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가지 단서로 이지사 속내 유추

내년 출마여부에 대한 이지사의 속내를 유추해 볼 수 있는 잣대는 지금으로선 주변 사람들한테 남긴 ‘어록(?)’ 밖에 없다. 이지사는 끊임없이 거취를 질문받았지만 그 때마다 예봉은 피하는 대신 언저리 얘기는 항상 남겼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내년 1월 15일쯤엔 결정할 것”이라는 언급이다. 최근 이지사를 면담한 지역 인사들은 이지사가 확실히 15일 쯤을 염두에 두고 있다거나, 풍기는 뉘앙스가 이 때인 것같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아무리 뜸을 들인다고 해도 어쨌든 이 시기쯤 되면 모종의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광역 자치단체장 예비후보 등록이 2월 1일부터 시작되고 2월 초에 당 공천심사위가 구성되기 때문에도 그렇다. 공천심사위 구성이 임박할 때까지 이지사가 가타부타 결정을 안 한다는 것도 모순이다.

특히 이지사의 거취는 그동안 숱한 억측에도 불구, 계속 눈높이와 보폭을 같이 하는 한범덕 정무부지사의 운신과도 맞물리기 때문에 1월 중순설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부지사 역시 주변에 ‘1월 15일 쯤 커밍아웃’을 약속한 상태다.

이지사의 언질 중에 또 관심을 끄는 것은 “99% 출마권유, 1% 반대” 발언이다. 역시 최근 한 지인에게 꺼낸 말로, 1%는 다름아닌 가족이라는 부언까지 했다는 것. 이를 감안하면 출마쪽에 비중을 두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데, 실제로 이지사를 면담한 이 인사는 “출마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 청주 청원통합 논란시에도 이지사 의중의 일면을 볼 수 있는 발언이 하나 나왔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통합에 미온적인 이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다. 내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지사는 “만약 내가 다시 나간다면 당연히 도지사출마이고, 안 나간다면 은퇴다”고 못을 박았다. 이는 당시 이지사와 관련된 억측, 이른바 대학총장설이나 입각설을 감안한 발언으로 추정되는데 실제로 이 자리에서 이지사는 “나는 정치적으로 흥정하고 뒷거래하는 사람이 절대 아님”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앞에 밝혔듯이 이지사와 한범덕정무부지사는 모종의 결정에 있어 서로 조율을 거칠 수 밖에 없다. 정치권에선 이를 ‘동시패션’ 내지 ‘패키지’로 표현하기도 한다. 한나라당 소속의 이지사와, 정동영통일부장관과 절친한 친구관계인 한부지사 입장을 감안, 언젠간 틀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두 사람은 체질상 이와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 한부지사는 이지사와 똑같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철저하게 입조심을 하지만 지사와의 관계설정엔 분명한 입장이다. 이지사가 도지사에 출마하면 자신은 청주시장쪽이고, 이지사가 불출마한다면 자신은 도지사에 나선다는 것이다. 한부지사는 그간의 열린우리당 입당설에 대해서도 분명한 선을 긋는다. 어떠한 결정이나 약속된 것이 없고 지금으로선 열린우리당에 호감을 가질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정치가 무우 자르듯한 신념과 약속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 두고 보면 알 것이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지사와 한부지사는 다른 이유에서도 보행을 맞출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에선 한부지사의 열린우리당행에 대비해 벌써부터 이지사의 책임론을 공론화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한부지사를 껴안고 있는 이지사는 ‘적의 사자를 키웠다’는 점에서 해당행위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추론의 결론은 이지사의 한나라당 공천불가이고, 이런 부담에도 불구 두 사람이 관계를 공고히 하는 이유는 이미 ‘확실한 약속’을 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마저 가능하다.

두 사람의 빼도 박도 못하는 운명(?)은 또 다른 시각에서도 거론된다. 바로 정무부지사 문제다. 한부지사는 어차피 선거 이전에 이 자리를 내놓을 수 밖에 없다. 빠르면 1월중에 결단이 나올 지도 모른다. 설령 재당선 가능성이 많은 이지사가 출마를 포기시키고 한부지사를 잡아 놓는다고 해도 관계(官界)의 도리상 안 떠날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후임 정무부지사 자리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 당 일각에선 다음번에도 당을 무시하면 아예 공천 자체가 어렵다는 강경론까지 제기한다. 당초 한나라당 충북도당 간부와 골프를 갖기로 했다가 오찬으로 변경한 25일 회동에서도 이지사에게 이런 주문이 일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확인된 건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벌써부터 후임 정무부지사 얘기가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본인들의 뜻과는 무관하게 공무원중에선 박환규 도기획관리실장과 연영석 청주부시장, 한나라당 내에선 이원호 전 도당 사무처장, 윤의권 전 서울신용평가정보(주) 회장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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