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다 가장 현명한 공통분모에 촉각
이지사, 청주시장 청원군수 꿰어 패키지로 돌파할 수도

한부지사 껴안는 이지사에 중앙당 경고설은 와전?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이원종지사와 한범덕정무부지사는 지금까지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 간혹 측근이나 지인들에게 속내를 내비쳤더라도 가타부타 분명한 선을 긋기 보다는 듣는 이들이 알아서 판단해야 할 정도로 아리송한 화법만을 구사했다.

 이 때문에 두 사람 모두 ‘내숭’이 좀 지나치다는 비판까지 받는다. 그럴법도 한 것이 이지사는 현재 각종 여론조사의 지지도에서 게임이 안 될 정도로 다른 후보군을 압도적으로 앞서고 있고, 한부지사 또한 청주시장 출마가능성에 따른 자발적인 여론조성이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이라면 외형상 쓰리고 아릴 것 없는 두사람으로선 지금의 추세를 팔짱끼고 지켜봐도 무방하겠지만 전후 관계가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다. 두 사람 모두 커밍아웃의 시기를 놓쳤다간 자칫 곤란한 처지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3선에 나설 이지사가 가장 바라는 것은 물론 중앙당의 전략 공천이다. 현직 지사에다 다른 후보에 비해 2, 3배 이상의 지지도를 유지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만한 명분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이런 가설은 앞으로 쉽지 않을 조짐이다. 기껏 당선시켜 줬더니 기여하는 게 없다며 그동안 당성(黨性)을 문제삼은 한나라당이 막상 이지사에 대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겠거니와 같이 한나라당 공천을 바라는 정우택 전의원과의 당내 경쟁 역시 지금으로선 예측 불가능이다. 이지사에게 특히 신경쓰이는 것은 드러 내놓고 움직이며 야금야금 자신의 영역을 침범해 오는 정우택 전의원의 존재다. 당에선 이미 두 사람의 경선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선 아무리 잘 나가는 이지사라고 해도 단순히 ‘내공’으로만 버틸 수는 없다. 뭔가 구체적으로 움직여야 하고 지금 많은 사람들이 그 시기를 궁금해 하고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차기 대선을 위해선 자신처럼 정치지향의 도지사가 필요하다는, 이른바 ‘박근혜 낙점론’을 흘리며 여론몰이를 하는 정우택 전의원에 대해선 다소 섣부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당내 사정이 지금 얼마나 복잡한데...당 대표라고 무조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겠나. 당대표를 팔고 다니는 행위는 촌스럽다. 어차피 공천은 당의 시스템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며 정 전의원의 처신을 ‘오버’라고 일갈했다.

