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이 지사에 도전장·한범덕 출마 유력·오효진 불출마 번복 가능성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인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지역구를 훑고 다니는 발품의 정도가 커지고 있고, 공천이나 경선에 대비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도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는 추세다. 이미 자신의 선거전을 책임질 외부 인사 이른바 ‘유능한(?) 일꾼’을 낙점한 후 본격활동을 위한 초읽기에 들어 간 인사도 있다. 특히 기초의원 선거에까지 정당공천이 도입됨에 따라 정당의 핵심 인맥들에게 사전 눈도장을 찍기 위한 물밑 경쟁은 그 어느때보다도 치열하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바라 보는 일반인들의 시선은 썰렁하기 그지 없다. 출마예정자들의 조바심이 무색하게 일반 유권자들은 별다른 흥미를 못 느끼는 것이다. 그 결정적 이유가 새로운 인물의 부재에 있다. 도지사나 시장 군수 물망에 오르는 인사들이 하나같이 현직 아니면 고위 관료를 지낸 공무원 출신이거나 이미 검증된 정치인들 일색이어서 새 인물의 등장과 탄생을 담보하는 선거의 묘미를 원초적으로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권자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할 ‘새 인물’의 등장여부는 어차피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 봐야 할 것같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도 끊임없이 얘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대상이 있다. 과연 이원종지사에게 누가 맞설 것인가, 한범덕 충북도정무부지사는 언제 치고 나올 것인가, 그리고 잘 나가다가 행정통합 무산으로 기로에 선 오효진청원군수는 정치적 회생을 거쳐 내년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이에 대한 보도는 많았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克 李…이원종 극복하기
정우택의 등장, “이미 빅뱅은 시작됐다”


“체온이 40도를 넘으면 병원에 가야 한다.” 최근 한나라당 지지도가 40%대까지 치고 올라가자 위트의 달인 민노당 노회찬의원이 던진 말이다. 사실 정당 지지도 40%대는 이를 누리는 입장에서도 마냥 즐거워할 게 못 된다. 이상(異常) 현상이 또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가 노풍(盧風) 쓰나미 한방에 풍비박산된 악몽이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이원종지사 또한 자신이 속한 정당 못지않게 현재 지지도에서 상종가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군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앞서 나간다. 하프게임은 고사하고 3배수 이상 차이가 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적어도 도지사후보 여론조사에서 만큼은 ‘누구누구가 경합한다’가 아니고 ‘누가 얼마나 좇아가느냐’가 화두가 됐다. 이지사 측근들이 ‘이대로’를 외쳐대도 전혀 어색할 게 없다. 실제로 한나라당과 이지사의 지지도가 지금의 추세를 이어간다면 내년 도지사 선거는 하나마나다. 열린우리당이 홍재형 이시종의원과 안재헌 전차관 등을 염두에 두고 카드를 뺐다 넣었다 하지만 여전히 ‘패’에 자신이 없다. “일단 기다려 볼 수 밖에 없다”는 한 당직자의 말이 열린우리당의 고민을 잘 말해준다.

상대 당의 입장에서 더 답답한 것은 이지사에겐 딱 짚어 흠잡을만한 마땅한(?) 약점이 없다는 점이다. 큰 사건 사고에 휘말리거나 아니면 무슨 스캔들이니 의혹이니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는대세를 가르는 쾌도난마가 아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가는 신중한 처신, 게다가 무슨 일이 터지면 철저하게 기다렸다가 판단하는 숙시주의를 견지한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로 앞으로 선거와 관련해 이지사에게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다면 본인보다는 외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 더 크다. 넓게 보면 전반적인 정치환경의 변화, 좁게 보면 지역현안의 유동성이 변수라면 변수다. 지금으로선 행정중심복합도시나 혁신도시의 향방 정도가 후자의 가시적인 외적요인으로 지목되는데, 그래봤자 이지사의 지지도에 큰 변화를 안기지는 못 할 조짐이다.

지금까지 이지사가 본인의 3선 도전여부에 분명한 언질을 미루는 바람에 지방선거출마보다는 다른 길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정치의 속성상 이는 일단 설득력이 떨어진다. 현재의 추세라면 출마만 하면 따놓은 당상인데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고, 그동안 당성(黨性) 부족으로 중앙당과 소원했다 하더라도 그렇다고 당선 가능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를 쉽게 내칠리도 만무하다. 이원종 매니아들의 ‘이지사는 절대 팽(烹)당하지 않는다’는 신념은 관선과 민선지사 10년을 향유해 온 그의 정치력을 확신하는 데서 나오고 있다.

