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로 뭉친 귀농 여성들, 소문없이 솜씨자랑

이름도 생소한 ‘갑션무지개’는 한 땀 한 땀 꿈을 깁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도시를 떠나온 이유는 각기 다르지만 농촌에 정착한, 혹은 정착하려고 애쓰는 귀농인의 아내 15명이 지난 9월 바느질을 매개체로 모둠을 이룬 것. 연령층도 30대 초반에서 50대 후반까지 다양하고 사는 곳도 청주와 청원, 괴산 등지에 흩어져 있지만 매주 화요일이면 한데 모여 바느질을 한다.

또 이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다면 전원의 낭만을 즐기려는 귀농이 아니라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농촌을 택했다는 것. 그래서 바느질도 삶을 개척하기 위한 도구로 선택한 측면도 있다.

   
이들이 11월20일부터 일주일 동안 소문도 없이 전시회를 열었다. 석달 동안 만든 조각보와 바늘쌈지, 보자기, 주머니 등 200여 점을 회원 가운데 한 사람인 달마당(43)씨의 고택에서 전시한 것이다. 갑션무지개의 회원들은 각자 지은 예명을 부르는데 ‘달마당’, ‘흐름’, ‘도중’ 등 모임의 취지 만큼이나 아름답다.

괴산군 사리면 수암리에 있는 달마당씨의 고택은 서울에서 헐린 고택의 부재들을 옮겨와 복원한 것인데, 4년째 다듬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이 집의 이름은 문화의 징검다리가 되라는 의미에서 ‘징검돌’이다. 포스터와 초대장도 없이 열린 이들의 전시회에는 50여명이 다녀갔다.

남편 새암씨와 함께 2년 전 괴산으로 귀농한 흐름(33)씨는 “서양의 퀼트와 달리 지금 배우고 있는 규방공예는 다양한 바느질 기법이 있다”면서 “천연염색한 천을 이용해 각종 소품들도 만들지만 실용적인 옷가지도 만들어 입는다”고 말했다.
‘갑션무지개’는 쌍무지개의 또 다른 순 우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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