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추천 타종자 12명 가운데 1명으로 선정

사람마다 새해를 맞이하는 감회는 다르다. 하지만 그 궁극적인 지향점은 똑같다. 바로 희망이다. 희망의 부재나 고갈은 곧 삶의 삭막함만을 덧칠할 뿐이다. 매년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희망의 끈’을 다시 부여잡는다. 그 이유는 삶에 있어 이런 메마름을 털고 인간성과 인간관계를 회복하기 위함이다. 충청리뷰가 2006년 새해에 희망을 전달하는 사람들을 만나 봤다.

   
을유년을 보내고 병술년을 맞는 제야에종로 보신각 타종대에는 이명박 서울시장 등 서울시 관계자 외에도 연극인 윤석화(49), 아름다운 가게 박원순(49) 상임이사 등 낮익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타종자 17명 가운데 12명은 올해 처음으로 국민들의 공개 추천을 통해 선발한 인사들이었다. 모두 600명 가까운 사람이 추천됐는데,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발된 이들은 지난 11월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어린이를 구한 고등학생 김대현(17) 군, 자녀 11명을 낳은 이영미(40)씨 등 그래도 올 한해 화제의 인물로 매스컴을 탔던 인물들이었다.
이 가운데 지팡이에 의지해 타종에 참여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충북대 천문우주학과 김용기(45) 교수였다. 2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던 김 교수는 왼발에 보조기를 차고도 지팡이를 짚지 않으면 운신이 어려운 2급 장애인이다. 신체 장애라는 어려운 역경을 딛고도 대학교수의 자리에 오른 점을 평가받아 타종자로 선정된 것이다.

전북 군산이 고향인 김 교수는 초등학교 때 왕복 5km를 자전거로 태워 6년 개근을 도와준 아버지가 중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육체의 장애 보다 더 크고 무거운 심적인 고통에 시달리기도 했다.

대학 입시에서 약학대에 합격하고도 장애가 문제가 돼 낙방하는 좌절을 겪었다. 결국 재수를 통해 연세대 천문기상학과에 입학했고 독일 베를린공대에 유학해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김 교수의 이같은 의지는 종교적인 믿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김 교수는 대학시절 지리산, 설악산 등 전국의 험한 산들을 오르며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 같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다.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는 소망으로 타종 참여를 기꺼이 수락했다는 김 교수는 “천문학과 교수인 만큼 ‘태양이 되자’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고 수줍게 말했다. 스스로 빛을 내며 어둠을 밝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역시 연세대 성악과를 졸업한 소프라노 노미라(42)씨와 결혼한 김 교수는 중학교 2학년인 큰아들 드림이부터 6개월 된 막내딸 우림이까지 2남4녀를 둔 그야말로 다복한 가정의 가장이다.

김 교수는 이미 훌륭한 아버지이지만 ‘아버지학교’에서 활동하면서 스스로도 배우고 깨어져가던 다른 사람들의 가정이 살아나는 모습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아이를 더 가질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웃음과 함께 “그 것은 모르는 일”이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을 보니 그의 행복은 현재진행형이다.

김 교수는 독일 유학 후 모교인 연세대 자연과학연구소에서 박사 연구원으로 2년 동안 일한 뒤 1995년 조교수로 충북대에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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