현재로선 이지사에게 가장 거슬리는 것은 역시 정우택 전의원의 등장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지사가 정우택과의 기싸움과 머리싸움에서 밀리면 상황은 극도로 어려워진다. 또한 이런 것을 가장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사람도 바로 정우택 전의원이다. 정 전의원은 이미 이지사에게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최근엔 한대수 청주시장 만들기의 1등 공신인 한충씨(청주시주차관리공단 이사장)를 영입, 이미 밑바닥을 훑기 시작했다. 청주고 출신인 한충씨는 상대적으로 청주권 연고가 취약한 정 전의원의 약점을 결정적으로 보완할 것으로 보인다. 정우택씨 본인의 주장대로 한나라당 입당 과정에서 박근혜대표가 자신을 낙점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중앙정치를 경험한 그가 앞으로 만들어 낼 ‘가변성’은 영민한 이지사로서도 쉽게 예측하지 못한다. 이지사의 약점이라면 약점일 수 있는 10년 장기집권에 대한 도민피로증이나 청주 청원통합 무산의 책임론은 앞으로 정우택 전의원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많은 ‘경우의 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정 전의원측은 자체 조사한 가상 대결에서 이지사 못지 않게 타 후보를 하프게임 이상으로 앞선다고 주장하며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정우택씨의 등장으로 정작 이지사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당내 경선 가능성이다. 일단 경선하게 되면 이지사에게 절대 불리하다. 경선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진성당원의 입김이 당내에서 당성(黨性) 부족의 상징적 인물로 치부되는 이지사로선 아무래도 버거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경선은 그 속성상 치고 올라오는 후보에게 절대 유리하다. 자칫하다간 정우택을 영웅으로 만드는 잔치에 이지사가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이지사 지지측의 반응은 경선 절대 불가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정우택 전의원은 당내 경선을 자신의 입지구축에 최고의 호재로 활용해야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내년 지방선거보다는 2007년 재집권이 지상과제인 한나라당이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 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救 吳…오효진 구하기
군수불출마 번복, 도지사 도전, 지지자들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


요효진청원군수도 요즘 심산하기는 마찬가지다. 청주 청원통합 무산의 책임을 들어 군수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은퇴는 아니다. 행로를 바꿔 다시 선출직에 도전할 수도 있는데 지금 이로 인한 고민이 커지는 것이다. 신당 즉 국민중심당은 오래전부터 오효진군수에게 각별한 공을 쏟고 있다. 신당의 충북 간판과 도지사후보로 내세우기 위해서다. 심대평충남지사도 직접 전화를 걸어 의중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신당 관계자들도 오군수를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신당을 띄우기 위한 고육지책에서 접근하고 있다. 신당 관계자는 “현재로선 오군수만한 카드도 없다”고 자신들의 공들임을 솔직히 인정했다. 하지만 신당의 구애는 여전히 짝사랑에 머물러 있다. 아직 신당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에서도 청원군수 재출마를 전제로 오군수 영입문제를 부분적으로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수불출마를 접고 재선에 나오라는 재촉은 쉽게 목격된다. 비록 통합은 무산됐지만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통합 찬성이 우세한 것을 내세워 다시 출마해 군민들로부터 직접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본인은 “한번 내뱉은 말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정작 오효진군수의 재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단순히 정치적 회생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그의 역량과 능력을 아쉬워한다. 이들에게 오군수는 어쨌든 지금까지 무난한 군정을 폈고, 갖가지 기획 사업을 벌여 청원군을 업그레이드시킨 것으로 각인된다. 만약 통합이 성사됐다면 오군수의 폭발력은 당연히 컸을 테고, 본인의 정치적 선택 역시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점을 중시하고 있다. 그냥 주저앉기엔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오군수가 스스로 자신의 불출마 약속을 번복하기엔 엄청난 부담이 따른다. 대신 주변에서 거국적은 추대 움직임만 나타난다면 재선도전의 명분은 어느 정도 구축될 수 있고 실제로 이런 움직임이 지금 지지자들 사이에서 암중 모색되는 실정이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엔 말이 조심스러웠는데 꼴뚜기가 뛰니까 망둥이도 뛰는 식으로 너도 나도 군수하겠다고 나서는 꼴을 보고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뜻을 규합하고 있다. 오군수의 재출마를 위해 우리가 멍석을 깔 것이다. 청주 청원통합 문제는 어차피 의미가 없어지게 됐다. 만약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중인 행정구역 개편이 현실로 다가 오면 우리 청원군은 결국 청주시에 흡수 통합될 것이다. 이런 마당에 통합무산 책임이 무슨 대수냐. 오히려 나는 오군수가 아니라 통합을 무산시킨 세력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소신이다. 오군수의 추대와 관련해 조만간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힐 것이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오군수가 열린우리당에 들어 가 도지사에 도전하는게 더 명분있다는 직언도 한다. 여기엔 단순히 내년 지방선거 뿐만 아니라 차기 총선까지 대비하라는 주문이 겸해진다. 만약 그동안 매끄럽지 않은 관계로 비쳐진 이지사와 한판승부를 벌인다면 정치적 효과는 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모종의 물밑접촉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지만 확인된 것은 없다. 그러나 이런 도지사 출마설은 군수 재출마설에 비해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결국 지지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군수불출마를 번복하는데 있어 어떻게 명분을 구축해 주느냐는 것이다. 곰곰이 따져보면 어느정도 명분만 조성될 경우 오군수의 운신은 편할 수도 있다. 통합찬성 여론이 여전히 반대를 앞서는데다, 통합찬성을 주도한 시민단체들도 굳이 재출마에 어깃장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주민투표법이 잘못됐다며 이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오군수에게 호재라면 호재다.

