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청년 모임, ‘747 오송역 정류장’ 윤재민 씨
오송역 ‘기억 게시판’ 이어 시민 12명 참여한 영상 제작
간담회 계획…“사회적 참사 기억하기 위해 기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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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송참사 2주기를 맞아 충청지역 청년들이 ‘기억’과 ‘추모 행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민들의 추모 메시지를 모으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영상을 직접 제작해 유족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나아가 자칫 ‘남의 일’, ‘지나간 일’로 치부될 수 있는 사회적 참사를 잊지 말고 기억하자고 제안한다.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일명 ‘747 오송역 정류장’이다. 충청지역 20~30대 청년 10여 명이 모인 이 단체는 요즘 오송참사 2주기를 맞아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는 하루에도 서너 번씩 오송역에 들러 ‘기억의 게시판’을 관리하고, 누군가는 고인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인터뷰 영상을 만든다. 또 누군가는 유가족이 참여하는 간담회를 기획하고, 누군가는 주변 청년들에게 집담회에 참여해 오송참사를 기억하자고 말한다.
한창 영상 편집에 집중하고 있는 윤재민 씨(29)도 그중 한 명이다.
윤재민 씨는 충북지역 시민단체 활동가다.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단체에서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레 참사 피해자들과 함께 하게 됐지만, 윤 씨에게 오송 참사는 유난히 가슴이 아팠다.
“그날 저도 그 장소에 갔었어요. 만일 조금만 늦었더라면 저도 아마 참사를 면할 수 없었겠죠.”
그는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에게 부채 의식이 있다고도 했다. 그래서 군대 전역 이후 곧바로 오송참사 시민대책위원회 활동가로 참여했다. ‘잊지 말자’고 주변 사람들을 독려했고, 집회에도 참여했으며, 유가족들을 돕는 일에 나섰다.
하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과 단체들이 함께 움직이다 보니까 그만큼 무게감이 있고, 뭔가 자유롭게 기획해서 진행하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참사가 엄청 무거운 주제이긴 하지만,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해서는 진지하지만 가볍게, 그러면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고인을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747 오송역 정류장’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참사 당시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747번 버스를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모임 이름에도 747를 넣었다.
“사회적 참사임에도 이제 오송참사는 뉴스에도 별로 안 나오고,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는 게 되게 무섭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도 그런 점이 안타까웠었는데, 유가족분들도 그렇게 이야기하시니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난해 1주기 때는 오송역에 ‘기억의 게시판’을 설치해 수백 장의 추모·위로 글을 유가족들에게 전달했다.
‘기억의 게시판’은 올해도 이어진다. 지난달 30일 설치된 게시판에는 매일 추모의 글과 행정기관을 규탄하는 메모가 40~50장씩 붙는다.


특히 올해는 여기에서 더 확장해 시민들이 참여하는 영상을 만들고 있다. 총 12명의 시민이 참여하는데, 각각 5~10분 정도 분량이다. 영상을 통해 시민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힘겨워하는 유가족들에게 힘을 주고 있다.
“영상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찡했던 거는, 너무나 아프고 힘들지만 그래도 살아가자라고 말하는 장면이었어요. 너무 힘들고 어렵지만 그래도 서로 보듬고 살아가자는 말이었는데 역설적이게도 그 말이 굉장히 아팠습니다.”
간담회와 집담회도 준비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는 간담회는 오는 19일에 열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오송참사의 참상과 현실을 공유하고, 집담회에서는 청년들이 느끼는 오송참사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다.
“사회적 참사라는게 물론 유가족과 생존자분들이 제일 힘들고 아프지만, 그 사건을 봤던 많은 사람들한테도 트라우마를 넘겼습니다. 특히 오송역은 청주 시민이라면 무조건 왔다 갔다 하는 곳이니까 자기를 대입할 수밖에 없죠.”
‘747 오송역 정류장’ 구성원들은 2주기 추모제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디자인, 영상 촬영, 편집, 글쓰기 등 구성원 모두가 각자 재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프로젝트 형식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오송참사 뿐 아니라 너무나 많은 참사와 사건들이 잊혀지고 또다시 반복되고, 아예 기억조차 안되는 일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일을 기록하고 알리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윤재민 씨는 청년들이 사회적 이슈나 공동체 활동에 무관심하다는 인식은 정말 편견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오송참사를 겪은 우리지역, 우리시대 청년들은 참사를 기억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