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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퇴행을 막는 광장의 목소리 12월 3일 비상계엄은 1987년 민주항쟁으로 이뤄낸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민주주의 파괴행위다. 비상계엄 발표만으로도 놀라운데 내란 실패 이후 검찰과 경찰이 쏟아내고 있는 윤석열의 발포 명령과 북풍 공작 등 조사 결과는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은 공수처의 소환조사를 계속 거부하며 탄핵의 시간을 늦추고 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연시키면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탄핵을 여야 정쟁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내란의 지속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한 달이 넘도록 일상을 멈추고 광장에서 주권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힘이 광장에 모인 시민들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이에 충북시국회의는 12월 14일 충북도청 앞 도로를 가득 메웠던 도민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기획연재를 시작한다. [충북시국회의] |
‘윤석열 퇴진! 민주·평화·평등 사회대전환! 충북비상시국회’(이하 충북비상시국회의)가 ‘민주주의 퇴행을 막는 광장의 목소리’란 제목으로 연속 기고글을 보내주셨습니다. 충북비상시국회의는 12‧3비상계엄 내란사태로 발생한 우리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차별없는 평등한 사회로 나가기 위한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글 :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계희수 활동가

“지난 80년대 군부 쿠데타의 악몽이 떠올라 계엄군의 침입에 대비해 MBC의 모든 지역 지부장들은 계엄이 선포된 그날 방송국으로 달려가 정문을 지켜야만 했습니다.”
언론노조충북지역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전국언론노조 MBC충북지부 이일범 지부장이 12월 5일 충북도청 앞 집회에 나와 그날의 절박했던 심정을 호소했다. 모든 언론인들에게 악몽 같았을 것이다. 언론 통제의 유구한 역사를 지나며, 우리나라 언론인의 몸에는 억압에 대한 고통의 감각이 새겨져 있다.
윤석열은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을 명분으로 계엄령을 발표했지만, 포고령은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 선동"을 유포한 모든 언론과 출판을 계엄사의 통제 대상으로 삼았다. 포고령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고 했다. 마치 군부 독재 시절의 언론 검열을 재현한 듯했고, 언론인들은 군홧발에 짓밟힌 과거 독재의 기억을 떠올리며 분노와 공포에 떨었다.
우리 국민과 언론인들은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숱한 희생을 치렀다. 험난했던 민주주의 역사에서 언론인의 책무와 역할은 선명한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1971년 박정희 대통령의 3선 개헌 때 발표된 언론자유수호선언,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을 알리기 위한 검열 및 제작 거부 투쟁, 1986년 보도지침 폭로, 그리고 2008년 이후 이명박근혜 정권 언론 장악에 맞선 장기 파업과 해고 투쟁 등은 모두 언론 자유를 위한 끊임없는 항쟁의 역사였다.
윤석열은 이러한 역사를 무시한 채, 언론의 숨통을 끊으려는 시도를 했다. 포고령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 등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단칼에 베어내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국방부가 기자들을 강제로 퇴거시키고,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을 겨냥한 체포와 압수수색을 이어가면서 대한민국의 언론 자유는 벼랑 끝으로 몰렸다.
윤석열의 언론 통제, 이미 진행 중이었다
사실 계엄령 선포 이전부터 윤석열 정권은 언론 장악을 위한 무리수를 두며 언론 자유를 억압해 왔다.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으로 이동관을 임명하여 공영방송을 정권 홍보 도구로 전락시키려 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를 동원해 언론 통제를 강화했다. "가짜뉴스 대응"이라는 명목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가짜뉴스 피해 신고·상담센터를 설립했고, 방심위는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운영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언론 오보에 대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추진하며 비판을 받았다. 정권에 비판적인 보도가 ‘가짜뉴스’로 둔갑해 심의 대상에 올랐다.
방통위는 검찰, 경찰, 감사원 출신 인사들을 대거 임명하며 사실상 사정기관화 되어 KBS, YTN 등 주요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했으며, 공영방송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행해 KBS, EBS 등 공영 언론의 근간을 무너뜨렸다. YTN의 졸속 민영화는 방송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방심위는 MBC 등 비판 언론에 대해 중징계를 남발하며 언론 통제를 강화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편파적 심의와 민원 사주 의혹으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를 풍자한 MBC의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은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하고, 경찰을 동원해 MBC 뉴스룸을 압수수색하려는 시도를 벌였다. KBS와 YTN의 새로운 낙하산 사장들은 취임 직후 그간의 편파·불공정 보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강행하며 ‘땡윤뉴스’를 자처했다. KBS는 주요 프로그램 진행자를 일방적으로 하차시키고, YTN에서도 대통령을 풍자한 영상이 삭제되는 등 보도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되었다.
