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간 분쟁으로 관습도로 사유지에 철제문 설치
농기계 출입 통행로 막혀 2년째 농사 못 지어
주민들, “국유지에 통행로 만들어달라” 요구도
북이면, “매입 근거 없어…재판 결과 지켜볼 것”

청주시 북이면 호명리 주민 A씨는 관습도로로 사용되던 자신의 땅에 철제문을 설치해 통행로를 막았다.
청주시 북이면 호명리 주민 A씨는 관습도로로 사용되던 자신의 땅에 철제문을 설치해 통행로를 막았다.

 

청주시 북이면 한 마을에서 이웃 간 분쟁으로 농사를 못 짓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분쟁 당사자인 A씨와 B씨는 각각 자신의 땅(농기계 통행로)에 장애물을 설치해 농기계 출입을 막아 인근 주민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것.

무엇보다 분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들까지도 덩달아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상황이어서 피해 주민들은 제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문제의 통행로는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 호명리 537번지와 62번지다.

호명리 537번지는 이른바 관습도로로 예전부터 사용되어온 길이다. 폭 3미터 남짓한 이 길은 국유지 일부와 이 마을 주민 A씨 소유 땅 일부가 섞여 있다.

북이면 행정복지센터의 한 관계자는 “이 길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잘 모른다. 예전 새마을운동 때 만들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수십 년 동안 별다른 문제 없이 사용되었던 길이 막힌 시점은 지난해 11월이다.

 

“네가 열어주면 나도 열어줄 것”

A씨는 2020년부터 3년여에 걸쳐 논농사를 위해 자신의 땅 호명리 63번지 일대 1300여 평에 3000~4000만 원의 돈을 들여 정비했다.

논을 정비한 후 논농사를 준비할 즈음 B씨가 등장한다, 같은 마을 주민인 B씨는 밭농사를 짓기 위해 농업경영체 신청을 준비했는데, 자신의 땅이지만 A씨 등이 이용했던 호명리 62번지까지 포함시켜야 농업경영체 등록 조건인 300평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B씨는 자신의 땅에 펜스를 설치해 경계를 설정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불거졌다. 그동안 B씨의 땅(호명리 62번지)을 유일한 통행로로 사용했던 A씨가 B씨의 펜스 설치로 논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 것이다. B씨는 A씨에게 다른 곳에 길을 내줄테니 땅을 사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이 다니던 길을 고수하며 펜스를 치울 것을 요구했다.

B씨 또한 펜스 설치를 고수했고, 이에 화가 난 A씨는 마을 주민들이 수십 년 동안 다니던 자신 소유의 땅(관습도로)에 철제문을 설치해 농기계 출입을 막았다. A씨는 B씨가 자신의 땅을 밟아야만 통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고, B씨의 통행을 막기 위해 철제 울타리를 설치한 것.

A씨는 “큰 돈을 들여서 논을 만들었는데 (B씨가)길을 막아놓았다. 농사 지으려면 또 투자를 해야 한다. (B씨가) 길을 열어주면 나도 열어줄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평생 농사만 지었다. 농사꾼이 농사를 못 짓는 게 말이 되나. 전 재산을 들여서 근저당 설정해서 땅을 산 것이다. 작년에 1300평을 묵혔다. 죽어도 못 열어준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B씨는 “그동안 내 밭을 자기(A씨) 땅인 양 잘 쓰고 다녔다. 농업경영체 신청을 하려고 했더니 300평이 안 된다고 해서 (펜스를 설치)한 것이다. 인근에 길을 무료로 내주겠다고 해도 (A씨는)못 믿겠다면서 싫다고 한다. 대화가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동안 수십 년 동안 내 땅을 밟고 다녔으면 고맙다든지, 앞으로도 계속 빌려달라든지 해야 하는데 맘대로 하라고 하면서 내 핑계를 대고 동네 사람들이 멀쩡히 다니던 길을 막아 버렸다”고 말했다.

B씨는 A씨가 길을 막아버리자 다른 곳에 통행로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 주민 C씨는 유일한 통행로가 막혀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고 호소했다. 사진은 지난해 지은 농사를 미처 정리하지 못한 모습. 
마을 주민 C씨는 유일한 통행로가 막혀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고 호소했다. 사진은 지난해 지은 농사를 미처 정리하지 못한 모습. 

 

“작년에 농사지은 배추 다 썩었다”

문제는 A씨와 B씨의 분쟁으로 분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주민들까지도 피해를 보게 됐다는 점이다. A씨의 통행로를 이용해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가는 1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3년 전 이 마을로 귀농한 주민 C씨는 “지난해 배추 농사를 지었지만 농기계를 이용하지 못해 수확을 못하고 다 썩혀 버렸다”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이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A씨에게) 제발 문을 열어 달라고 애원도 하고, 통행세를 내라고 하면 돈도 내겠다고 했고, 땅을 팔면 사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절대 문을 열지 않겠다며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A씨 땅)바로 옆 하천이 국유지다. 국유지에 길을 내달라고 북이면에 호소했지만 돈이 없다고 한다. 도로과에 가면 하천과로 가라고 하고, 하천과로 가면 도로과로 가라고 한다.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현재 A씨는 주민들로부터 고발을 당해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 처분을 받은 상태다. 그러나 이에 불복한 A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재판은 오는 4월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주민들의 호소를 북이면 공무원들도 인지하고 있다.

북이면 행정복지센터의 한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왔다. 주민들은 A씨 소유 땅을 국가가 매입해달라고 주장하지만 현재로선 매입 근거가 없다”며 “재판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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