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는 불출마설은 그만큼 이지사의 고민 반영

이지사, 경선은 체질적으로 안 맞아 과연 전략공천 가능할까 의문커져

이원종지사의 향후 운신과 관련해선 공감의 정도를 떠나 항상 불출마 내지 은퇴설이 따라 다닌다. 이는 구체적 증거보다는 정황 참작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이젠 오래도 했고, 게다가 당내 역학구도가 녹록치 않은데 따른 억측일 수도 있다. 사실 이지사의 불출마설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02년 두 번째 민선 지사를 꿰찰 때부터 불거졌다. 관선지사를 포함 세 번째 하는 것이기 때문에 ‘석 삼’이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이지사와 관련된 언론보도는 과연 그가 민선 3선까지 욕심을 부릴 것인가를 단골 이슈로 삼았다. 어쨌든 이지사가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선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 단면이 이지사를 면담한 여러 사람들한테도 속속 드러난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정우택 전의원이 이지사에게 어깃장을 놓으면 놓을 수록 오히려 이지사의 출마명분을 더 구축해 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26일 기자회견을 계기로 이런 전망이 더 많아졌다.

얘기는 이렇다. 정 전의원이 이지사의 자진퇴진을 원한다면 명예로운 출구를 열어줘야 하는데 지금처럼 압박작전만을 구사한다면 이지사가 나가고 싶어도 그냥은 못 나간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 역시 이를 인정했다. “가설이지만 만약 이지사가 출마를 포기하고 용퇴의사를 밝힌다면 지금 상황에서 어떤 평가를 받겠는가. 당장 정우택씨에게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자포자기했다는 말부터 들을 것이다. 과연 이지사가 이를 용납하겠는가. 뿐만 아니라 이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지금 이지사는 다른 후보에 비해 지지도에서 2배 3배 이상 앞선다. 물론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다소 빠질 개연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근본적으로 뒤바뀔 공산은 그리 크지 않다. 상대가 사정해도 그만둘지 말지인데 지금처럼 알아서 그만두라는 식으로 밀어 부치는 게 온당한 처사인가. 내가 이지사라고 해도 그런 식으로는 절대 물러나지 않는다. 정우택씨의 26일 기자회견은 정도를 넘어 섰다. 살아가면서 상 도의도 있고 정치 도의도 있는데 그런 식으로 선배를 무시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이지사의 출마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엇갈리는 반응이다. 관계에선 출마쪽으로 보는 게 대세다. 실제로 도 고위공무원들은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대개 월등히 앞서는 지지도와 오창 오송단지의 성공적 마무리를 전제로 출마쪽에 당위성을 더 부여한다. 그러나 지역의 전문가 집단중엔 이지사의 재출마에 부정적인 토를 다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정상에 우뚝 섰을 때 명예롭게 내려 와야 한다는, 이른바 하산론을 강조한다.

지역의 한 인사는 “나는 이 문제를 두가지 측면으로 본다. 첫째 이지사는 체질적으로 무슨 경선이니, 싸움이니 하는 것을 싫어 한다. 이는 관리형 관료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양태다. 2002년 이지사는 일찌감치 당선 안정권에 들고서도 선거 내내 심정적으로 시달렸다. 상대후보였던 구천서씨가 토론회 등에서 마구잡이로 밀어부쳤기 때문이다. 만약 이지사가 출마한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2002년보다 훨씬 더 어렵다. 그동안 줄곧 당성시비에 휩싸였기 때문에 냉정하게 말하면 당내 기반도 허술하다. 본선에 나가기도 전에 지쳐버리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물론 당에서 이지사를 전략공천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상대가 가만히 있겠나. 사실상 이원종과 정우택의 싸움은 이미 시작됐고 많이 진척되고 있다. 잘 나가는 깨끗한 후보일수록 선거판에선 가장 쉽게 상처받는다. 이지사는 이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또한 이지사가 후진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는 것은 그의 인물경쟁력이나 당선 가능성을 문제삼기 때문이 결코 아니다. 이지사는 앞으로도 부동의 당선 1순위다. 하지만 정치판에서 과욕은 절대 금물이다. 이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내 상식으로는 설령 이지사가 또 당선되더라도 상황은 예전같지가 않을 것이다. 네 번째 하는 것이니만큼 당연히 요구되는 게 많을테고 초장부터 바람을 탈 것이다. 흔히 만인이 잡을 때 떠나라고 했다. 정치인의 명예는 스스로가 욕심을 버릴 때만 가능하다. 우리는 이를 지키지 못해 졸지에 추락하는 사람들을 숱하게 목격해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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