윤의 영향력과 언론 통제 전략은 그의 하수인들을 통해 지역언론까지 뻗쳤다. 김영환 충북도지사, 윤건영 충북교육감이 자신을 비판하는 MBC충북, 충북인뉴스 언론인들을 고소고발하고 협박했던 것은 언론 재갈 물리기의 서막에 불과했음이 계엄을 통해 드러났다. 윤석열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 지사는 최근 단양 구인사 기념행사에 방문해 "구인사를 너무나 사랑했던 우리 윤석열 대통령께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며 "위로와 자비의 기도를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리겠다"고 말해 큰 분노를 샀다.

윤석열의 공범들은 언론계 곳곳에 있다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 이후,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는 내란 세력의 주장과 허위정보를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내란 관련 피의자들의 기자회견 내용이 검증 없이 보도된 사례가 다수였다. 특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단의 주장이나 석동현 변호사의 입장 발표는 언론에서 거의 그대로 받아쓰기 형식으로 전달되었다. 비상식적인 주장에 대하여 언론의 판단이 배제된 이러한 보도 행태는 내란을 합리화하거나 내란 세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언론이 민주주의에 복무해야 할 중대한 시점에서, 그와 같은 행태는 기계적 중립을 가장한 방관이요 무책임이다.
윤과 손잡은 세력도 언론사 곳곳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최근에는 한남동 집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폭행당한 경찰이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거짓 정보가 극우 성향 매체를 통해 퍼지며 여론을 혼란에 빠뜨렸다. 또한, 편향된 문항 설계로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가 다수 언론에 보도되면서, 윤석열 체포와 관련한 보수 결집론이 확대 재생산됐다. 윤석열의 내란 사태는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진정한 언론과 권력에 부역하는 가짜언론을 판별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언론의 입 틀어막는 윤석열, 우리는 침묵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권의 탄압과 지연 전술에도 민주주의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탄핵을 지연시키고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며 내란을 지속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지만, 시민들은 일상을 멈추고 광장에서 주권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충북비상시국회의를 비롯한 시민들의 연대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힘의 원천이 되고 있다.
“MBC를 지켜내자! 언론자유 지켜내자”
광장에 울려 퍼진 외침에서 희망을 본다.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이 MBC나 언론 자유만은 아닐 것이다. 같은 국토에서 벌어진 비통한 사고 소식과 그 가족들의 찢어지는 절규, 이 곁에 함께 하겠다는 사람들의 따뜻한 헌신, 멀리서 전하는 위로의 눈물들. 언론이 개인들의 삶을, 공동체의 존재와 힘이 발휘된 장면을 부단히 서로에게 전해주고 있다. 충북도청 앞에서, 광주 금남로에서, 제주시청 앞에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는 언론에서 “오늘 광장에 모인 뜨거운 국민들의 목소리”라는 타이틀로 하나가 되어 겹쳐진다.
광장에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생생한 증거다. 이들은 계엄 국면에 대한 저항에만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 민주주의는 정부나 정치가가 아닌 시민의 손에 의해 지속 가능하다는 진리가 광장에서 다시 한 번 증명되고 있다. 우리는 이 위기를 넘어 더욱 성숙하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것이다.
이 역사적인 길목에서 한국 언론은 새로운 사명을 다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은 계엄령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통해 절정에 달했다. 계엄사령부가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고 선언하며 언론의 자유를 질식시키려 했던 그 순간조차, 언론은 무너지지 않았다.
언론의 독립성을 회복하고, 왜곡된 언론 생태계를 재구조화하며, 시민과 연대하는 언론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넘어설 유일한 길이다. 윤석열이 퇴진하는 그날까지,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지키기 위한 긴장의 끈을 결코 늦춰서는 안 된다.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여정에 서 있다. 시민의 목소리와 언론의 연대가 빚어낸 이 위대한 흐름은 민주주의의 깃발을 더욱 단단히 세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