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연대, ‘IB전격도입! 충북교육을 구할 것인가?’ 토론회 개최
현승호 좋은교사운동 대표·김봉석 전교조 대구지부 정책실장 발제
“IB는 잘 만들어진 칼이지만 누가 잡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묶음기사

“IB는 아주 잘 만들어진 칼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칼을 잡느냐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칼을 잡느냐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떤 교육청에서, 어떤 교육감이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사)좋은교사운동 현승호 공동대표 발언 중)
제주에서 IB(국제 바칼로레아, International Baccalaureate)를 운영, 호평을 받고 있는 학교의 교사가 IB를 도입할 경우, 지역만의 뚜렷한 목표와 장기적인 계획, 공교육을 개선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일 그렇지 않고, IB인증학교 숫자만 무분별하게 늘리는 정책을 취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IB는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구현될 수 있다며, IB가 또 다른 입시 트랙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최근 IB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충북교육청에 전하는 조언이기도 하다.
전교생 모두 참여해야 IB효과 있어
이러한 의견은 충북교육연대와 충북교육발전소가 29일 개최한 ‘IB전격도입! 충북교육을 구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사)좋은교사운동의 현승호 공동대표가 참여, ‘IB교육 공교육 혁신의 대안이 될 수 있나?’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발제에서 현 대표는 IB도입으로 △생활지도와 자연스럽게 연계 △교과 재구성시 가이드 역할 △학생들의 자기주도성 향상 △교사의 전문성·효능감 향상 등을 장점으로 꼽았다.
단점으로는, △교사들의 엄청난 수고와 희생 △교육과정 코디네이터 역할이 정착되지 못한 점 △또 다른 입시 트랙으로 전락할 가능성 등을 지적했다.
특히 현승호 대표는 IB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한 학교 내에서 일부 학생만 선택적으로 운영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낙후된 지역의 학교 전교생이 모두 IB를 받아들여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같은 학교 내에서 일부 선택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IB를 운영했을 경우에는 공교육 개선 모델이 될 수 없고 입시의 또 다른 방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최근 충북교육청이 고등학교에서 IB를 운영할 경우 1~2개 반을 별도로 만들어 진행하겠다는 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대구 IB는 특권학교”
또 다른 발제자로 참여한 전교조 대구지부 김봉석 정책실장은 ‘대구의 IB교육 도입실태’라는 발제를 통해 대구 IB학교는 ‘특권학교’라고 지적했다.
우선은 예산이다.
김 실장에 따르면, 대구지역 비IB학교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250만 원~400만 원 수준이지만, IB학교인 경북사대부고의 1인당 교육비는 460만 원, 대구외고는 825만 원, 포산고는 734만 원이다.
교사들의 과도한 연수비도 지적됐다. 교사가 서울국제학교에서 2박 3일 연수를 받게 되면 1인당 1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
학급당 학생 수도 마찬가지다. IB학교의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15명인 반면 비IB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26.3명이다. IB학교 학급당 학생 수는 비IB학교에 비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김 실장은 이외에도 IB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대입 진학이 좋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사대부고에서 IBDP(IB고등학교 과정)를 이수한 30명 중 수도권대 입학자는 22명, 과기원 입학자는 8명이지만 IBDP학생들은 이미 고등학교 입학 당시부터 선발집단이라는 점에서 비IB학생들보다 더 우수한 결과가 나왔다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IB를 운영하고 있는 대구외고는 특목고이고, 포산고는 우선추첨 일반고다.
김 실장은 해외유학을 준비해야 하는 학생 입장이라면 공립IB학교는 가성비 좋은 교육제도라며 공교육에서 일부 학생들만을 위한 교육을 하는 것이 과연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혁신학교 잘 다듬는다면 IB못지 않은 성과 낼 수 있어”
발제자들의 발표 이후에는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과 질의가 이어졌다.
특히 혁신학교를 잘 다듬는다면 IB 못지 않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느냐는 질의에, 현승호 공동대표는 “굉장히 동의한다. IB 또한 각론이 있었고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 있었다”며 “혁신학교 또한 그럴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 교육감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면서 달라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교육청 주도로 진행한다면 교육감은 적어도 장기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혁신학교의 대안으로 IB를 생각한다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충북교육청은 지난 4월 30일 IBO에 의향서를 제출했고 5월 8일 윤건영 교육감 브리핑을 통해 IB를 충북에 전격 도입하겠다고 언론에 공개했다. 29일에는 대구교육청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IB본부와의 협력 △우수사례 공유 △교원 공동연수 △IB운영학교 간 교류지원 등에 대해 타 시도교육청과 약속했다. 또 7월에는 IB준비학교 9개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현재까지 충북IB의 장기적인 계획이나 목표는 밝히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