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중심의 첨단산업단지와 전원의 베드타운을 조화시켰다는 오창과학산업단지(일명 오창 테크노빌)가 러브호텔들로 점령당하고 있는 현상은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오창 테크노빌내 상업지구에는 올들어 15건의 건축허가가 청원군에 의해 이뤄졌는데 이중에서 14건이나 러브호텔로 보이는 숙박업소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작 첨단기업이나 공동·일반주택의 입주는 저조한 가운데 유독 러브호텔들만이 오창 테크노빌을 선점하고 있는 현상은 요령부득 탓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건축허가가 난 14건의 숙박업소중 현재 신축중인 곳이 4곳에 불과한 상태에서 무슨 근거로 ‘러브호텔’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고 예단하느냐는 지적이 있을 법하다. 나아가 “숙박시설은 도시의 기능 발휘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존재인데, 상업지구내 숙박업소의 신축행위가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현행 법률상 상업지구내 숙박업소의 건축은 하자가 없는 합법행위인 까닭이다.
하지만 소위 러브호텔이 어떤 것이냐를 판별하는 사회의 합의된 인식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건물의 형태나 숙박업소의 영업형태를 보아 일반 숙박업소인지, 아니면 러브호텔인지를 가릴 상식의 눈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오창에 신축중인 건물의 외양은 일반숙박업소의 그것과 확연히 다르다. 더구나 주변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숙박업소들만 우루루 들어서는 것은 분명 정상적이지 않다. 이들 업소들이 무엇때문에 청주 외곽인 오창에 터전을 잡으려 하겠는가?
이런 건물이 문제가 되는 건 이질적이어서 도시미관은 물론 동시대의 정서와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청원군은 2년전 청주시가 청주의 관문인 하복대 지구를 러브호텔들의 불야성으로 타락시켜 버린 잘못을 오창에서 되풀이하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들은 “현행법상 러브호텔의 건축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며 제도의 한계를 들먹인다. 나아가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그럴듯한 법리를 내세워 ‘행정재난’에 대한 책임회피에만 급급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너무 얄팍한 변명이다. 건축법 8조 5항은 ‘건축물의 용도나 형태가 주변 환경에 비추어 부적절하다고 인정될 때 건축 허가를 불허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창 테크노빌을 조기에 활성화시켜야할 다급한 처지의 청원군으로서는 악화냐 양화냐를 가릴 겨를도 없이 ‘얼씨구 좋다’ 식으로 러브호텔의 건축허가를 논스톱으로 내줬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당장에 빼먹기 좋다고 곳감의 단맛에만 탐닉하다가 계획도시 오창을 러브호텔의 천국으로 만든 청원군의 과오는 결코 해명될 수 없다.
문제의 러브호텔 건축허가는 6·13 지방선거를 전후한 4∼8월에 집중적으로 이뤄져 과도기에 말썽 큰 행정행위가 무더기로 행해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다만 신임 군수체제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 더 이상 러브호텔 신축을 불허키로 한 방침은 뒤늦었지만 당연한 결정으로 평가하고 싶다. 물론 그렇다고 성의 해방구처럼 비쳐지고 있는 청주 청원이 그 오명에서 벗어나기는 이제 힘들어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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