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결과 일부 조경수와 조경석 전부 사라져

‘기부금품’ 및 ‘공유재산 물품관리법’ 위반 사실도 적발

고가 목단나무 “고사해 베어냈는데 새순 올라오는 상태”

향후 경찰에 수사의뢰 할 것

기증자 A씨 “죽은 나무가 부활?…감사결과 신뢰 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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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민 A씨가 2022년 6월 자신의 주택에 있넌 고가의 조경수를 영동군에 기증하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서울 시민 A씨가 2022년 6월 자신의 주택에 있넌 고가의 조경수를 영동군에 기증하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충북 영동군(군수 정영철, 국민의힘)이 시민이 기증한 조경수 중 10그루와 15톤 분량의 조경석의 행방을 알 수가 없다는 감사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영동군은 사라진 조경수와 조경석의 행방을 찾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2일 영동군은 ‘기증재산 관리소홀 및 부적정 처리 의혹 특정감사’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 발표에 앞서 정영천 군수가 직접 나서 기증자에 대해 사과했다. 정 군수는 “소중한 자산을 기증해주신 분의 숭고한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하고, 군의 재산을 허술하게 관리하여 기증자분과 군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심려를 안겨드린 점에 대해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영동군 자체 감사결과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

‘기부금품의 모집ㆍ사용 및 기부문화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증자가 용도를 명시한 지정기탁서를 제출하고, 기부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접수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영동군은 2022년 6월 서울 시민 A씨로부터 수억대의 조경수와 기증수를 기증받았지만.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영동군 물품관리 조례’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르면 기증품 취득 할 때 기증품 조서와 수령증을 작성해야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당연히 물품관리대장에 기증받은 억대 조경수와 조경석을 등재하지 않았다.

영동군에 따르면 억대 가치가 있는 조경수가 말라 죽었다. 고사한 나무를 제거하려면 불용품 폐기 조서를 작성하거나, 망실·훼손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사라진 조경석, 어디로 갔나?

서울 시민 A씨가 영동군에 기증한 조경석 이전 전 모습
서울 시민 A씨가 영동군에 기증한 조경석 이전 전 모습
영동군이 A씨가 기증한 조경석이라며 제시한 사진.
영동군이 A씨가 기증한 조경석이라며 제시한 사진.

 

영동군에 따르면 서울 시민 A씨가 기증한 조경석 15톤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영동군은 조경석은 레인보우힐링관관지 내 바비큐장에 보관 중이었으나, ​2023년 8월 17일 ~ 23일 사이​ 포도 축제 준비를 위한 부지 정리 과정에서 분실된 것으로 특정했다.

하지만 영동군이 증거로 제시한 조경석에 대해 기증자 A씨는 “우리가 기증한 조경석과 모양이 다르다”며 “저희 것은 검은 색깔을 띄고 있는 자연석이다”며 영동군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일단 영동군은 사라진 조경석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동군 “장비임차비 잘못 지급…회계질서 문란”

2022년 6월 7일 기증 조경수 이식과정에 참여한 업체에 대해 영동군이 지급한 ‘장비 임차료’와 관련해서도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동군은 이식작업이 이뤄진 2022년 6월 7일로부터 한달이 지난 7월 12일 시민 A씨가 기증한 조경수 이식작업을 한다고 공문을 작성했다.

다시 7월 14일 이식작업을 완료했다며 음성군 관내 장비업체 B사에 217만5000원을 지급했다. 포크레인 한 대를 3.5일간 임대한 것으로 장비대여료를 산정했다.

이에 대해 영동군은 B업체가 참여한 실제 작업은 ‘조경수 식재’ 작업이었는데 담당 공무원이 편의를 위해 편의상 ‘장비임차’ 형태로 간이계약을 해 회계질서를 문란하게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급금액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영동군은 “담당공무원 및 업체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실제 작업일은 2022년 6월7일부터 6월 8일까지 2일간 진행됐고, 굴삭기와 덤프트럭, 지주목 자재와 작업 노동자 3명이 투입되었다”며 “총비용은 227만원에서 264만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영동군의 주장대로 라면 50만원에서 10만원 정도를 덜 지급했다는 것이 된다.

하지만 기증자 A씨는 영동군의 해명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A씨는 “조경식재 작업은 우리가 서울에서 데려온 조경회사 소속 노동자 4명이 작업했다”며 “영동군이 불러온 업체는 땅을 파는 작업만 했고, 식재 작업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영동군이 데려온 업체가 노동자 3명을 데려왔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포크레인 운전기사 한 명만 작업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고사해 베어냈던 억대 가치 목단(=모란나무)이 부활했다?

A씨가 영동군에 기증한 수령 100년이 넘은 목단나무 기증 전 모습
A씨가 영동군에 기증한 수령 100년이 넘은 목단나무 기증 전 모습

 

고가의 목단나무에 새순이 오르고 있다며 영동군이 제시한 사진
고가의 목단나무에 새순이 오르고 있다며 영동군이 제시한 사진

 

옥천군은 중간 감사 결과 발표 하루전인 지난 1일 여의도 이광희 국회의원실에서 정영철 군수가 직접 기증자 A씨를 만나 조사결과를 설명했다.

정 군수와 영동군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목단 나무는 식재 후 고사했으며 뿌리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목단 나무 뿌리에서 잎이 오르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증자 A씨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A씨는 “영동군은 게속해 목단은 고사했다고 강조했다”며 “나무가 고사해 베어냈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말라 죽어 베어내기 까지 했는데, 지금 와서는 새순이 돋는다고 말한다”며 “죽은 나무가 갑자기 부활한 것이라고 하는 셈인데, 이를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A씨는 “만약 새순이 돋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영동군이 죽지도 않은 목단을 베어낸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든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목단 나무는 수령이 100년이 넘은 것으로, 국내에서는 열 손가락 이내만 존재할 정도로 희귀수로 알려졌다.

조경 전문가들은 수령 100년이 넘은 목단의 경우 정해진 값이 없을 정도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영동군 억대 조경수 실종사건은 지난 8월 20일 본보 <영동군 또 조경비리? 기증받은 1억대 조경수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보도를 통해 최초로 알려졌다. 서울 시민 A씨는 2022년 상반기 영동군 조경수 기증운동을 벌인다는 내용을 언론보도를 접했다. 이후 영동군과 협의회 서울 청담동 주택에 있던 조경수 48그루와 조경석 15톤을 영동군에 기증했다.

이 과정에서 영동군이 재정적 어려움을 호소해 식재비용 2000만원을 자비로 들여 직접 영동까지 내려와 이식작업까지 수행했다. 또 주택 내에 있던 조경수를 옮기기 위해 담장까지 허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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