가 크게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기금을 낸 사람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는 것은 사실상 학위를 사고파는 일이어서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이다. 대학이 정한 학칙과 기준에 맞지 않는 사람에게 명박 학위를 줄 경우 배임죄가 성립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위가 먼저 수여되고 그 대가로 돈이 들어오는 방식 보다는 일단 순수하게(?) 돈이 들어온 뒤에 학위를 수여하는 방식이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적어도 사전 거래에 의해 학위를 매매했다는 곱지않은 시선을 피해보려는 의도에서다.
대학관계자는 “발전기금이 들어오게 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실무자가 알 수 없다. 다만 그동안 돈을 낸 기업인들은 대체적으로 학위수여 직전에 발전기금을 냈다”고 밝혔다.

현직 행정가에게 수여 “낯 뜨거워”
충북대는 특히 전·현직 정치인이나 행정가 등에게도 아낌없이(?) 명예박사모를 씌워줬다. 충북대 정치인 명예박사 1호는 경제부총리(재정경제원장관)를 지낸 홍재형 의원이다. 홍 의원은 학위 수여 당시 충북대 객원교수였으며, ‘브레인풀’ 차원에서 농업경제학과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경제’를 강의하고 있었다. 타 지역 국회의원으로는 전북 고창이 지역구였던 새천년 민주당 정균환 의원이 1999년에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 의원을 필두로 이원종 지사, 나기정 전 청주시장, 한대수 청주시장 등 민선 관료들이 내리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특히 나기정 전 시장과 한대수 청주시장은 재임중이던 1999년과 2004년에 각각 명예박사 학위를 받아 이전의 시장들이 누리지 못했던 특혜 아닌 특혜의 대상이 됐다. 이제 ‘청주시장=명예박사’라는 공식이 성립돼야 할 정도.
이처럼 권력자에게 주는 명예박사 학위는 ‘선물용’이라는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도내 C대학 A교수에 따르면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주는 것은 한편 당연할 수도 있지만 현직일 때, 그 것도 당선이 되자마자 학위를 주는 것은 아무래도 보험의 성격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4년 9월24일 충북대 개교기념일을 맞아 명예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한대수 청주시장은 공적조서에서 ‘세계 일류화의 도시 기틀을 마련하는 등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젼을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져 주목할 만한 독특한 성과는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A교수는 “단체장이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는 것은 단체장의 책무일 뿐이다. 오히려 그 역할이 미흡하면 질타를 하고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연래행사처럼 단체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남발하면 학위가 갖는 권위가 계속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A교수는 또 “명예박사 학위는 받는 사람은 물론 주는 대학에도 명예가 돼야 한다”며 “대학 스스로 명예를 지키지 못하면 이제는 받아야 할 사람들이 기피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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