呼 韓…한범덕 불러내기
치고 나오는 것은 이미 실기, 확실한 계기마련 절실

한범덕 정무부지사는 지방선거에 관해 여전히 선문답만 내놓고 있다. 얼마전 열린우리당 노영민의원이 자당의 청주시장 후보로 한부지사를 내정했다고 흘리자 급거 기자간담회를 자청,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한 것이 그의 유일한(?) 확답이라면 확답이다. 하지만 한부지사는 어차피 출마할 수 밖에 없다. 이미 임명직 공직의 정점에 섰기 때문에 정상적인 인사를 통한 자리이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의식해 지인이나 측근들이 오래전부터 ‘빨리 치고 나올 것’을 끊임없이 주문해 왔지만 본인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하지만 한부지사가 스스로 알아서 치고 나오기엔 시기가 늦었다. 실기를 한 셈이다. 본인도 이를 잘 알고 있고 때문에 앞으로의 결정과 선택은 더 신중을 요할 수 밖에 없다.

냉정하게 따지면 한부지사만큼 복받은 사람도 없다. 정작 본인은 음전하게 처신하는데 주변에서 더 안달이다. 저런 사람이 청주시정을 한번 맡아야 한다는 ‘역할론’을 주변에서 자꾸 불질러대는 것이다. 그가 출마하면 소리소문없이 돕겠다며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디 데이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여럿이다. 현재로선 한 부지사가 택할 정당은 열린우리당 뿐이다. 대권주자 정동영과의 친구관계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현실적으로 그렇다. 한대수시장과 김진호(전 충북도의회의장) 남상우씨(전 충북도 정무부지사)가 선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엔 끼일 자리가 없다. 문제는 정당지지도다. 열린우리당의 현 열악한 지지도가 자신의 인물 경쟁력을 회석시키면 당연히 승부는 어렵게 된다. 이는 쉽게 그가 공직을 박차고 나오지 못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일찌감치 커밍아웃하거나 스스로 자가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향후 있을 한부지사의 출마선언은 오히려 더 확실한 계기와 시기를 필요로 한다. 본인의 색깔을 못낸다는 게 주변의 불만이지만 막상 출마를 결심하려면 분명한 정체성을 들고 나와야 하는 것이다.

출마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부지사가 줄곧 견지한 대외명분은 ‘공직자로서 자신한테 맡겨진 임무를 잘 마무리하면 그 때 가서 생각해 볼 수 있다’다. 실제로 한부지사는 이지사한테 두 가지 과업수행을 하달받은 상태다. 행정복합도시와 혁신도시 문제다. 이들 난제가 별 탈없이 정리되면 한부지사는 어쩔 수 없이 정치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그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한부지사 입장에선 현재의 예측불가능한 정치환경이 하루라도 빨리 한바탕 소용돌이를 거쳐 어떤 방향이든 정립돼야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잘못 나섰다간 선거날이 오기도 전에 제풀에 꺾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때문에 버틸 수 있는 한 끝까지 버티다가 나오는 게 상책이라는 조언도 전해진다.

하지만 ‘다 만들어진 후에 나서는 건 누구는 못하느냐’는 지인들의 질책은 잘못하면 한부지사에게 결정적 아킬레스가 될 수도 있다. 선거에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처신은 결코 시선을 끌지 못한다. 나와야 할 때와 움직여야 할 때를 분명히 해야만 변화를 갈구하는 유권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된다. 한부지사의 결단엔 또 한가지 변수가 따른다. 다름아닌 이원종지사와의 관계다. 한부지사가 자신의 충북도 전입을 받아 주고 지금의 자리를 보전케 한 이지사를 대하는 자세는 아주 각별하다. 때문에 이지사의 심기를 건드리거나 이지사의 뜻에 반하는 처신은 나오기가 힘들다.

결국 한부지사의 출마여부는 둘간의 역학관계에서 얼마든지 조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런 의리는 한부지사에게 득이 될 수도 있고, 역으로 독(毒)이 될 수도 있다. 정치와 선거는 때에 따라선 형이하학적인 것에서 더 순발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한부지사는 고민스러울 밖에 없고, 그 속내를 주변에선 ‘절간에 들어 간 과부심정’로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과연 누가, 언제, 어떻게 한부지사를 선거판으로 끌어낼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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