하지만 자꾸 이지사의 심기를 건드리는 정 전의원의 전략은 이미 당원들한테 일부 먹혀들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 전의원은 이지사의 최대 약점인 ‘변화(세대교체론)’와 ‘정치도지사 역할(2007년 대선 대비)’을 특별히 강조하고 다닌다. 어쨌든 이지사와 분명한 대립각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여론을 조성함으로써 관선 한번, 민선 두 번에 이어 세 번째 민선을 노리는 이지사를 불편케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이지사를 만난 지인들에게 한가지 감지되는 것이 하나 있다. 이지사가 자신의 거취표명 시기를 내년 1월 초쯤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지사를 만난 한 지인은 “시기를 꼭 짚어서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1월 초쯤이라고 확신이 가더라. 내가 생각해도 그 시기가 본인의 입장표명에 가장 적당할 것같다. 행정중심복합도시가 확정됐고, 그동안 지역을 눌러 왔던 주요 현안사업 역시 그 때쯤이면 모두 가닥이 잡힌다. 지방선거가 5월 말에 있기 때문에 향후 경선이나 공천 등을 감안하면 내년 1월은 본격 선거시기나 다름없다. 본인도 이를 의식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앞으로 선거일정을 고려하면 지방선거 출마자의 경우 적어도 내년 1월까지는 분명한 출사표를 던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내 경선을 피할 수 없는 후보들은 내년 1월부터 움직여도 늦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이지사의 거취표명은 어쩔 수 없이 한범덕부지사 문제와도 직결된다. 한 부지사가 비록 열린우리당 후보를 전제로 얘기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부지사가 자신을 받아 준 이지사와 등을 지고 공직을 떠날 개연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이미 치고 나올 시기를 놓쳐 버렸다는 평가를 받는 한부지사가 본인의 출마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힐 시기를 지금으로선 이지사와 조율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지사는 자신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한부지사 때문에도 커밍아웃 시기를 마냥 늦출 수만은 없으며 그 적기를 내년 초쯤으로 예상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전후사정과 관련해 아주 눈길을 끄는 얘기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범덕 부지사 문제로 이지사가 중앙당으로부터 일종의 구두경고를 받았다는 것이다. 얘기는 이렇다. 한나라당 소속인 이지사가 앞으로 정적 관계가 될 한부지사를 계속 껴안고 있는 것에 중앙당이 몹시 불편해 한 나머지 그 속내의 일부를 이지사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물론 한부지사의 경우 아직까지 출마여부에 따른 본인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가 도지사를 넘보든 아니면 주변의 예상대로 청주시장에 출마하든, 또는 정당을 어디로 택하든 지방선거 출마를 비롯한 특단(?)의 변신은 어차피 불가피하다. 때문에 이-한의 관계에 대해선 충북의 한나라당에서 특히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나 역시 그런 소문을 들었지만 중앙당이 실제로 이지사에게 경고를 전했는지는 확언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도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엄연히 한나라당 청주시장후보가 존재하고 있는데 열린우리당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큰 한부지사를 계속 안고 간다는 것은 좀 그렇다. 이런 것 때문에도 이지사가 불필요하게 당성시비에 휘말리는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인사는 시각을 달리했다. 그는 “중앙당이 경고한 것이 아니고 당의 일각에서 우려한 내용이 와전된 것같다. 예를 들어 한 부지사가 열린우리당으로 가면 이지사는 해당행위의 비판을 면하기 어렵고 결국 본인의 한나라당 공천에도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오래전부터 당내에 있어 왔다. 이것이 확대 재생산된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지사와 한부지사의 관계는 우리로서도 각별한 관심을 갖는 사안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예상되는 위기돌파를 위해 이지사가 특정 청주시장 후보와 청원군수 후보를 꿰어 이른바 패키지 전략을 구사한다면 상황은 더욱 흥미롭게 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지사가 파천황의 결단, 예를 들어 한부지사의 도지사 출마를 돕는 대신 자신은 불출마 선언과 함께 다른 길을 택할지도 모른다는 전혀 새로운 ‘수(手)’를 예측하기도 하지만 현재로선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지사는 오래전부터 입각설과 모교인 성균관대 총장설에 휩쓸리기도 했다.

黨性문제에 왜 하필 정무부지사가?
이원종지사와 한범덕정무부지사의 관계는 아주 색다른 방향에서도 주목된다. 정무부지사는 원초적으로 ‘지방정부의 정캄를 전담하기 때문에 정치색이 강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신분도 별정직이고 전국적으로 정당출신 등 외부인사가 영입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원종지사 체제에선 줄곧 이 자리가 자체 공무원들로 채워졌다. 전임 주병덕지사 때 조성훈(동양일보 사장) 김영회씨(충청리뷰 고문) 등 외부인사가 정무부지사로 영입된 것과 대조된다. 이렇게 되자 당장 한나라당으로부터 불만이 쏟아졌고 이지사의 당성(黨性)을 문제삼는데 결정적 단초를 제공했다. 한나라당은 지금도 이지사에게 정무자리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현 한범덕정무부지사는 조만간 자리를 내 놓을 수 밖에 없다. 본인이 지방선거에 출마하거나, 아니면 그 자리에 계속 남아서 이지사의 3선을 맞더라도 어쨌든 자리를 내줘야 한다. 이지사의 고민은 또 여기서도 시작된다. 현 한범덕체제로 내년 선거까지 갈건지, 혹은 올 연말이나 내년초쯤 후임자를 결정해야 할건지, 그것도 아니고 만약 한부지사가 출마를 포기한다면 아직 50대 중반인 그에게 어떤 자리를 보장해야 하는지 등의 고민이다.

이는 한부지사 스스로에게도 딜레마다. 한부지사는 열린우리당 대권주자인 정동영과 친구관계이지만 성향은 한나라당 쪽이다. 때문에 한부지사가 당을 택한다면 열린우리당도 될 수 있고, 한나라당도 가능하다. 문제는 경선인데, 한나라당엔 한대수청주시장과 김진호씨(전 충북도의회의장) 남상우씨(전 정무부지사)가 버티고 있고, 민주적 경선이 당의 모토인 열린우리당엔 김형근 도당 사무처장 등이 예비후보를 선점한 상태다. 정당경력이 전혀 없는 한부지사로선 절대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한부지사가 정치적 부담이 큰 출마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지사로부터 지방공기업 성격의 기관이나 단체장을 보장받는 것이다. 그중 가장 적합한 자리는 선임자 김광홍 전 정무부지사(전 충북과학대학장)가 길을 닦아 놓은 3년 임기의 충북과학대 학장자리다. 과연 한나라당 공천이 과제인 이지사가 한부지사와 정무부지사 자리를 어떻게 요리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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