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전의원, 싸움닭 전법 어디까지 효과?

정우택씨 존재는 어차피 이지사에게 불편
이지사 현재 지지도면 돌파구 가능할지도

정우택 전의원이 26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원종지사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날 기자회견의 내용을 간추리면 대략 이렇다. 중앙당과 박근혜대표의 의중은 이미 이지사가 아닌 자신을 향하고 있고, 과거 태권도공원 갈등과 최근의 혁신도시 분란은 광역행정을 책임지는 이지사의 조정능력 상실을 극명하게 드러냈다는 것이다. 아울러 자신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역 책임자를 맡을 뿐만 아니라 만약 이지사와 경선하게 되더라도 자신있다는 확신에 찬 발언을 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앞으로 이지사가 택할 길은 뻔하다. 적절한 시기를 택해 용퇴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우택 전의원의 이런 강수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지금으로선 그 말들의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다. 다만 후발주자인데다 아직 이지사와 지지도 차이가 큰 상태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정치적 액션은 얼마든지 예측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어차피 정 전의원의 경우 여론을 부추겨 사람들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이끌기 위해선 자꾸 일을 저질러야 하고 이날 기자회견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하면 받아들이기에 편하다. 실제로 행정도시 입지선정의 후유증, 예를 들어 북부권과 남부권의 거센 반발은 정 전의원이 이지사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기 위한 호기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어쨌든 26일 기자회견은 나름대로 효과를 거뒀다. 이원종지사의 거취에 대한 논란을 한 껏 부추기는 계기가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난공불락의 철옹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지사는 요즘 특히 생각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상대 후보와의 지지도 차이가 하프게임 이상으로 벌어지는 그간의 여러 사례에 근거한다면 근심걱정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만 실상은 안 그렇다. 출마하느냐, 아니면 이 정도에서 무대를 떠나야 하느냐의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제기됐는데 최근 그 수위가 한층 더 높아지는 분위기이다. 출마만 하면 따놓은 당상이라는 여론의 이면엔 ‘지금 정상에 있을 때 내려와야 성공적인 삶이 된다’는 조언도 만만치 않다. 후자와 관련된 진언도 측근들에 의해 일부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의문에 대한 이지사의 언급은 철저하게 정곡을 멀리한다. 지금 뿐만 아니라 특히 이지사는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선 줄곧 흔들림없는 일관성(?), 마지막까지 재고 또 재는 신중함을 보여 왔다. 그동안 두 차례 선거(1998년, 2002년)에서 정당을 옮겨 다닐 때도 이런 기조엔 변함이 없었다. 자신의 신변문제에 대해 초장부터 치고 나오며 여론을 이끌기 보다는 주변이 알아서 움직여 주기를 기다렸다가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그 때서야 행동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때문에 정우택 전의원의 계속된 선공(先攻)에 대해 일각에선 “저러다가 제풀에 꺾이지”하는 비관론을 숨기지 않는다.

이지사의 고민은 현재 두가지로 대별된다. 관선과 민선을 합쳐 네 번째 도지사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정우택씨의 등장으로 불가피하게 된 당내 경선이다. 비록 여론조사 지지도에선 상대후보와 게임이 안 되지만 막상 선거 때 확실한 양강 내지 대립구도가 부각되면 이지사의 ‘장기집권’은 어쩔 수 없이 도마 위에 올려지게 된다.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어도 이미 한번의 관선, 두번의 민선지사를 거치며 무려 10년을 장수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도민피로증은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사회곳곳에서 목격된다.

이와 관련해선 ‘아무리 유능한 사람도 10년이면 더 이상 쓸 머리가 없다’는 이른바 효용성 논란까지 나타나고 있고, 이미 정우택 전의원과 상대당인 열린우리당은 이를 쟁점화시킨다는 의지를 노골화하고 있다. 정 전의원 캠프의 한 인사는 “우리는 이지사의 실체를 적나나하게 드러낼 것이다. 예를 들어 외자유치를 했다면 과연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 또 생명바이오산업을 진흥시켰다면 실제로 얼마만한 업적을 이뤘는지 냉정하게 따질 것이다. 정권도 10년이면 더 이상 논하지 말라고 했다. 하물며 지방정부의 14년 통치를 도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뻔하지 않은갚라고 반문했다.

정우택 전의원의 존재는 현재로선 이지사에게 가장 불편함을 안긴다. 당장 이지사가 독무대를 이뤘던 과거 두 번의 선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당내 경선은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철저하게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 경선이 이지사에겐 원천적인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행정의 달인인 이지사가 가장 기피하고 금기시했던 것이 바로 당과 관련된 ‘정치적’ 역할이었는데, 정 전의원과의 경선은 되레 문제의 정치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자신의 최대 약점인 이를 검증받아야 하는 경선을 이지사가 쉽게 받아들일 턱이 없다. 실제로 이지사를 잘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경선까지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지사가 경선을 피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다. 완벽한 경쟁력을 인정받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궁극적 목표가 2007년 대선이라고 하더라도 광역자치단체장 확보는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과제다. 당연히 당선이 보장되는 후보를 중용할 수 밖에 없고, 이지사는 이 점에 있어 가장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만약 내년 선거에 임박해서까지 이지사의 지지도가 정 전의원을 압도한다면 당으로서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선거에서 지지도 차이가 10% 내외만 되어도 이를 뒤엎고 다른 결정을 내릴 명분은 없다. 결국 정 전의원이 경선을 원한다면 이지사와의 지지도 격차를 하루 빨리 줄여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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