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洋酒)에 목숨 걸고 경제회복 기원하는 오재령씨

   
술에 대한 한가지 속설이 있다. 술과 경제상황의 상관관계다. 한국인들이 즐기는 주류를 크게 막걸리 소주 양주로 분류한다면 경기(景氣)의 부침에 따라 매기는 각각 달라진다. 우선 막걸리의 소비는 경기에 상관없이 항상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 어차피 마시는 사람만 마신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주와 양주는 극명하게 달라진다. 경기가 좋아지면 양주의 소비는 올라 가지만 소주의 매기는 떨어진다. 반대로 경기가 나빠지면 소주가 잘 팔리는 대신 양주의 체감온도는 뚝 떨어진다. 주당들 사이에선 속설이 아닌 정설로 통하는 이 말에 대해 ‘술로 먹고 사는’ 오재령씨(37)는 대체로 맞는다고 인정한다.

청주에서 매출규모가 가장 큰 수입양주 도매업((주)양주나라· 청주시 상당구 운동동 114~3)을 하는 그는 실제로 요즘 반출되는 물량을 보고 경제상황이 예사롭지 않음을 실감한다. 국산 양주라고 해봤자 원액을 수입해 국내에서 병입(甁入)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결국 현재 소비되는 양주는 모두 수입이라고 보면 된다. 연말연시엔 매출이 늘어나 게 마련이지만 잘 나가던 예전에 비하면 크게 밑돌고 있다.

“업소, 지역에 따라선 흥청망청하는 곳도 있지만 최근 가게를 내놓거나 아예 폐쇄한 업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장사가 안 된다는 얘기다. 할말은 아니지만 우리 업종만큼 경기에 민감한 경우도 없을 것이다. 내년에는 경기는 물론 모든 일이 말 그대로 술 술 풀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장사(?) 답게 거리나 업소에서 ‘위하여!’만 들으면 살맛이 난다는 그는, 하지만 양주를 막걸리 퍼마시듯 하는 우리나라 술문화에 대해선 할말이 많다. 그는 “음주는 분위기와 품위가 서로 조화되는 상황에서의 음미가 중요한데 우리나라에선 죽으려 작정한 사람들처럼 마셔댄다. 술이 많이 팔리면 우리야 좋지만 그래도 만인이 공감하는 정상적인 음주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업종의 성격상 거의 매일 젖어 산다는 그는 “우리나라 폭탄주는 가히 세계적인 벤처감”이라고 추켜세우며 최근엔 황우석폭탄주와 성화봉송주가 주석의 화제라고 소개했다. 오재령씨의 귀띔에 따르면 청주에만 1종 룸사롱이 190여개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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