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8개월째 현재 수원지방법원 재판 진행 중
‘진짜 사장은 누구?’ 등 쟁점 놓고 검찰·사측 공방
2월 중 재판부 교제 예정…1심 선고기일 불투명
지난한 투쟁 속 유가족 민사소송 돌입 의사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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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아리셀 폭발로 23명이 사망한 지 어느덧 8개월째에 접어들었다. 박순관 대표와 박중언 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 △파견법 △산업안전보건법 △업무상 과실치사상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 됐고, 임직원 등 관계자도 피의자 신분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7개월 동안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을 촉구하며 투쟁을 이어가던 유가족들은 힘겨움을 토로하면서도 ‘끝까지 투쟁’을 외치며 민사소송 돌입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리한 형사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며, 1심 선고 예정일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특히 2월 수원지방법원의 인사이동으로 2월 말에는 재판부 교체가 예상된다. 이에 따라 선고일 또한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구속수사 기간 6개월이 종료되는 3월 24일, 박순관 대표는 석방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충북인뉴스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아리셀 재판의 주요 쟁점 다섯 가지를 짚어본다.
‘진짜 사장’은 누구인가?
아리셀 측 변호를 맡은 KIM&CHANG(김앤장) 소속 변호인들은 공판 초기부터 현재까지 박순관 대표가 아리셀의 대표이사로 (서류상)등록되어 있지만, 실제 경영자는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순관 대표는 아리셀의 채권자로서 보고만 받았을 뿐, 아리셀의 실제적인 경영은 그의 아들 박중언 본부장이 했다는 것.
지난 1월 13일 공판에서 아리셀 측 변호인들은 박중언 본부장이 박순관 대표에게 200여 차례 (주간)업무 보고를 한 것은 채권자로서 ‘확인’을 하기 위한 용도이지, 아리셀의 최종 결재권자는 박중언 본부장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사안이 중요한 이유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처벌 대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대상은 △대표이사 등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대표이사 등에 준하는 책임자로서 사업 또는 사업장 전반의 안전·보건 관련 조직·인력·예산을 결정하고 총괄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박순관 대표는 자신이 아리셀의 실질적인 경영자가 아니라는 점을 주장,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처벌을 면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아리셀 측 증거는 박 본부장이 박 대표에게 200여 차례 업무보고를 했지만 이에 대해 박 대표가 답변을 한 것은 6번에 불과하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 박 대표와 박 본부장 SNS대화 내용을 분석한 결과, 노동자들의 근로관계를 이야기한 적이 없고, (박순관 대표가)채권자로서 아리셀에 계속 투자를 할 것인지 또는 말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화를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사 측은 이에 대한 반박 증거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우선 에스코넥(아리셀 본사, 대표이사 박순관)은 아리셀에 주 단위로 자금을 지원했다는 점이다. 아리셀은 에스코넥에 자금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실제 거래가 이뤄진 입출금 명세서가 존재하며, 심지어 에스코넥 직원이 아리셀 자금을 집행·관리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또 박순관 대표는 아리셀 자금지원의 연대보증을 했고, 주주총회를 소집할 수 있는 자격, 이사회를 총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등 언제라도 아리셀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아리셀은 에스코넥의 자본잠식 상태로 아리셀 자본의 96% 소유는 에스코넥이라고 주장했다.
세척·열감지 공정 생략이 참사 키웠나?
불과 40여 초 만에 공장을 모두 삼켜버린 아리셀 참사의 원인은 초미의 관심사다. 기존에 화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대규모였고, 배터리 업계에서도 매우 드문 경우이기 때문이다.
참사 원인과 관련, 재판에서 다뤄지는 의제는 ‘폭발의 직접적인 원인은 과연 무엇인가?’이다.
우선 검사 측에서는, 아리셀이 무전기용 배터리 군대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숙련되지 못한 외국인노동자를 대규모로 (불법)고용했고, 촉박한 시일로 인해 세척 작업과 열감지 작업을 생략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참사 2~3주 전부터 이 두 가지 작업 과정을 생략, 실제 생산량이 증가했음을 증인들을 통해 확인했다.
또 생산된 배터리를 각각 소분해 분리해 놓아야 하고 (분리할 수 있는)격벽을 설치해 보관해야 하지만 아리셀은 불량 배터리와 정상 배터리를 모두 함께 쌓아놓아 폭발을 가속화시켰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2023년도 위험성 평가 서류는 2022년 서류를 ‘복붙’해 제출, 사실상 조작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아리셀 측은 배터리 폭발의 원인은 사실상 알 수 없는 상황으로, 한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했고, 기존에 발생했던 화재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위험성 평가에 대해서는, “평가에 리튬전지 화재 부문이 없고, 화재에 철저히 대비를 했다 하더라도 이번 참사를 막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지나치게 결과론적 접근”이라고 강조했다.
배터리의 미세발열과 폭발은 무슨 관계인가?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미세발열과 폭발의 관계도 쟁점 중 하나다.
검사 측에서는 아리셀이 납품 기일에 쫓기다 열이 나는(불량) 배터리를 선별해 내는 과정을 생략하고, 분리 보관해야 함에도 이를 위반해 폭발까지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불과 참사 이틀 전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리셀 측은 미세발열과 폭발과의 상관관계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미세발열 검사와 폭발(열폭주)은 전혀 무관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배터리에서 미세하게 발열이 있다고 해서 이것이 폭발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1월 13일 공판에서 아리셀 측 변호인은 이번 참사로 사망한 이들의 이메일 내용을 인용하며, 미세발열과 열폭주 원인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배터리를 소분해 보관해야 한다는 규정은 어느 법령에도 나와 있지 않아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왜 이렇게 많이 죽었나?
아리셀 참사는 외국인 노동자 산업재해 역사에서는 물론 국내 산업재해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단시간에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참사다. 참사 당시 고인들 대다수는 출입구와는 정반대 편에서 고립된 채 사망했다.
검사 측에서는 배터리 폭발의 직접적인 원인과는 별개로 ‘23명의 노동자가 단시간에, 한 장소에서 사망한 원인은 무엇인가?’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원인으로 안전교육의 부재를 꼽고 있다.
증거로 아리셀은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았고, 대피로는 물론 비상구 위치조차 몰랐다는 노동자들의 증언을 제시했다.
그러나 아리셀 측은 아리셀 안전관리 책임자 A(고인)씨가 매주 월요일 업무 시작 전 아침 조회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약 10여 분간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등 교육을 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노동자들은 단순 업무를 하는 이들로, 배터리의 전문지식까지 알 의무는 없으며, 배터리 생산의 전 공정을 알지 못해도 업무를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말을 증인들에게 유도했다.
또한 비상구 위치를 모르고, 안전교육이 부재했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화재가 발생하면 일단 모든 출입구가 개방된다는 보안업체 관계자 말을 인용, 마치 고인의 잘못으로 사망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참사 원인으로 지목된 군납 비리 문제
지난해 11월 경찰은 아리셀 군납비리와 관련 박순관 대표, 박중언 본부장 등 12명을 업무방해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로 송치했다. 군납비리 문제는 사실상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현재까지 공판에서 군납비리 문제는 다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박순관 대표는 기소되지 않았고 박중언 본부장만이 기소, 향후 이번 재판과 병합돼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